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자정이나 행정부 의지로는 또 '공염불' 될 것
['법치' 가장한 '법비 카르텔' 그 해체를 고민한다] ③
다시 민주공화정 원점으로 돌아가 국회 중심 개혁을
사법부 독립? 더 중요한 국민주권이 내몰리는 현실
특정대 나와 로펌과 사법부 '회전문' 거치며 공룡화
'대한민국 보수는 왜 매국 우파가 되었나?'의 이병권 작가가 지귀연 판사와 조희대 대법원의 최근 행태를 보면서 법비 카르텔의 해체를 제안하는 3부작을 보내왔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외국 사례를 통해 사법 카르텔의 해체 없이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음을 논증한다. 글 싣는 순서는 ① '히틀러의 법기술자들' 우리 곁에도 있다 ② 국민주권 우롱한 브라질 사법 엘리트, 미완의 청산 ③ '시한폭탄'이 된 사법 카르텔 어떻게 해체할 건가, 이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의 사법제도는 중대한 신뢰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윤석열의 12.3 내란 사태 이후 사법부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또 양심과 소신에 따라 재판을 하는 지에 대한 국민적 의문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귀연 판사의 윤석열 석방 결정,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재명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결정은 사법 불신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민주공화정의 가치에 충실한가?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그 시스템은 정상적이며, 지속 가능한가?
역사적으로, 모든 시대의 사상은 반드시 그 시대가 직면한 문제와 이를 극복하려는 방향을 담고 있습니다. 프랑스 혁명기의 계몽사상가들은 ‘자유’와 ‘평등’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들이 겨냥한 적폐는 왕권과 귀족, 교회의 권력 독점, 그것이 낳은 불평등과 빈곤의 고착화였습니다. 사상적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공화주의였고 그 핵심은 입법·사법·행정의 삼권분립을 통해 절대권력의 폐해를 차단하는 체제였습니다. 이후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형식적으로나마 이 공화주의 체제를 채택하게 되었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일단 왕정이 설득력을 잃자, 일부 권력자들은 ‘강력한 국가’를 명분 삼아 대중을 선동하고, 외양만 공화주의인 전체주의 체제로 나아갔습니다. 입법과 사법이 행정부에 종속된 ‘무늬만 공화국’이 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타겟이 되는 기관은 의회입니다. 프랑스 혁명은 삼부회의 반란에서 시작됐고, 러시아에서는 볼셰비키와 멘셰비키가 의회를 놓고 격돌했습니다.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독일의 히틀러 역시 합법적으로 의회 권력을 장악한 뒤 파시즘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승만 대통령은 1952년 부산 정치 파동 당시 국회를 협박하고 계엄령을 선포해 대통령 직선제를 관철합니다. 이처럼 의회는 민주공화정의 출발점이자 최후의 방어선입니다. 의회가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고 있을 때, 행정부와 사법부도 민주주의 가치를 존중하게 됩니다. 동시에 삼권분립 체제는 입법부의 독주를 사법과 행정이 견제할 수 있는 균형 구조에서 작동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 우리가 이토록 공화정의 작동 원리를 다시 짚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지금의 법비 카르텔을 해체하는 주체는 사법부 내부의 자정이나 행정부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며, 반드시 입법부가 중심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지금 대한민국의 사법체계가 민주공화정의 기본 작동을 방해할 만큼 심각한 구조적 위기에 빠졌다고 판단합니다.
