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마녀사냥에 동조했던 한겨레 등 진보진영의 업보

언론 '아니면 말고' 보도, 검찰 먼지털이 수사

이용수 할머니 오해에서 시작…"나는 잘 몰라"

수십 년 헌신해온 활동가가 파렴치범으로 둔갑

수많은 의혹 제기에도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나

한겨레‧경향신문‧지식인들 함께 돌 던지고 외면

이제 부메랑으로…윤 정부 시민사회 공격 방식

2023-01-15     전지윤 사회운동가·'연속성과 교차성' 저자
출처 : '윤미향과 걸어가는 사람들' 페이스북 페이지

지난 1월 6일 재판에서 검찰은 윤미향 의원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윤미향 의원은 눈물을 흘리면서 최후진술을 했다고 한다. 지난 2년 반 동안의 고통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하는 사람들은 이 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팠을 것이다. 그동안 검찰과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대부분의 기성언론은 매우 잔인하고 집요하게 윤미향 의원을 파렴치한으로 낙인찍고, 조리돌리고, 마녀사냥해왔다.

먼저 많은 이들이 이 문제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님의 고발을 통해서 시작됐다고 알고 있는데, 그것은 중요한 혼동이다. 2년 반 전 이용수 님 기자회견의 핵심은 '위안부 문제 해결해준다고 하더니 혼자 국회의원이 됐다'는 오해와 서운함이었다. 당시 이용수 님은 "자기 욕심만 채우려 국회에 들어가는 것 같아 배신감이 들고 서럽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기자회견 이후에 벌어진 사태의 전개와 발전이었다. 보수적 족벌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빌미 삼아 수많은 '아니면 말고'식의 의혹들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익숙한 '시민단체'들이 등장해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을 고소‧고발했고, 검찰은 이를 근거 삼아 수차례 압수수색을 벌였다. 그러자 이용수 님은 "난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그(기자회견) 뒤로 (의혹들이) 너무 많이 나왔더라"고 했다.

즉 이용수 님이 뭔가 사실을 알고서 고발을 한 것이 아니라, 언론이 수많은 기사를 쏟아내고 검찰이 수사를 하니까 '뭔가 있으니까 그런 게 아니냐'라고 되물었던 것이다. 어떤 시민단체나 피해자-연대자 간의 관계에서도 흔히 있을 수 있는 내부적 오해나 갈등이 핵심이 아니었고, 그것을 계기로 이용해서 시작된 검찰-언론의 거대한 마녀사냥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주요 언론들은 검증되지 않은 보도를 통해서 윤 의원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수십 년간 일본의 전시 성노예 범죄에 맞서 피해자와 헌신적으로 연대해 온 사람이 순식간에 '파렴치한 횡령범'으로 둔갑했다. 오랜 세월의 헌신과 성과는 한순간에 누더기가 됐고, 피해자와 연대자의 인간적 관계는 이간질당하고 파괴됐다.

확인되지도 않은 수 많은 의혹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됐고, 가만있으면 의혹은 사실이 됐고, 해명하면 피해자와 싸우는 사람이 됐고, 하나를 해명하면 또 하나가 제기됐고, 반박의 내용이 다시 공격받는 빌미가 됐다. 윤 의원의 남편이, 딸이, 아버지가 끌려 나왔다.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신이 나서 윤 의원의 가슴에 못을 박아댔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좌파의 기괴함"(국민의힘 허은아), "할머니를 앵벌이를 시켜서 국회의원까지 됐다", "할머니를 우려먹고 있다", "윤미향은 인류가 낳은 가장 잔인한 악마"(서민‧진중권) 등 포털의 이런 기사와 글들에는 '그 돈들은 조총련으로 갔을 것', '파렴치한 위선자', '기생충', '간첩', '빨갱이' 등 온갖 막말과 댓글이 달렸다.

