[옛배움책에서 만나는 토박이말] 도림
'괄호', '묶음표'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말
토박이말 쓰임 뒷걸음 친 본보기 아쉬워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마지막에 있는 갈말(술어) 보기틀 'ㅁ'에 갈무리 되어 있는 토박이말 넷째 줄에 ‘묶음표’가 있습니다. 옆의 묶음표 안에 오늘날 우리가 쓰는 ‘괄호(括弧)’라는 한자말이 함께 있는 것으로 볼 때 ‘괄호(括弧)’를 쉽게 다듬은 말이 ‘묶음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묶음표’는 ‘묶+음+표’의 짜임으로 ‘묶다’의 ‘묶’에 이름씨(명사)를 만드는 ‘음’을 더해 만든 ‘묶음’과 한자말 ‘우듬지 표(標)’가 붙은 말로 말 그대로 ‘숫자나 식을 하나로 묶어주는 표시’라는 뜻이라고 할 수 있어서, 그 모양과 쓰임새를 바로 떠올릴 수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묶음표'를 "문장부호의 하나. 소괄호(( )), 중괄호({ }), 대괄호([ ])가 있다"라고 풀이를 하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문장 부호의 하나. 단어, 숫자, 문장 등의 앞뒤를 막아 다른 것과 구별하는 기호를 말한다. 소괄호(( )), 중괄호({ }), 대괄호([ ]) 따위가 있다."라고 더 알기 쉬운 풀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한자말 '괄호'는 '활 괄(括)' 자와 '활 호(弧)' 자가 합쳐진 말로, 그 모양이 활처럼 굽었다는 데서 왔다는 것을 어림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한자 뜻풀이만 보면 '활활'이 되어 우리가 쓰고 있는 뜻과는 좀 멀어져 버린다 것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그 뜻을 풀어서 알려주지 않으면 아이들이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비록 ‘묶음표’가 ‘묶음’이라는 토박이말에 한자말 '표(標)'를 더해 만들긴 했지만 옛날 배움책에서 보듯이 더 어려운 한자말인 '괄호'를 다듬은 말인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배움책에서뿐만 아니라 나날살이에서도 '묶음표'가 아닌 '괄호'를 많이 쓰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더욱 안타깝게도 '묶음표'와 비슷한 말로 '도림'이라는 토박이말이 있는데 그 말은 말집(사전)에만 있지, 쓰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처음 보거나 들으신 분들은 많이 낯설 것입니다. 하지만 '둥글게 빙 돌려서 베거나 파다', '글이나 장부의 어떤 줄을 지우려고 꺾자를 치다'는 뜻을 가진 ‘도리다’의 줄기(어간) '도리'에 이름씨를 만드는 'ㅁ'을 더해 만든 '도림'이라는 것을 알면 '묶음표'를 왜 '도림'이라고 하는지 바로 어림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도림'을 표준국어대사전과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 찾으면 앞서 보여드렸던 '묶음표'와 '괄호'와 똑같이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묶음표’와 같은 말이라는 것을 알려 주고 있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괄호', '묶음표', '괄호부'와 비슷한 말이라고 풀이를 해 주고 있습니다. 이를 놓고 볼 때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를 고려대한국어대사전과 같이 고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처럼 옛날 배움책에서 어려운 한자말을 갈음해 쓸 수 있는 쉬운 말을 쓰려고 애를 썼던 것처럼 오늘의 우리 아이들에게도 좀 더 쉬운 토박이말로 된 갈말(용어)들을 찾아 바꾸어 써 줌으로써 아이들이 셈갈(수학)을 더 쉽고 재미있게 느끼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 글은 더 많은 사람들이 보도록 하려고 경남신문에도 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