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고전력 데이터센터…시민 안정성 확보 등 논란
이순열 시의원, 긴급 현안질의에서 문제점 질타
"도심 설치는 전자파 등 시민 건강 위협 가능성"
인근 학교 6곳, 20여개 주거단지에 수만명 거주
대형 전력설비인데 신청서류엔 '촬영소'로 기재
국힘 소속 최민호 시장, '입틀막' 주장하며 항변
정부세종청사가 위치한 세종시 어진동에 조성 중인 대규모 고전력 데이터센터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절차적 투명성과 시민 안전성 확보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순열 시의원(도담·어진동)은 23일 열린 세종시의회 제98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도심 한복판에 들어서는 고전력 데이터센터가 허술한 행정 아래 시민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정보화 시대의 필수 기반인 데이터센터를 반대하려는 것이 아니”라면서도 “행정수도의 중심이라는 상징성과 민감시설이 밀집한 도심 중심부에 고전력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시민의 건강권과 안전에 대한 신중한 고민이 있었는가”라고 물었다.
이 의원에 따르면, 해당 데이터센터는 정부세종청사와 가까운 어진동 파이낸스센터 건물을 지하 3층, 지상 4층으로 구조 변경해 입주할 예정이다. 이미 전기 사용 계약이 체결되었고, 방송통신시설 용도변경도 허가된 상태다. 그러나 용도변경 서류에는 콘텐츠 제작용 촬영소로 기재돼 있으며, 실제로는 대규모 전력 설비와 고출력 산업 장비가 포함된 데이터센터라는 점에서 허위 신청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의원은 “데이터센터가 입주하는 건물 인근에는 6개 학교와 20여 개 주거단지에 수만 명의 시민이 거주하고 있어 전자파, 소음, 열섬 현상 등에 따른 시민의 건강에 심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며 “전자파 수치와 전력 설비 구조 등 주요 정보가 비공개로 유지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한 세종시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며 시민 의견 수렴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성과 홍보에만 몰두한 무책임한 행정”이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이 의원은 “현재도 추가 데이터센터가 주변 건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 제대로 검토하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다”고 경고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긴급현안질의에서 이 의원의 질의에 두 차례나 충분히 답변하고도 질의가 종료되자, 답변 기회를 제지당했다며 “시장이 말을 하는데 말을 못 하게 하는 입틀막, 이제 의회에서 멈춰 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최 시장은 이날 두 차례 답변에서 “데이터센터는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공약”이며 “세종시 기업 유치의 경쟁력은 규제완화에 있고, 규제완화가 시대의 해결 과제 중 하나다”고 말하면서 고전력 데이터센터 유치의 정당성과 행정절차 간소화를 주장했다.
최 시장의 반발에 세종시의회 임채성 의장은 긴급현안질의는 '일괄질문, 일괄답변'이 규칙이므로 절차적 문제가 없다는 점을 설명했지만, 최 시장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 본회의가 폐회된 이후에도, 일부 언론을 통해 최 시장의 입틀막 논란은 여론전으로 확전하는 양상이다. 최민호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옹호했다는 논란으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인 세종시의회와 대립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세종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러 지자체에서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대규모 고전력 데이터센터는 기업 유치와 세수 확보, 고용 창출 등 경제 효과 있는 반면에 전자파, 소음, 열섬 현상 등 시민 건강권과 직결되는 문제로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