 

출처 : '윤미향과 걸어가는 사람들' 페이스북 페이지

윤 의원의 영혼은 너덜너덜한 만신창이가 돼갔고, 이마에는 '할머니들을 이용해 돈을 벌고 비리를 저지르고 의원 자리까지 차지한 마녀'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언론의 기사들, 지식인의 비아냥들, 공유와 '좋아요'는 윤 의원의 심장을 찔러대는 수천수만 개의 바늘이 됐다. 그러한 조리돌림과 몰아가기에는 '누구 한 명이 죽을 때까지 가보자'는 살기까지 느껴졌고, 결국 정의연 마포쉼터 손영미 소장님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검찰은 수차례 압수수색을 통해 10년치가 넘는 정의연의 회계장부를 뒤지고, 윤의원의 가족과 주변 지인들까지 압수수색하고 계좌추적하면서 초미세 먼지털이를 해놓고도 막상 별다른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결국 2년이 넘는 수사와 기소, 재판 단계를 거치면서 윤 의원에 대해 제기됐던 수많은 의혹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공금을 유용해 딸의 유학비를 마련했고 아파트를 장만했다', '부친을 쉼터 관리인으로 등록해 돈을 퍼줬다', '맥주집에서 공금으로 술잔치를 벌였다', '쉼터를 헐값 매각해 차익을 얻었다', '배우자에게 일감을 몰아줬다', '위안부 피해자의 장례지원금을 횡령했다' 등 언론이 가장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보도했던 대부분 의혹이 불기소와 무혐의가 됐다.

그럼에도 '영혼까지 털어내기와 죽을 때까지 찌르기'는 끝나지 않았다. 검찰은 여전히 몇가지 억지 혐의들을 붙들고 윤 의원에게 무려 5년의 중형을 구형했고, 대부분 언론은 윤 의원에게 붙여진 낙인과 주홍글씨를 전혀 벗겨주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는 요즘도 툭하면 '가짜 진보들의 위선의 악취가 코를 찌른다' 운운하면서 윤미향 의원을 그 사례로 드는 사설과 칼럼들을 계속 싣고 있다.

그래서 판결 결과에 대해서는 낙관하기 힘들다. 좌표를 찍고 검찰과 언론이 손잡고 여론몰이를 하면 거기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한국 사회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미 여론재판을 통해서 윤미향 의원은 '마녀'로, 유죄로 낙인찍혀 있고, 검찰총장 출신과 검사들이 대통령과 정부 요직에 있는 '검찰공화국'에서 재판부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을 떨치기 어렵다.

 

출처 : '윤미향과 걸어가는 사람들' 페이스북 페이지

더구나 지난 2년 반 동안 대부분의 개혁적 언론과 진보적 지식인, 시민사회단체들도 윤 의원에 대한 마녀사냥에 외면, 침묵, 심지어 일부는 동조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경계가 모호한 진중권, 김경율 같은 이들만이 아니라 다른 진보적인 지식인들도 '기득권이 돼버린 민주당과 586의 위선과 부패'를 언급하면서 툭하면 윤미향 의원을 그 사례로 언급해 왔다.

이런 분위기에서 민주당은 자신들이 국회로 영입한 윤미향 의원을 진작에 '손절'해 버렸다. 사회운동의 연장이었을 국회로 가서 윤 의원은 끔찍한 가시밭길만 걷다가 결국 지난해 민주당에서 출당 제명을 당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지금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윤미향과 정의연에서 보듯이'라고 하면서 여성가족부 해체와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다양한 공격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금 감사원, 검찰 등에서 샅샅이 뒤지고 있다고 하는데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에게 했던 방식으로 꼬투리를 잡고 악의적으로 부풀리며 문제 삼기 시작하면, 특히 시민사회단체의 재정과 회계가 아직 체계적으로 정립되지 못했던 초기 상황들을 파헤쳐서 억지를 부리기 시작하면 이런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기에 다음 표적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검찰-언론-보수세력의 윤 의원 사냥과 몰이를 함께 막아서는 게 중요했던 것이다.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의 주장과 운동방식에 대해서 비판적이거나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윤미향 의원이 민주당으로 가게 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평소에 무슨 서운하고 불편한 감정이 있었더라도 등을 돌리지 말아야 했던 것이다.

이것은 정치검찰과 보수언론들이 시민사회단체들의 회계 투명성을 높여주고, 시민사회 운동의 더 많은 성찰과 발전을 돕기 위한 의도에서 열어준 공간이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미향 의원에 대해 거리를 둔 채 쓴소리만 던지는 것은 고마운 충고나 생산적 토론이 아니라 더 큰 상처만 됐다.

