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자 사상 처음 100만 넘어…민생쿠폰 등이 살릴까?

윤석열 정부 경기 대응 실패로 자영업 궤멸

폐업률과 연체율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

이재명 정부, 13조 원 이상 풀어 소비 진작

113만 명 채무탕감해 경제활동 족쇄 푼다

2025-07-07     이태경 편집위원(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그 중 절반 가량이 소매업과 음식점업이었다. 충격적인 건 폐업의 이유가 ‘사업부진’이라고 답한 비율이 금융위기 직후 수준에 근접했다는 사실이다. 경기침체가 가히 궤멸 수준인 셈이다. 폐업률과 연체율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중이다.

빈사 상태에 놓인 자영업자들을 살리고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이재명 정부는 대규모 추경을 편성했다. 이재명 정부는 추경 재원 중 상당 부분을 민생회복쿠폰 지급과 채무 탕감에 사용하려 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기민한 대처가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의 깊게 살펴볼 일이다.

지난해 폐업 신고한 사업자 수 사상 최초로 100만 명 돌파

6일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법인을 포함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100만 8282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2만 1795명 증가하며 1995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초로 100만 명을 넘겼다. 폐업자는 2019년 92만 2159명에서 3년 연속 감소해 2022년 86만 7292명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다 2023년에는 11만 9195명 급증하며 98만 6487명을 기록했고,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증가하며 100만 명대로 진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누적된 사업 부진, 윤석열 정부 내내 지속된 극도의 경기침체, 고금리로 인한 연체율 악화 등으로 2023년부터 폐업자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폐업 사유별로는 ‘사업 부진’이 50만 6198명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50.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사업 부진 폐업자는 2023년 7만 5958명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도 2만 4015명 증가하면서 역대 처음 50만 명을 넘어섰다. 사업 부진 사유 비중이 50%를 초과한 것은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50.2%) 이후 처음이다.

폐업자는 내수 밀접 업종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전체 52개 업종 가운데 소매업 폐업자가 29만 9642명으로 전체의 29.7%를 차지했다. 이어 음식점업(15.2%), 부동산업(11.1%), 도매 및 상품중개업(7.1%) 순으로 비중이 컸다. 소매업과 음식점업을 합하면 전체의 약 45%에 달한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사진은 5월25일 서울 시내 한 약국에 붙어있는 폐업 안내문의 모습. 연합뉴스

폐업률도 2년째 상승해 9.04%, 연체율도 치솟아

폐업률도 2년째 상승세다. 폐업률은 전체 가동 사업자와 폐업자 합계 대비 폐업자 수 비율이다. 

지난해 폐업률은 9.04%로 전년(9.02%)보다 소폭 올랐다. 지난해 운영한 사업자 가운데 약 9%가 그해 폐업했단 의미다. 폐업률도 소매업과 음식점업에서 높았다. 지난해 폐업률은 업종별로 소매업(16.78%), 음식업(15.82%), 인적용역(14.11%)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소매업 폐업률은 2013년(17.72%)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심각한 내수 부진으로 빚을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취약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2.24%로, 2013년 2분기 말(13.5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약 자영업자란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소득이거나 저신용인 차주를 말한다.

한편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상품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 불변지수는 지난 1분기에 작년 동기보다 0.3% 줄었다. 소매판매는 2022년 2분기(-0.2%)부터 3년째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채무불이행 자영업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 16일 서울의 한 식당가에 대출 광고가 붙어 있다. 나이스(NICE)평가정보의 '개인사업자 채무불이행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 금융기관 대출금액은 1천122조7천919억원으로 전년보다 7천719억원(0.1%) 늘어났다. 대출액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이들은 15만5천6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204명(35%) 급증했다. 2025.2.16. 연합뉴스

정부, 소비 진작 위해 민생회복소비쿠폰을 본격 투입

지난해 폐업자가 100만 명을 돌파한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이재명 정부는 추경을 편성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2차 추경 예산안에는 내수 회복의 마중물이 될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과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취약 차주 채무 탕감 방안이 담겼다. 이재명 정부의 내수진작과 자영업자 살리기가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과 취약 차주 채무 탕감의 투트랙으로 추진되는 셈이다. 

우선 경기 진작을 위한 이재명 정부의 첫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과 지급이 이달 21일부터 9월 12일까지 8주간 이뤄진다. 정부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지급계획’을 발표했다.

소비쿠폰 신청·지급은 1차와 2차와 나눠 진행된다. 1차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인당 15만∼45만 원이 지급된다. 2차는 국민 90%를 대상으로 10만 원을 9월에 추가 지급한다. 비수도권 국민에는 3만 원, 인구감소지역은 5만 원이 추가 지급되며, 2차 소비쿠폰까지 포함할 경우 1인당 최소 15만 원에서 최대 55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앞서 정부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위해 2차 추경안에 10조 2987억 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 논의과정에서 지방 재정 여력을 감안해 국비 지원 비율을 높이면서 1조 9000억 원가량이 증액된 12조 1709억 원이 소비쿠폰 추경예산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비 지원비율은 당초 서울은 70%에서 75%로, 나머지 지자체는 80%에서 최대 90%로 높아진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범정부 TF 단장인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은 “우리 경제의 회복을 위한 마중물로써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전반적인 소비 활성화와 어려운 분들에 대한 소득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도록 차질 없는 집행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재 행정안전부장관 직무대행이 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지급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5.7.5. 연합뉴스

113만 명의 채무 탕감시켜 경제활동 족쇄 풀어준다

한편 이재명 정부는 연체가 길어진 개인의 소액 채무를 일괄 사들이는 ‘배드뱅크’ 방식의 채무조정에 나선다. 2차 추가경정예산과 금융권 협조 등으로 8000억 원을 확보해 16조 4000억 원의 채무 매입을 빠르면 연내 시작한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에도 7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채무조정 규모를 늘릴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했던 배드뱅크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산하에 채무조정기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구현한다. 채무조정기구가 금융회사와 협약을 맺고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 원 이하의 개인 무담보채권을 모두 사들인다. 예산과 금융권 협조 등으로 4000억 원씩 모두 8000억 원을 확보한다고 가정하면 16조 4000억 원의 연체채권을 매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추정 수혜 인원은 113만 4000명이다.

도덕적 해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정부가 취약차주들에 대한 채무탕감에 나선 이유는 채무의 늪에 누구나 빠질 수 있는데다 취약차주들을 한시바삐 채무의 굴레에서 해방시켜 경제활동에 참여시키기 위함이다. 적극적 재정정책을 기민하게 사용하면서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취약차주 채무탕감을 통해 내수도 살리고 자영업자들에게도 활로를 만들어 주려고 분투하는 이재명 정부의 노력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때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7.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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