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을 정리하다가…아! 엄마도 로즈시절이 있었지

아흔 노모를 만나고 온 이국 땅 딸의 노래

형편상 선뜻 모시겠다 나서지 못하는 자식

엄마 "건강이 최고더라, 그게 행복이더라"

2025-07-21     Thomas Kim 시민기자

안녕하세요. 오늘은 멀리 타국으로 이민 와서 사는 딸이 오랜만에 고향에 계신 아흔 살 엄마와 아흔네 살 큰이모를 뵙고 돌아온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해요. 이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 앞에서, 삶의 무게 앞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보편적인 풍경과 감정들을 담고 있으니까요.

 

인공지능을 이용해 만든 엄마와 딸의 만남. 

예순여섯의 딸에게 고향 방문은 늘 설렘과 함께 묵직한 그리움을 동반하는 여정이었을 겁니다. 오랜만에 만난 엄마는 어느덧 아흔, 큰이모는 아흔넷의 연세가 되셨다고 해요. 두 분을 뵈니 딸은 문득 '산다는 게 다 부질없더라, 건강이 최고더라, 편안하면 그만이고 그게 행복이더라' 는, 어쩌면 인생의 가장 본질적인 깨달음을 마주했답니다.

한쪽 눈이 잘 안 보여서 불편하신 큰이모는 거동조차 쉽지 않으신데, 신기하게도 식사만큼은 누구보다 잘하신답니다. 삶의 의지, 생존에 대한 본능적인 애착 같은 것이 느껴져 마음 한편이 뭉클해집니다. 마치 꺼져가는 불씨 속에서도 마지막 힘을 짜내듯 말이죠. 우리네 삶도 때로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마주하지만, 그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으려는 의지가 빛을 발하는 순간들이 있지 않나 싶어요.

엄마의 옷장을 정리하다가 옷걸이에 걸린 화사한 옷들은 딸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합니다. 젊은 시절, 활발하게 교회 활동을 하시던 엄마의 빛나던 모습과 이제는 보행기에 의지해야 겨우 움직이시는 현재의 모습이 너무나 대비되기 때문이죠. 마치 한때 푸르렀던 나무가 세월의 풍파를 맞아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것 같은 안타까움이랄까요. 그런데도 진밥 대신 꼭 오곡 찰밥을 챙겨 드시는 엄마의 모습에서는, 80세에 위 수술을 받으시고 3분의 2를 잘라냈는데도 소식하며 꿋꿋하게 살아오신 강인함이 느껴집니다. 생존에 대한 강한 의지는 그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를 지탱하는 힘이겠죠.

딸의 기억 속 엄마는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아버지를 십 년 가까이 헌신적으로 간호하신 강인한 분이셨습니다. 그 오랜 병간호의 시간 속에서 엄마의 머리는 백발이 되고, 치아는 다 손상돼 없어졌습니다. 최근에는 치매 초기 진단까지 받으셔서 기억마저 희미해지신 엄마. 그런 엄마를 보며 딸은 삶의 무상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을 겁니다. 마치 쉴 새 없이 돌아가던 톱니바퀴가 어느 순간 멈춰버린 것 같은 허망함 말이죠.

아흔의 연세에도 여전히 60만 원짜리 기초 화장품을 챙겨 바르시며 피부 관리에 신경 쓰시는 엄마의 모습은 왠지 모를 짠한 아픔을 줍니다. 오랜 세월 몸은 늙고 병들었지만, 젊은 시절부터 지켜온 여성으로서의 자존감, 체면에 대한 마지막 자존심 같은 것이 느껴져서 마음이 더욱 아려옵니다. 우리도 나이가 들어서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될 때, 어쩌면 가장 마지막까지 붙잡고 싶어 하는 작은 조각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식 된 처지에서 가장 마음 아픈 현실은 각자의 여러 가지 형편 때문에 선뜻 나서서 노부모를 모시겠다고 하는 형제가 없다는 점일 겁니다. 오랜 시간 헌신하신 엄마에게 돌아온 현실은 어쩌면 외롭고 쓸쓸한 그림자일지도 모릅니다. 핵가족화된 사회 속에서, 부모 부양의 문제는 이제는 개인의 책임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가 되어버렸죠. 딸은 이 답답한 현실 앞에서 어떤 무력감마저 느꼈겠지요.

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큰아들이 자신을 끝까지 보살펴 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계신다고 합니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적인 효 사상과 자신의 가풍이 엄마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것이겠죠. 어쩌면 그것은 엄마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이자 위안일지도 모릅니다. 시대는 변했지만, 뿌리 깊은 믿음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 법이니까요.

고향을 떠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딸의 마음은 여러 감정으로 복잡합니다. 세월의 무상함, 부모님에 대해 안타까움과 그리움,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답답함까지. 하지만 그 모든 감정의 밑바탕에는, 변함없는 사랑과 걱정이 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젊음은 언젠가 늙음으로, 건강은 쇠약함으로, 활력은 무기력함으로 변해갑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우리는 끈질기게 삶을 이어가고, 작은 행복을 찾아 헤매고, 익숙한 믿음에 기대며 살아갑니다.

오늘 이야기는 멀리 떨어져 사는 딸의 이야기이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미래, 우리 모두의 가족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늙어감에 대한 안타까움,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전통적인 가치관이 흔들리는 모습,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짊어져야 하는 책임감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는 세상살이의 단면입니다.

이 짧은 이야기가 여러분에게도 한 번쯤을 깊은 생각에 잠길 시간을 선물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애틋함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노래 “구순 엄마를 걱정하며” -----> https://youtu.be/h5_xu04aty8

 

노래 "오래 살아 죄송합니다" -----> https://youtu.be/mbuzda_FJY8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