이런 메커니즘의 바탕에 무엇이 있는지는 최근 불거진 '대장동 김만배와 법조기자들의 돈거래'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마당발 법조기자였던 김만배는 특수부 전관 고위직 검사들과 언론인들을 연결해 준 중간다리였다. 특수부 검찰과 언론사 법조팀은 이런 식의 유착을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자신들이 좌표 찍은 사람들을 낙인찍고, 몰아가고, 사냥해 온 셈이다.

여기에 <한겨레> 기자도 포함돼 있었다는 게 사람들에게 충격과 실망을 주는 상황이지만, 지금 <한겨레>와 해당 기자에 대한 의혹을 너무 기정사실처럼 단정하고, 매도하고, 몰아가는 건 타당하지 않을 것이다. 검찰이 흘리고 언론이 받아쓰면서 누군가를 낙인찍고 몰아가는 행태가 바로 검언 카르텔이 써온 수법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한겨레> 구성원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이번 기회에 윤미향 의원 같은 검언정 카르텔의 피해자들이 지옥 같은 고통을 겪을 때 자신들이 과연 어떤 외면, 침묵, 방관, 심지어 동조를 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이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것인지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은 대대적인 사냥이 시작된 초기에는 슬금슬금 그 뒤를 따라가기 시작하더니, 곧이어서 '윤미향과 정의연의 운동 방식에는 이런저런 문제가 있었다'며 작은 돌들을 더 얹어서 던지기 시작했다. 설사 그 비판들이 타당했다고 해도, 당시 상황과 맥락에서 그것이 생산적인 토론이 아니라 어떤 역효과만 낼 것인지 과연 몰랐을지 의문이다.

그러더니 나중에 재판이 진행되면서 검찰과 언론의 의혹 제기들이 얼마나 근거 없고 부실한 것이었는지 드러나기 시작하자, 이제는 거의 그런 소식을 전하지도 않으면서 관심을 끊어버리는 태도를 취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은 이제라도 윤미향 의원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얼마나 모순과 허점이 많은 엉터리인지 등을 보도해야 한다. 윤미향 의원이 어떤 최후진술을 했는지라도 보도해야 한다.

나아가 그런 보도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거대한 사회적 편견, 낙인이 생겨나는 동안에 침묵하거나, 그런 보도들을 의심 없이 믿어주거나, 한두 마디 말과 글을 보태면서 그것을 거들었던 우리 모두의 책임도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 윤미향 의원은 '공금 횡령범'도 아니고 '위안부 피해자들을 등쳐먹은 사기꾼'도 아니며 30년을 헌신해 온 소중한 활동가라고, 이 모든 부당한 마녀사냥을 중단하라고.

 

출처 : '윤미향과 걸어가는 사람들' 페이스북 페이지

"제 개인의 고통과 별개로 제 사건으로 인해 일어나는 이러한 일들을 두 눈 뜨고 지켜보기에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지난 2년 반의 시간이었습니다. … 피해자들과 활동가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이 겪고 있는 이러한 고통의 시간들을 멈추기 위해 저는 죽음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 저는 제 개인의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의도로 정대협에서 일하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절절한 심정으로 말씀드립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제가 개인적으로 경험한 것은 삶이 무너지는 것과 같았습니다. 연일 확인되지 않는 수십 개의 악성 기사들이 터져 나와 일일이 대응할 여력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 이미 무혐의로 불기소된 내용들조차 여론에 묻힐 만하면 다시 기사화되고 그 기사는 다시 대중들과 정치권에서 저를 마녀로 공격하는 화살촉이 되어 날아왔습니다. … 여전히 인터넷상에는 해당 기사들이 2차, 3차 생산물이 되어 악성댓글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검찰 조사를 받은 후 심한 가슴앓이를 해야 했고, 병원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 아파트 현관문까지 찾아와 초인종을 누르던 기자들 때문에 집에 홀로 있던 제 딸은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윤미향 의원 최후진술)

☞ 윤미향 의원 최후진술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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