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불법 감청이라던 '유심 압수수색', 민들레 영장에
테러범에나 한다는 유심 압색, 민들레에도 적용
다른 휴대전화로 메신저 내용 들여다볼 수 있어
한동훈이 독직폭행 혐의까지 걸어서 막았던 유심
조선일보 발 벗고 나서 전례없다며 비호했던 사안
한동훈 장악 검찰, 진보 언론엔 버젓이 유심 압색
경찰이 <시민언론 민들레>에 대해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한 가운데, 유심(범용 가입자 식별 모듈·USIM) 카드 압수수색이 영장에 포함된 것으로 27일 드러났다. 과거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언유착 수사 당시 수구보수 언론에서 테러범에나 발부되는 '감청 영장' 수준의 압수수색 영장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던 내용이 민들레의 압수수색 영장에 버젓이 들어간 것이다.
지난 26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책임자 노정웅 경정, 2계장)가 서울중앙지법(김정민 판사, 청구검사 김영식)으로부터 발부받아 민들레에 제시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휴대전화 암호가 해제되지 않는 경우 유심카드를 다른 휴대전화 기기에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경찰이 임의로 다른 휴대전화(공기계)에 유심카드를 넣어 본인 인증이나 2차 로그인 인증 등을 한 뒤 개인 메신저 서비스와 클라우드 서버 등에 저장돼 있는 내용을 광범위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법원이 용인한 것이다.
유심카드 압수수색은 비밀번호를 풀기 어려운 아이폰을 대비한 것으로, 이를 활용하면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구분 없이 메신저 내용 등을 들여다볼 수 있는 우회로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카카오톡의 경우, 대화 백업 저장을 설정하면 다른 기계에서도 유심카드로 본인 인증으로 과거 대화 내역을 내려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수시기관의 유심카드 압수수색은 <채널A> 검언유착 사건 수사 과정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당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정진웅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당시 부장검사) 간 '독직폭행' 논란이 일면서 대중에 알려졌다.
정 연구위원은 당시 한 장관의 휴대전화 유심카드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가 같은 검사에 의해 기소되는 촌극이 빚어진 것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대법원이 정 연구위원에 대한 원심을 인용하면서 무죄로 최종 확정됐다.
독직폭행 논란이 벌어질 당시 <조선일보>는 한 장관에 대한 유심카드 압수수색과 관련, 법원이 사실상 테러 사건 등 중대 범죄에나 발부하는 '감청 영장' 수준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익명의 법조계 관계자 말을 빌려 "수사팀이 카카오톡 회사를 속이는 위법한 기망(欺罔) 수사를 벌이도록 법원이 영장을 내준 전례가 없다"고도 지적했다. 또 "사법농단 수사를 지휘했던 한 검사장에게 '구원(舊怨)'을 가진 판사들이 '묻지 마' 영장 발부를 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하면서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중앙일보> 역시 유심카드 압수수색으로 한 장관의 메신저 비밀번호가 바뀌었다는 내용의 단독 기사를 실으며 구태언 변호사의 주장을 인용해 "유심을 공기계에 꽂아 인증번호를 받는 순간 불법 감청"이라면서 "감청 영장을 미리 받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현재 한동훈 장관이 지휘하는 법무부 산하의 검찰은 경찰이 별도 영장을 발부받지 않아도 테러 같은 중대 범죄에나 적용하는 감청을 언론사와 기자들에게도 할 수 있도록 사전에 포괄적인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하고 있다.
검언유착 수사 당시 유심카드 압수수색에 독직폭행 혐의까지 걸면서 한 장관이 방어권을 행사했던 전례와 비교했을 때, 검찰과 경찰이 '이중 잣대'를 적용해 영장을 '과잉 청구'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편 전날 민들레 편집국을 기습적으로 압수수색한 경찰은 영장에 '범죄 혐의와 관련된 부분으로 제한한다'는 단서에도 불구하고 민들레 대표와 고문, 에디터, 기자 등에 대해 광범위한 압수를 시도했다.
경찰은 민들레 모든 기자의 노트북, 휴대전화, 취재 메모뿐만 아니라 회계자료, 후원자 관련 자료, 이태원 명단과 관련 없는 개인메모까지 압수를 시도하며 사실상 언론사와 언론인을 사찰했다.
경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의자 성명과 직업, 주거 등이 전부 '불상' '미상'으로 표기된 비상식적인 영장을 제시했고, 민들레 기자들이 영장 사본 교부를 요구하며 대항하자 이를 거부하면서 법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방어권마저 침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