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우로 드러난 지자체들의 소홀한 재난 대응

세종시, 급류 실종 사고 발생 23시간 뒤에야 인지

재대본 단순 실종사건으로 분류해 초동대처 실패

수해 복구 뒷전…충청권 단체장들 해외출장 예정

대통령실, "세종시의 기강 해이 있으면 엄중 문책"

2025-07-23     이종인 시민기자
세종시 하천 급류에 휩쓸린 실종자 수색 중인 경찰. 2025.7.20.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쏟아진 폭우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지자체들의 소홀한 재난 대응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대응 능력 자체도 문제지만, 복구 작업에 응하는 일부 지자체장들의 안이한 태도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집중호우가 시작된 지난 16일부터 특히 충청 지역과 경남, 전남지역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경남 산청에서는 10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 전국적으로 1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실종되는 인명 피해를 냈다. 재산 피해는 수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충남 서산에는 시간당 114.9㎜의 폭우가 내렸고, 누적 강수량도 산청 793.5㎜, 합천 699.0㎜ 등으로 100년 또는 200년 빈도의 비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기후 위기로 극단적인 폭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기상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5일에 안전치안점검회의를 열고 재난 재해를 언급하며 "예측되는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앞으로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막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부주의나 무관심 등으로 발생한 사고나 사건에 대해서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 이후에도 재난 예방에 관해 여러 차례 발언하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경각심을 갖도록 당부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세종시 하천에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40대 남성 A씨의 시신이 사고 발생 나흘 만인 21일 발견되면서, 세종시의 재난 대응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세종시 재난안전대책본부(재대본)은 A씨의 실종 사실을 23시간이 지난 후에야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종시와 경찰,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7일 새벽에 어진동 다정교 아래 제천에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사고 당시 세종시는 폭우로 인해 비상대응 2단계가 발령된 상황이었다.

A씨는 16일 오후 8시 23분께 회식 후 "귀가하겠다"며 이동했고, 경찰은 17일 오전 1시 45분경 목격자의 신고를 접수한 후 출동해 A씨를 찾아 신분증을 확인했다. 이후 경찰은 "혼자 귀가하겠다"고 말하는 A 씨를 남겨둔 채 현장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현장 철수 4분 뒤인 오전 2시 21분 A씨는 하천으로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귀가하지 않자, 경찰에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아내 B씨는 경찰의 안내에 따라 112로 공식 실종 신고를 했다. 17일 오후 8시 27분이었고, 경찰이 A씨를 만난 현장에서 철수한 지 18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A씨의 실종 신고 접수 이후 헬기와 드론, 보트, 인력 150여 명을 동원해 금강 일대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펼쳐다. 하지만 사고 발생 나흘 만인 21일 오전 1시 50분쯤 실종 지점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금강교 아래 100m 지점에서 A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A씨의 실종이 늦게 인지되면서, 세종시는 초동 대처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종시 재대본은 해당 사고를 단순 실종 사건으로 분류했으며, 자연 재난 피해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7.21. 연합뉴스

21일 오후 기자 브리핑에서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이 사건에 대해 "세종시 급류 실종자의 인지가 늦어진 경위를 조사해 공직기강 해이나 잘못이 있다면 엄하게 책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통령실이 철저한 대응을 주문했음에도 세종시는 급류 실종 시민을 무려 23시간 동안 경찰과 소방당국, 지자체 재난 지휘부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질타했다.

세종시는 뒤늦게 "회식 후 실종으로 보고 받아 안전사고로 분류했고, 이후로 인명피해 발생 시 지휘계통의 보고체계를 보완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시점에 하천 주변을 배회하던 시민의 실종을 '단순 실종'으로 파악했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재대본 구성에 소방본부가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늦장 대응과 부실한 공조 체계에 대한 질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충청권 지역에 막대한 인명 피해를 동반한 수해가 났는데도 국민의힘 소속인 최민호 세종시장을 비롯한 충청권 단체장들이 곧 해외 출장을 떠날 예정이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23일, 최민호 세종시장과 이장우 대전시장은 오는 24일,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25일 각각 2025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폐회식과 투자유치 협약, 우호도시 협정서 체결 등 일정이 예정돼 있다.

국제행사임을 감안하더라도 인명 피해와 수해 현장의 복구 작업이 한창인 상황에서 충청권 단체장들의 해외출장에 따른 공석이 적절한지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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