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보도가 탄압 부르고 탄압이 미디어를 키운다
MBC 신뢰도 1위 등극의 의미
KBS에 이어 만년 방송사 신뢰도 2위에 그쳤던(그나마 이명박 박근혜정권 때는 순위에도 끼지 못했던) MBC가 지난해 4분기 미디어 신뢰도 조사에서 전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것도 경쟁사인 KBS가 매 분기 조사 발표하는 조사에서다.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는 MBC 22.6%, KBS 20.5%, TV조선 8.1%, JTBC 7.1%, 네이버 5.4% 순이다.
'가장 신뢰하는 방송사'는 MBC 28.6%, KBS 23.0%, JTBC 10.9%, TV조선 9.1%, YTN 8.7% 순이다.
'가장 신뢰하는 방송사 뉴스'는 MBC 28.1%, KBS 22.9%, TV조선 10.0%, JTBC 9.3%, YTN 9.3% 등이다.
'가장 선호하는 방송사'는 MBC 27.7%, KBS 19.9%, JTBC 12.1%, TV조선 10.0%, YTN 8.4% 순이다.
TV조선과 현격한 신뢰도 차이
KBS공영미디어연구소가 지난해 12월 15일~17일 조사해 지난 10일 발표한 이 조사에서 MBC는 전 분기 대비 언론 매체 신뢰도 8.4%p, 방송사 신뢰도 9.5%p, 방송사 뉴스 신뢰도 8.1%p, 방송사 선호도 7.8%p가 상승해 KBS 미디어 신뢰도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MBC는 3분기(K19.1-M14.2) 2분기(K23-M10) 1분기(K19.8-M12.3) 모두 KBS에 크게 뒤졌었다. 더 놀라운 것은 2분기만 해도 10%-7.8%로 TV조선과 신뢰도에서 큰 차가 없었던 MBC가 4분기에서 22.6%-8.1%로 그 격차(14.5%)를 크게 벌렸다는 사실이다. 방송사로만 대상을 좁히면 28.6%-10.9%로 격차(17.7%)가 더 벌어진다.
언론진흥재단에서 지난해 7월 28일부터 10월 20일까지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언론매체 신뢰도 조사에서도 가장 신뢰도 있는 언론·매체는 KBS(28.1%)였고 MBC(16.6%)는 한참 뒤쳐진 2위에 그쳤었다. MBC의 신뢰도가 4분기에 급상승한 이유가 바로 이 조사의 다른 항목에서 암시되고 있다. 이 조사에서 '언론 활동이 자유롭다'가 5점 척도 평균 각각 3.57점, 3.47점으로 국민 과반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된 반면 '공정하다'가 3.07점으로 언론 인식 평가 항목 중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으며 한국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편파적인 기사'(22.1%)와 '허위·조작 정보'(가짜뉴스)(19.9%)를 가장 많이 꼽았다. MBC는 다른 대부분 매체들이 편파와 가짜뉴스로 윤석열 정권을 비호하고 언론자유를 오남용하는 데 반해 정권 감시와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KBS공영미디어연구소는 "3분기 조사부터 이어진 MBC의 상승세는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논란 등 윤석열 정부와 MBC가 대립하는 구도가 지속되는 가운데, 그 대척점에 있는 MBC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는데, 틀렸다. 앞뒤 선후관계가 틀린 것이다. MBC가 탄압을 받아서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것이 아니라 MBC가 정권을 비판하니까 탄압을 받은 것이고 그래서 대중의 신뢰와 지지를 얻게 된 것이다.
KBS공영미디어연구소가 “또한 카타르 월드컵 중계방송에서 지상파 3사 중 MBC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MBC 상승세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분석한 것도 선후관계를 잘못 본 것이다. 월드컵 중계 시청률 1위로 인해 신뢰도가 올라간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MBC를 신뢰하니까 축구 경기까지도 MBC를 시청한 것이다.
월드컵 시청률에도 영향 미친 신뢰도
일부에서는 MBC 신뢰도 상승은 특정 정치성향, 특정 지역의 지지에 힘입은 것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KBS공영미디어연구소가 “MBC에 대한 응답률은 거의 모든 계층에서 상승하였으나 특히 40~50대, 광주·전북·전남 지역과 진보층과 같이 야당 성향이 강한 계층에서 MBC 응답률의 상승 폭이 크게 나타났다”고 분석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그러나 언론 전문가들은 MBC가 얻은 신뢰도 수치는 특정 정치성향의 사람들과 특정 지역의 지지 상승만으로는 결코 달성할 수 없는 수치라고 입을 모은다. 중간층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어야 하며 그 요체는 결국 ‘공정성’이라는 것이다.
MBC가 가장 신뢰받는 언론 매체로 등극한 것은 유튜브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이 출범과 동시에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과 함께 대한민국 언론지형에 큰 변화를 예고하며 희망을 주고 있다. 언론이 권력의 탄압에 굴복하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권력이 언론(사)을 누르면 굴복하고, 없애면 없어졌지만 이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13일 ‘뉴스공장’에 출연한 변상욱 대기자는 “시민들이 변했다. 치졸하고 무자비한 탄압에 대해서 민주주의 퇴행에 분노하는 시민들이 정치적, 사회적, 미디어적으로 저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미디어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채워줄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지지 후원할 준비가 되어 있고, 그런 시민들이 (미디어에 대해) 원하는 것은 ‘진실’과 ‘공정’이라는 것이다. ‘시민언론 민들레’의 생존 비결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