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토박이말] 모기둥 모눈종이
'각주' 보다 '모기둥', '방안지' 보다 '모눈종이'가 쉬워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마지막에 있는 갈말(술어) 보기틀 ‘ㅁ’에 갈무리되어 있는 토박이말 가운데 두 가지를 알려드립니다.
왼쪽 여덟째 줄에 ‘모기둥’이 있습니다. 묶음표 안에 ‘각주(角柱)’라는 한자말이 있는 것을 볼 때 ‘각주(角柱)’와 뜻이 같은 토박이말이 ‘모기둥’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각주(角柱)’는 한자말로 ‘뿔 각(角)’, ‘기둥 주(柱)’로 이루어진 말로 한자 뜻을 그대로 풀이를 하면 ‘뿔기둥’이 되어 우리가 알고 있는 뜻과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각주(角柱)’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으면 ‘건설. 네모진 기둥’이라는 풀이와 ‘수학. 각기둥의 옛 용어’라는 두 가지 풀이가 있고 ‘방주(方柱)’와 비슷한 말이라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기둥’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으면 ‘건설. 모가 난 기둥’이라는 뜻과 ‘수학. 옆면은 한 직선에 평행하는 세 개 이상의 평면으로, 밑면은 이 직선과 만나는 두 개의 평행한 평면으로 둘러싸인 다면체’라는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하고 ‘각기둥’과 같은 말이라고 알려 주고 있습니다. ‘각기둥’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으면 위에서 본 ‘모기둥’과 똑같이 풀이를 하고 ‘비슷한 말’로 ‘모기둥’이 있고 ‘옛말’로 ‘각주(角柱)’, ‘각통(角筒)’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모기둥’은 ‘세모’, ‘네모’ 할 때 ‘모’와 ‘기둥’을 더해 만든 말이고 말 그대로 ‘모가 있는 기둥’ 또는 ‘모가 난 기둥’입니다. 한자말 ‘각주(角柱)’의 뜻을 잘 풀이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옛날 배움책에서 ‘모기둥’이라는 말을 썼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무슨 까닭으로 ‘모’라는 토박이말을 버리고 ‘각(角)’이라는 말에 ‘기둥’을 더한 ‘각기둥’이라는 뒤섞인 말을 만들어 쓰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삼각형(三角形)’, ‘사각형(四角形)’과 짝을 맞추려면 ‘각주(角柱)’라고 하는 것이 맞겠지만, ‘삼각형’, ‘사각형’이 아니라 ‘세모꼴’, ‘네모꼴’이라고 하면 ‘모기둥’이 짝이 맞는 말입니다. 아마도 ‘주(柱)’라는 말이 아무래도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각기둥’이라는 말을 만들어 쓰게 되었지 싶습니다. 누구나 알기 쉬운 ‘모기둥’이라는 토박이말을 살려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아홉째 낱말로 ‘모눈종이’가 있습니다. 묶음표 안에 ‘방안지(方眼紙)’라는 한자말이 있으니, ‘방안지(方眼紙)’와 뜻이 같은 토박이말이 ‘모눈종이’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방안지(方眼紙)’는 한자말로 ‘모 방(方)’, ‘눈 안(眼)’, ‘종이 지(紙)’로 이루어진 말로 한자 뜻을 그대로 풀이해도 우리가 알고 있는 ‘모눈종이’와 뜻이 같음을 알 수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방안지(方眼紙)’를 찾으면 ‘수학. 일정한 간격으로 여러 개의 세로줄과 가로줄을 그린 종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고, ‘모눈종이’, ‘그래프용지’, ‘제도용지’가 비슷한 말임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모눈종이’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으면 앞서 본 ‘방안지’의 뜻풀이와 같고 비슷한 말도 같이 나와 있습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여러 개의 세로줄과 가로줄을 그린 종이’라는 뜻풀이를 놓고 보면 한자말 ‘방안지’라는 말이 얼른 떠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로줄과 가로줄이 만나 생겨난 네모꼴’을 ‘모눈’이라고 한다는 풀이를 알고 나면, 그런 모눈이 그려진 종이는 ‘모눈종이’라고 하는 것이 딱 맞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래서 요즘 배움책에도 ‘방안지’가 아닌 ‘모눈종이’라는 말을 쓴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말을 알고 나면 요즘도 흔히 쓰고 있는 ‘방안(方眼)자’라고 하기보다는 ‘모눈자’라고 하는 것이 더 쉽고 알맞은 말이라는 믿음이 더 단단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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