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실적에 가려진 쿠팡의 갑질과 부당노동행위

1분기 매출 11.5조, 영업이익 2337억 역대급

작년 플랫폼 분쟁 신청 3건 중 1건, 쿠팡 관련

택배 노동자 연중무휴 근무…과로사 위험 수위

실적 좋자 10억 달러 자사주 매입 깜짝 발표

주주 환원 정책에 앞서 사회적 책임 강화해야

2025-05-07     장박원 에디터

쿠팡이 올해 1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국내 소비가 극심한 침체에 빠진 데다 온라인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도 매출과 이익이 모두 늘었다. 거대 플랫폼의 막강한 구매력과 인기 상품 선정 능력, 로켓배송 등이 상승 작용하며 호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인수한 명품 온라인 플랫폼 파페치 등 신규 사업도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다만 다른 온라인 플랫폼에 비해 분쟁 건수가 많고, 부당노동행위가 끊이지 않는 등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 측면에서는 여전히 개선해야 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 배송차량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쿠팡, 1분기 매출 분기 기준 최대 기록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쿠팡Inc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337억 원(1억 5400만 달러·분기 평균 환율 1452.66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0% 증가했다고 7일 발표했다. 매출은 11조 4876억 원(79억 800만 달러)으로 21% 늘었다. 매출은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1656억 원(1억 1400만 달러)으로 작년 1분기 318억 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원화로 환산한 실적이 좋아진 것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영향도 있다.

하지만 장기간 소비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늘고 있는 쿠팡의 저력은 다양한 상품과 빠른 배송 등 소비자 편익에 나온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위해 전국 곳곳에 물류센터를 건립했다. 물류 인프라 구축에 투입한 투자비가 많아 10년 가까이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다른 온라인 플랫폼을 압도할 정도로 공격적인 투자와 영업에 나선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단순 이용자뿐 아니라 유료 멤버십 가입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는 매출 증대와 함께 수익성을 개선하는 토대가 된다.

 

쿠팡 실적 추이. 연합뉴스

신사업도 순항 중…자사주 최대 10억 달러 매입

신사업도 순항 중이다. 작년 1월 말 인수한 명품 온라인 플랫폼 파페치는 지난해 4분기 418억 원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흑자를 기록했다. 쿠팡이 파페치를 인수할 당시에는 부도 위기에 몰릴 만큼 힘든 상태였다. 다양한 명품 브랜드를 190개가 넘는 국가에서 판매하는 우량 플랫폼이었으나 무리한 인수합병 등 경영 실패로 기업 가치가 급락했다. 쿠팡에 인수된 뒤 기사회생하며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대만 사업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국에서 입증된 로켓배송 시스템을 이식한 결과다. 쿠팡은 지난 3월 대만에 와우 멤버십을 도입했고 얼마 전부터 직고용 배송인력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또 물류센터와 배송 캠프를 대만 주요 도시에 구축하고 있다. 쿠팡은 대만 진출 이후 물류시스템 등에 약 5000억 원을 투자했다. 쿠팡은 파페치와 대만 로켓배송 등 성장사업 부문 매출이 약 1조 5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로 높아졌다.

쿠팡은 1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주주환원 차원에서 최대 10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쿠팡Inc가 2021년 3월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이후 이 정도 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건 처음이다. 쿠팡Inc 주가는 상장 당일 장중 69달러까지 오르며 기대를 모았으나 최근에는 2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주환원 정책은 저평가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쿠팡의 두 번째 대만 풀필먼트센터. [쿠팡 제공] 연합뉴스 

쿠팡 온라인 플랫폼 분쟁 네이버의 2.4배

쿠팡이 호실적을 기록하며 질주하고 있으나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 측면에서는 문제가 많다. 지난해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온라인 플랫폼 분쟁 신청 3건 중 1건은 쿠팡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대 플랫폼의 지위를 남용하며 발생한 분쟁이 대다수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세희 의원이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소비자원에 접수된 온라인 플랫폼 분야 불공정 분쟁 조정은 총 333건이었다. 이 중 주식회사 쿠팡과 쿠팡이츠 서비스 등 쿠팡 관련 분쟁 신청이 114건으로 가장 많았다. 플랫폼 관련 분쟁 조정 34%가 쿠팡 관련 사건이다.

네이버 관련이 47건, 배달의민족 관련이 41건으로 뒤를 이었다. 건수만 보면 두 플랫폼 모두 쿠팡의 절반도 안 된다. 2023년 쿠팡 관련 분쟁은 75건으로 온라인 플랫폼 1위였으나 2위였던 네이버 관련이 49건으로 차이가 크지 않았다. 작년에는 네이버 관련 분쟁 신청은 소폭 줄어들었으나 쿠팡 관련은 큰 폭으로 늘면서 격차가 1.5배에서 2.4배로 벌어졌다.

분쟁 조정 접수 건수가 많다는 것은 판매자와 플랫폼 간, 판매자와 판매자 간 갈등이 그만큼 자주 발생하며 이중 상당수가 자체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2023년부터 올해 3월까지 접수된 쿠팡 관련 분쟁은 대부분은 쿠팡이 ‘갑’의 위치에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며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 기자실에서 쿠팡㈜ 및 쿠팡㈜의 자체브랜드(PB)상품을 전담하여 납품하는 쿠팡의 100% 자회사인 씨피엘비㈜의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400억원(잠정)을 부과하고 각각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4.6.13. 연합뉴스

택배 노동자 부당 대우 논란도 여전

쿠팡은 지난해 6월 자사브랜드(PB) 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을 동원해 긍정적인 구매 후기를 달아 높은 별점을 부여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1일 쿠팡과 PB 상품 자회사인 씨피엘비(CPLB)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쿠팡은 직매입 상품과 PB 상품 5만 1300개의 검색 순위를 16만여 회에 걸쳐 임의로 지정한 혐의를 받고 있다.

택배 노동자에 대한 부당 대우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월 쿠팡은 노동자 권익 보호와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상생 협약을 맺었다. 택배 노동자에 대한 부당 대우를 근절하고 근무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쿠팡 대표는 협약식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도 다짐했다. 그러나 협약이 잘 이행되지 않아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다. 쿠팡은 주주환원에 1조 4000억 원가량을 쓰겠다고 했는데 택배 노동자와 입점 업체 등 이해관계자에 대한 책임 경영에도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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