사법부가 지난 수십 년간 과연 국민의 자유와 평등, 권리를 지키는 데 충실했는지 자문해 보면 긍정적인 답을 얻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해방 이후 80년 가까이 독재 권력과 결탁하고, 체제를 옹호하며, 지배 권력의 이익에 복무해 왔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 사태 이후,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에서는 사법부가 오히려 자기 이익 보호에 더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특히 윤석열 정권의 내란 행위에 대해 묵인 내지 방조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일부 판사와 법관이 사실상 내란세력과 한몸이 아니냐는 국민의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원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원칙적 주장조차도 설득력을 잃고 있습니다.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 법원의 결정이 법적 정당성을 갖는다는 주장은 결국 껍데기만 남은 삼권분립을 유지하자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사법부가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구조 자체가 거대한 지배엘리트 카르텔로 굳어졌기 때문입니다. 특정 대학, 특정 전공 출신이 로스쿨을 통해 법조인이 되고, 대형 로펌에 입사해 사회적·경제적 네트워크를 쌓은 뒤 판사로 임용되면, 로펌과 사법부 간의 유착이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이렇게 형성된 엘리트 법조 카르텔이 수직적 계급 구조를 유지하며 권력의 핵심을 점유하는 것입니다.
필자는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일부 판사의 결정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들은 오랜 시간 지배엘리트로 성장해 왔고, 스스로 국민 위에 존재하는 존재로 착각하며,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위치에 있다고 믿는 듯합니다. 특히 조희대 대법원장은 장막 뒤에 있어야 할 ‘연출자’가 스스로 무대 위 ‘배우’로 나서 내란과 대선의 운명을 좌우하려는 오만을 보였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민주공화정의 근간인 삼권분립 정신에 정면 위반입니다. 그렇기에 지금은 그 무대와 배우들, 그리고 장막 위 지휘자까지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할 시점입니다.
그렇다면 해체와 개혁의 기준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첫째, 법비 카르텔을 깨기 위한 인적 쇄신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특정 학교, 특정 계열 중심의 인사 구조를 과감히 개혁해야 합니다. 사법부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법원이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구조는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한 국민적 통제가 가능한 절차를 도입해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권력의 통제 없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사법부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셋째, 입법부가 헌법 개정을 통해 사법 시스템의 설계 자체를 재구성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사법 권력이 국민의 주권 아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는 국민입니다. 사법부는 국민의 명령을 대리하는 기관이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법비 카르텔의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나 ‘제도 운용의 오류’ 수준이 아닙니다. 헌정 질서를 근본부터 위협하는 체계적 위기입니다. 그렇기에 지금은 원칙과 상식을 복원해야 할 때이며, 민주공화정의 토대를 다시 세워야 할 시점입니다. 이 개혁의 주체는 국민입니다. 그리고 그 국민의 뜻을 제도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입법부입니다. 정치가 실종된 시대, 사법 권력이 정치를 삼키는 현실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국민의 힘으로, 법비 카르텔을 해체하고, 다시 공화정을 세우는 것입니다.
소수 대법관, 특권의 출발점
첫째, 대법관 수를 대폭 늘려야 합니다. 현재 대법관은 14명뿐입니다. 수천 건의 상고 사건을 14명이 감당한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대법관 수를 늘리는 대신 ‘상고법원’ 같은 편법적인 대안을 제안해 왔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대법관 숫자가 적어야 희소성이 생기고, 그 희소성이 은퇴 후 대형 로펌의 고문 자리를 보장하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국민의 사법 정의를 담보로 자신들의 시장 가치를 유지해 온 셈입니다. 대법관 수는 최소 30명, 필요하다면 50명까지 늘려야 합니다. 특정 학벌 출신의 독점도 이 구조 속에서 생겨난 병폐입니다. 다양성을 보장하고, 폐쇄적인 담합 구조를 깨는 것이 우선입니다.
둘째, 배심원제를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형사재판에 배심원이 참여하는 범위를 넓혀야 합니다. 현재의 재판 구조는 3인 이하 판사로 구성된 소규모 재판부가 모든 결정을 내리는 방식입니다. 독단과 오판의 여지가 큽니다. 배심원제는 완벽하지 않지만 최소한 판사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장치입니다. 미국과 유럽 다수 국가에서 이를 운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셋째, 모든 재판은 공개가 원칙이어야 합니다. 지귀연 판사가 윤석열 내란 공범자들에 대한 재판을 기성 언론에도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방식입니다. 미성년자 범죄나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사안이 아닌 이상, 재판은 국민 앞에 열려 있어야 합니다. 재판 과정을 녹화하고 필요하면 열람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합니다. 재판은 국가 권력 행사입니다. 감시받아야 할 권력이지 숨겨야 할 사적 권리가 아닙니다.
