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자동차 관세 충격에 국내 산업 전체가 휘청
미국 25% 관세 부과로 자동차 생산 4.2% 줄어
대미 수출 큰 폭 감소하며 전산업 생산 끌어내려
미국 현지 자동차 생산 늘어난 것도 수출에 악재
최대 수출품 자동차 새 정부의 통상 협상 1순위
소비·투자 부진도 지속…내수 회복 정책 시급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 자료를 보면 앞으로 한국 경제가 어떤 위기에 직면할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전산업 생산까지 끌어내린 자동차 관세 충격이 암울한 미래를 예고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대미 수출이 대폭 줄고, 기업들이 고관세를 피해 현지 공장을 확대하며 국내 생산이 감소하는 추세가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인 무역전쟁과 이로 인한 국내 산업의 축소는 6월 4일 출범하는 새 정부에 큰 짐이 될 게 분명하다.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힘든 도전일 수 있다. 대외 여건 변화에 맞춰 통상과 산업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 당장 대미 통상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최대한 낮추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국내 생산을 늘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일자리를 늘리고 투자를 확대하는 조건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산업 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대미 자동차 수출 20% 가까이 급감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며 지난달 산업생산은 3개월 만에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 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3.5(2020년=100)로 전달보다 0.8% 감소했다. 무엇보다 광공업 생산이 0.9%나 줄어든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 항목에 속한 제조업에서 자동차와 반도체 생산이 전달보다 각각 4.2%, 2.9% 줄었다. 자동차 생산은 작년 11월 이후 5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자동차 생산이 급감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4월 3일부터 자동차에 부과한 25% 관세 영향이 크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이 한국 자동차에 직격탄을 날릴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자동차 산업 동향 통계에도 나타났다. 지난달 전체 자동차 수출액은 65억 3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8% 줄었는데 대미수출액이 28억 9000만달러로 19.6% 감소한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의 신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가동하며 현지 생산을 늘린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달 현대차 미국판매법인의 미국 내 판매량은 2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트럼프 관세로 대미 수출 4% 감소할 듯”
한국은행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한국 자동차 수출에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미국 관세 정책의 품목별 수출 영향’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라 실질 대미 수출이 4.0% 줄고, 국내 자동차 업계의 국내총생산(GDP) 재화 수출이 0.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비해 자동차와 똑같은 관세율이 적용되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실질 대미 수출은 1.4% 감소하고, 국내 업계의 GDP 재화 수출은 0.3% 줄 것으로 봤다. 반도체는 국내 업계의 GDP 재화 수출이 0.2% 감소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자동차가 다른 수출품에 비해 얼마나 심대한 타격을 받을지 짐작할 수 있는 보고서다.
한국은행은 “국내 자동차 업체의 높은 미국 수출 비중과 25%에 달하는 관세율이 대미 수출의 부정적인 영향을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은 4월 들어 전년 대비 감소세가 확대됐으나 국내 기업의 현지 공장 증설에 따른 효과가 커 모두 관세의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향후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이 점차 뚜렷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관세 회피 등을 위해 미국 현지 자동차 생산을 늘리면 중장기적으로 수출이 더욱 감소할 것이고 국내 영세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매출 감소와 고용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미국 내 관세 정책 논란에 더 복잡해진 통상 협상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적법성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국제통상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전 세계 무역 상대국에 부과한 상호관세 등을 무효화하고 시행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을 포함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퍼붓는 정책을 권한 남용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즉시 워싱턴DC 항소법원에 항소했다. 항소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1심 재판부의 판결에 불복해 긴급 제출한 ‘판결 효력 정지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관세 부과가 중단되는 혼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는 이런 상황까지 고려해 대미 관세 협상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4월에는 대미 자동차 수출 감소 외에도 내수 지표들이 역주행한 것도 전 산업생산지수를 끌어내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전문·과학·기술, 금융·보험 부분이 줄어 전월보다 0.1% 감소했고, 소매판매액지수도 내구재 판매가 부진하며 전달보다 0.9% 감소했다. 설비투자 역시 전월 대비 0.4% 감소하며 2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4월 주요 지표는 관세 영향 등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 소비심리 회복 지연이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건설업 부진 등으로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