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우리말'보다 '숫우리말' 어때요?

'숫총각'의 '숫'은 '본디 생긴 그대로'라는 뜻

어울리는 우리말 없다고 다른 나라말 쓰기보다

토박이말 짜임을 바탕으로 새로운 말 만들어야

2025-05-23     이창수 시민기자
지난해 한글날인 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5회 광화문광장 휘호대회가 열리고 있다. 2024.10.9. 연합뉴스

제가 토박이말을 살려야 한다는 믿음으로 여러 곳에 토박이말을 알려 드리는 글을 쓴 지 열 다섯 해가 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토박이말’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보다 ‘고유어’라는 말을 쓰는 사람, ‘순우리말’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게 참일입니다. 고유어(固有語)는 모두 한자말이고 ‘순우리말’도 앞에 있는 ‘순(純)’이 한자말입니다. 네이버를 비롯한 많은 곳에서 ‘순우리말’이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여러 곳에서 쓰고 있는 ‘순우리말’을 ‘토박이말’이라고 해 주면, 제가 토박이말을 알리는 데 큰 힘이 되겠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토박이말’과 ‘사투리’를 헷갈려 하지도 않을 거라는 생각도 자주 합니다. 더 나아가 ‘순우리말’이라는 말도 토박이말로 바꿔서 쓰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토박이말’보다 ‘순우리말’이 더 널리 알려졌기 때문에, ‘순우리말’을 더 많이 쓰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뭇사람들, 대중이 알고 있는 것에 맞추어 그런 말을 쓰기보다  어느 말이 더 우리말다운 말인지를 따져보고 더 우리말다운 말을 쓰도록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순수한 우리말’이라는 뜻을 담아 쓰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토박이말을 새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러면 다음과 같은 토박이말 짜임을 바탕으로 ‘숫우리말’이라고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눈’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가운데 ‘숫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숫눈’은 ‘눈이 와서 쌓인 그대로의 깨끗한 눈’을 가리키는 말인데 그런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앞가지 ‘숫-’입니다. 그리고 같은 앞가지로 만든 말에 ‘숫총각, 숫처녀’도 있습니다. 여기에 쓴 ‘숫-’에는 ‘다른 것이 섞이거나 더럽혀지지 않은 본디 생긴 그대로’라는 뜻이 있습니다. 이런 뜻을 가진 ‘숫-’에 ‘우리말’을 더해 ‘숫우리말’이라고 하면 ‘다른 겨레나 다른 나라 말의 영향을 받지 않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손수 만든 말'이라는 뜻을 담을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한테도 이렇게 풀이를 해 주면 바로 알아차립니다. ‘토박이말’ 뜻풀이를 해 주고, 마지막에 ‘숫우리말’을 알려 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이 ‘토박이말’은 ‘숫우리말’이라는 것을 널리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이 꼭지가 더욱 널리 알려지면 앞으로 다른 많은 곳에서 ‘토박이말’, ‘숫우리말’이라는 말을 쓰게 될 날이 올 거라 믿고 더 힘을 내겠습니다.

그리고 한 말씀 더 드리겠습니다. 다른 나라 말을 쓰는 사람들이 우리말에 그런 뜻을 가지고 있는 말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도 새로운 말을 만들어 쓴다는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도 어릴 때부터 토박이말을 넉넉하게 가르치고 배워서 새로운 말이 있어야 될 때 알고 있는 토박이말의 짜임을 바탕으로 새로운 말을 만들어 쓸 수 있는 힘을 길러 주야 할 것입니다. 

※ 앞서 경남일보에 실은 글을 고쳐 싣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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