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하나? 트럼프 "한국 상호관세 25%" 문서엔 26%
한국 외에 7개 나라도 발표-행정문서 1%차
기본 10%+추가 합산…중 34%, 일 24%, EU 20%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등은 이번 대상서 제외
“관세율 협상(딜)을 위한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2차 대전 치달은 1930년대 관세전쟁 교훈 잊었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2일 오후 4시(한국 3일 오전 5시) 이미 예고해 온 대로 수입품에 대해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열린 발표식 연설에서 “4월 2일은 미국 산업이 재생한 날, 미국이 다시 풍요로워지기 시작한 미국 ‘해방의 날’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미국역사상 가장 중요한 날의 하나”라고 자찬했다.
기본 10%+추가 합산...중국 34%, 일본 24%, EU 20%
그가 발표한 각국별 적용 관세율은 한국이 25%, 중국은 34%, 일본 24%, 베트남 46%, 대만 32%, 유럽연합 20% 등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이후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 부속서에는 26%로 적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가 백악관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행정명령 부속서에 표기된 수치(26%)를 따라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용했던 패널과 행정명령 부속서에 한국의 상호관세율이 달리 표기된 이유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행정명령 부속서에는 한국 외에도 인도와 스위스, 남아프리카공화국, 필리핀, 파키스탄, 세르비아, 보츠와나 등도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관세율보다 1%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와 있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하며 제시했던 패널과 행정명령 부속서상 관세율 차이를 인지하고 미국 측에 문의해 놓았다.
미국의 상호관세율은 각국 모두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10% 기본관세율(최저관세율)에 각국의 비관세장벽 등을 감안해 미국이 따로 산정한 관세율을 추가해 합산한 것이다. 각국별 추가관세율은 비관세장벽 등을 감안해 미국이 자의적으로 계산한 ‘실질적 관세율’의 약 절반 정도를 추가하는 것이다. 추가관세 적용을 받는 대상국은 이른바 ‘더티 15국’(한국 포함)을 포함해 트럼프 정부가 “최악의 위반자”로 지목한 대상들인데, 약 60개 국가, 지역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정부는 일본에 대해서는 100만 대 이상을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 분야의 미국산 자동차 수입 규제장벽, 700%에 이르는 수입쌀에 대한 관세 등을 문제삼아 실질 관세율을 46%로 산정했고 그 중 절반 정도인 24%를 추가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이미 발동 중인 20% 관세에다 이번에 34%를 더 추가했다.
기본(최저)관세율은 5일 오전 0시 1분(한국 5일 오후 1시 1분)부터 발동되며, 추가관세율은 9일 오전 0시 1분(한국 9일 오후 1시 1분)부터 발동될 예정이다. 3일부터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추가관세도 발동된다.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등 별도 추가관세품은 이번 대상서 제외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철강과 알루미늄 등 분야별, 제품별 추가관세 부과 품목은 이번 상호관세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이번 조치는 1조 2000억 달러(약 1763조 원. 2024년)에 이르는 연간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동공화한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목표를 내건 것으로, 미국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에 근거를 둔 조치다.
2차 세계대전으로 치달은 1930년대 관세전쟁 교훈 잊었나
그러나 상대국들의 보복관세와 보호주의 및 내셔널리즘 고조, 블록화, 미 국내 인플레율 상승 등으로 세계경제와 미국경제 모두를 위축시키고, 연쇄적인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정치적 대립을 완화해 온 경제적 상호의존과 협력 메커니즘을 파괴함으로써 최악의 경우 세계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1930년대의 세계공황 때 미국이 주도한 농산품과 공업제품 30~40% 고율 관세 부과가 전 세계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내달린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의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돼 왔다. 2차 대전 뒤 세계는 그 교훈을 살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간 협력틀을 만들어 관세율을 최저 3%대로 내렸다. 1990년대 이후 이른바 ‘선진국’의 다국적기업들이 저임금을 비롯해 원가가 싼 개도국 등으로 제조업 거점을 옮겨 이익률을 높이는 세계적 분업체제를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다국적기업과 선진국들은 막대한 이익을 얻었으나, 제조업 해외 이전에 따른 산업공동화로 전통적인 중산층이 몰락하면서 기존 정치에 대한 그들의 반발이 커지자 그들의 표를 겨냥한 극우적 정치세력이 부상했고, 트럼프의 공화당이 대표적이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당선된 배경이다.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해 지난 1월 20일 취임한 트럼프 2기 정권(트럼프 2.0)은 그런 미국내 현실을 토대로 ‘관세전쟁’을 더욱 극단적 형태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팽대한 무역적자를 고율관세로 해소하려는 것은 적자의 원인을 외부요인 탓으로만 돌리는 것으로, 미국이 싼 수입품을 통해 얻는 막대한 이익, 과잉소비 등을 간과하거나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의 과도한 소비 생활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해소될 수 없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관세율 협상(딜)을 위한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언제든지 전화를 받을 수 있다”며, 상호관세 발동 뒤에 관세율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상대국의 ‘딜’(협상/거래) 요청에 응할 여지가 있음을 밝혔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추가관세를 상대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압박수단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