넷째, 대법원장의 인사권은 분산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대법원장이 사실상 모든 법관 인사권을 쥐고 있습니다. 상명하복 문화는 이 구조에서 비롯됩니다. 독일처럼 의회 또는 독립적인 위원회가 인사를 심의하고 결정하는 체제로 바꿔야 합니다. 상급자의 비위를 건드리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구조에서 그 누구도 진실을 말할 수 없습니다. 다섯째, 사법부의 투명성을 제도화해야 합니다. 판결문 공개, 재판 일정 공지, 판사 성향 분석 등 국민이 사법 과정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전관예우’라는 그늘 아래 작동하는 사법시스템은 반드시 바꿔야 합니다.
여섯째, 사법부 내부 감시기구를 신설해야 합니다. 내부 비리를 감시하고 고발자를 보호할 수 있는 독립된 기구가 필요합니다. 법원 내부의 문제를 법원 스스로 감시하도록 둔다면 개혁은 영원히 제자리걸음일 뿐입니다.
사법개혁 순서와 전략
사법카르텔에 대한 개혁은 국회가 중심이 된다 해도 많은 논의와 시간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지귀연 판사나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과 같이 내란 척결 과정에서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사안들은 단호하고 신속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80년 묵은 때를 벗기는 문제는 결코 쉽고 용이한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많은 논의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일의 순서와 방향을 잡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순서를 잡아 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단기 과제로 사법부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정보공개 확대,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등 국회에서 대법원과 손쉽게 합의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추진 방침이 서면 6개월 이내에 결정할 수 있다고 보입니다.
둘째, 중기 과제로 대법관 수 확대, 배심원제 도입, 대법원장의 인사권 분산 등 제도적 개혁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최소 1~2년 정도를 목표로 국회와 차기 정부의 법무부가 대법원과 협의하여 진행해야 합니다.
셋째, 장기 과제입니다. 사법부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문화적 변화 유도의 문제입니다. 사법부의 조직 문화를 전반적으로 바꾸어야 하는 것이므로 지속적인 교육프로그램 확보와 연수 각종 조직 내 고발 제도 정착, 정보공개와 국민소통 강화를 위한 방안 마련, 시민의 법원 제도 참여와 감시 방안 확대 등이 모색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법 접근성 및 공정성 강화의 문제를 톺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법률구조 개선의 문제가 있습니다. 경제적 약자와 사회적 소수자의 법률 접근성 보장 방안, 공익변호사, 법률구조공단, 시민단체와 협의가 필요합니다. 지역 간 사법 격차 해소도 필요합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재판 인프라 불균형 문제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및 시민단체와 논의가 필요합니다.
법관·검사의 인사 및 감시 시스템 개편을 위해서는 법관에 대한 탄핵 및 징계제도 혁신이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감시 기구, 시민추천제나 공직자윤리위원회 등 외부 견제 장치를 마련하는 게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검찰권 남용 방지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고 기소권을 별도 기관으로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합니다.
사법개혁은 민주공화국 재설계의 출발입니다
단순히 법조항 몇 개 고치는 것으로 끝낼 일이 아닙니다. 내란에 가담하고, 국가 권력을 사유화한 법비들을 정리하지 못하면, 어떤 개혁도 지속될 수 없습니다. 국회가 중심이 되어 시민사회와 긴밀하게 소통해야 합니다. 보수언론과 극우세력의 방해공작이 반드시 뒤따를 것이라고 봐야합니다. 그래서 더욱더 시민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민주언론을 키우고, 시민과 함께 가는 길만이 사법개혁을 뿌리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