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UAE의 적은 이란" 쓸데없이 자극…또 외교 실책
아크부대 장병들에게 "UAE 안보는 바로 우리 안보"
"UAE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 이란, 우리 적은 북한”
'아크부대의 적은 이란'이란 논리 성립할 위험성 커
러시아·중국 이어 이란까지, 대통령 발언 위험 수위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UAE에 파병된 우리의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하면서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은 격려사를 통해 이같이 말하고 “우리와 UAE는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강조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여기가 바로 여러분들의 조국”이라며 “우리 형제 국가인 UAE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 “UAE의 적은 이란”…불필요한 이란 자극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란의 반발 등 파장을 예고한다. 직접적으로 ‘이란은 우리의 적’이라고 발언한 것은 아니나,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그런 뉘앙스를 짙게 풍기기 때문이다. 한국에 3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한 UAE와의 친밀성을 강조하고 아크부대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발언 내용이 지나치게 자극적인 게 사실이다.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말과 “우리의 적은 북한”이란 말은 논리적으로 볼 때 서로 관계가 없다. 두 가지 발언에서 ‘우리의 적은 이란’이란 명제를 끌어낼 수는 없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아크부대 장병을 상대로 한 “여기가 바로 여러분들의 조국”이라는 발언이 덧붙여지면, 자칫 ‘아크부대의 적은 이란’이란 논리가 성립할 위험성이 있다. 게다가 “우리 형제 국가인 UAE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는 발언이 추가되면 그런 해석의 여지는 더 커지게 된다.
아크부대 장병 격려 “여기가 바로 여러분들의 조국”
국방부에 따르면, 2022년 12월 현재 아크부대 장병은 146명이 UAE 아부다비에 주둔하고 있다. 2011년 1월 최초 파병을 시작으로 8개월을 주기로 교대한다. 임무는 UAE 특수전 부대 교육훈련 지원과 연합훈련 실시, 유사시 교민 보호 등이다. UAE군과 함께 ‘공동의 적’을 상대로 한 전투 행위는 아크부대의 임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UAE와 이란은 갈등은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이슬람 종파 간의 갈등이다. 한국이 거기에 끼어들 필요는 없다. UAE와의 관계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굳이 1962년 수교 이후 외교관계 및 교역을 이어오는 이란을 적으로 돌리는 듯한 인상을 줄 필요는 없다. 또한 북한이 이란과 긴밀한 관계라고 해서 이란까지 적으로 여기는 듯한 모양새도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수반이 직접 그런 뉘앙스를 풍기는 발언을 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우리 형제국가인 UAE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
지난 11일 공개된 윤 대통령의 AP통신 인터뷰 발언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갈등이 신속하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국제사회가 침략 행위에 적절한 규제와 처벌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할 수 있다. 이런 메시지는 북한의 도발을 더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침략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적절한 규제와 처벌’을 촉구하는 뜻으로 읽힐 수 있어 러시아와의 관계를 불필요하게 악화시킬 소지가 다분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러시아·중국 이어 이란까지, 대통령 발언 위험 수위
그뿐만이 아니다. 작년 11월 13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한국 대통령으로선 유례 없는 직설적 표현으로 러시아와 중국을 면전에서 비판하기도 했다. 러시아에는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법 위반이자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중국이 예민하게 느끼는 남중국해 갈등에는 “유엔 해양법 협약을 포함한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긴장 고조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우리와 별다른 이해관계도 없는 일에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하고 나서 중국을 자극한 셈이다.
민주당 "국익 훼손 외교 참사 당장 중단하라"
한편,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또 한번 외교참사를 일으켰다면서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현정 민주당 대변인은 16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의 발언은 국익을 해치는 외교적 실언"이라며 "이란과의 긴장감을 키움으로써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외교 참사는 어디까지인가"라고 묻고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가장 큰 리스크다. 윤 대통령은 국익을 훼손하고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외교 참사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