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시세 상반기 10% 급락…경쟁적 '환 헤지' 큰몫
주가 최고치, 국채 매입세 회복에도 달러는 하락
미국경제 호조 기간에 환 차손 대비 헤지 소홀
달러 약세, 트럼프 재집권 뒤 헤지 비율 높인 게 원인
국채 등 미국 자산 매도 탓 아닌 헤지 비율 상승 탓
올해 1~6월 상반기의 미국 달러 시세가 10% 넘게 하락했으며, 이런 하락 추세는 반년간의 하락률로는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의 하락과정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이 1일 보도했다.
달러시세 약화 ‘환 헤지’로 증폭
<닛케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관세 정책과 막대한 재정적자 등에 따른 불안정한 전망에 대한 불안을 계기로 한 달러 시세의 하락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는 것은 해외 투자가들에 의한 ‘환 헤지’(환차손 회피책. currency hedging)라고 지적했다.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의 종합적인 힘(시세)을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지난 30일에 96대 후반을 기록해, 1~6월의 하락률이 10%를 넘었다. 반년간 10%가 넘는 달러 시세 하락은 1985년 미국 등 서방 주요국들이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달러 시세를 인위적으로 약화시키는데 합의한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국면, 그리고 1991년 미국 경기 침체기에 버금갈 정도며, 상반기만 비교한다면 1971년의 ‘닉슨 쇼크’ 뒤 달러 약세 국면이 이어진 1973년 이후 가장 큰 하락세다. 당시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달러 방위를 위해 달러와 금의 교환을 정지(태환정지)시킨 ‘닉슨 쇼크’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돼 온 ‘브레턴 우즈 체제’가 붕괴됐다.
주가 최고치, 국채 매입세 회복에도 달러는 하락
최근 미국 주가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미국 국채 매입세가 되살아나고 있으나 달러 시세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닛케이>는 그 배경에 금융파생상품(derivative) 등으로 환 리스크를 줄이려는 환 헤지(환차손 회피책)를 늘려가는 움직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생명보험 투자부장은 “트럼프 관세로 달러 시세 변동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3월께부터 헤지(hedge. 시세 하락 등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막기 위한 공매매) 비율을 높여 왔다”고 말했다.
달러 베이스 자산을 운용할 경우 달러 약세가 진행될 때 환 차손이 생긴다. 차손을 막기 위헤 일반적으로 헤지(환차손 회피책)를 구사하고 있으며, 보유 외화자산 중에 헤지에 동원되는 비율을 헤지 비율이라고 한다. 아사히생명보험의 경우 2024년에 그 비율은 50% 정도까지 내려갔으나, 2025년에는 최대 80% 정도까지 올라갔다.
미국경제 호조 기간에 환 차손 대비 헤지 소홀
최근 몇 년 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상과 미국경제 호조를 배경으로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강세가 계속돼 왔기 때문에 “가능한 한 헤지를 하지 않고 투자해 왔다”고 아사히생명 투자부장은 말했다. 그런데 그 뒤 FRB가 금리를 인하하는 국면에 들어간 영향 등으로 헤지 비율을 올려 달러 약세에 대비하고 있다. 바클레이즈 증권에 따르면, 일본 대형 생명보험사들의 헤지 비율은 2025년 3월 시점에 약 40%로,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4월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한 이후로 달러 시세가 불안정해지면서 급상승했다.
일본을 비롯한 세계의 투자자들은 ‘리먼 쇼크’(2008년 월스트리트발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채권 보유를 늘려 왔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15~2023년 간에 미국 외의 민간 투자자들은 미국 채권 잔고를 2.6조 달러(약 3520조 원) 남짓 늘렸는데, 그 중에서 1.3조 달러(약 1769조 원)를 유럽이 차지했고, 일본도 미국 국채 잔고를 1640억 달러(약 1조 4760억 원) 더 늘렸다.
그 한편으로 달러 약세에 대한 대비는 경시됐다. 세계 전체의 비율은 명확하진 않으나, BIS에 따르면 각 국가와 지역들의 헤지 비율이 내려갔다는 분석이 있다. 그 이유의 하나가 “달러 1강”이라 불렸을 정도의 달러 강세였다. 또 한 가지는 헤지에 필요한 코스트(비용)를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올해 달러 약세, 트럼프 재집권 뒤 헤지비율 높인 게 원인
올해의 환율 혼란은 헤지 비율을 높이는 움직임이 영향를 끼쳤다. 지난 4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실시하겠다고 공표한 것을 계기로 미국 달러가 급락하기도 했다. BIS는 6월 20일 보고서에서 “헤지를 하지 않아 운용자산에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헤지 비율을 높이는 바람에 달러 하락을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에는 외환 보유고 순위 세계 5~7위(한국은 9위)를 차지하는 대만 달러에 대한 미국 달러의 환율이 급등했다. 독일은행에 따르면, 대만 생명보험회사들이 지난 4~5월에 헤지 비율을 61%에서 65~70% 정도까지로 높였다. 대만 달러는 6월에 들어서도 상승이 이어져 지난 27일에는 1달러=28대 후반의 대만 달러로, 2022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약세, 미국 자산 매도 탓 아닌 헤지 비율 상승 탓
BNP파리바의 G10통화전략 책임자 알렉스 제코프는 “달러 약세의 주된 요인은 미국자산의 적극적인 매도가 아니라, 헤지 비율의 상승”이라고 했다. 실제로 미국 재무부의 4월 데이터를 보면 미국 국채를 대량 매각한 나라는 확인되지 않았다.
본격적인 미국 자산 이탈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헤지 움직임으로 달러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달러의 리스크 관리가 부실했던 것은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에 대한 경상흑자가 큰 아시아는 달러 보유가 많아, 헤지가 눈사태처럼 일어나기 쉽다”고 영국 자산운용회사 유리존SLJ 캐피털 관계자는 말했다.
달러 약세가 미국의 인플레율을 끌어올릴 경우 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워진다. “금융정책을 통한 경기 대책이 어려워지면 미국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빠져들기 쉬워지고 세계경제 회복 시나리오의 기둥이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이토츄종합연구소 다케다 아쓰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말했다.(<닛케이> 7월 1일) 미국이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경우, 엔 시세를 높이기 위해 미국과의 금리 차를 줄이려는 일본의 금리 인상 정책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