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검사 탄핵 기각됐지만…윤 파면 정당성은 '강화'

헌재 "국회 탄핵 남용 아냐"…윤석열 정면 반박

결정문 안 읽은 대통령실 "탄핵 남발에 경종"

4명 '선입선출' 처리로 절차적 정당성도 강화돼

"변론종결 사건 모두 처리했으니 다음은 윤 차례"

2025-03-13     김성진 기자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3.8. 연합뉴스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중앙지검 반부패2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 소추가 헌법재판관 전원일치로 줄줄이 기각된 가운데, 윤 대통령 쪽과 극우 세력들이 대통령 탄핵 심판과 연계해 친위 쿠데타를 정당화하는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날 이뤄진 탄핵 심판의 내용이나 절차를 살펴보면 오히려 '윤석열 탄핵 반대' 쪽의 논거들을 제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헌재가 대통령 파면을 앞두고 형식적 정당성과 실질적 정당성을 모두 갖추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야당 탄핵 남발에 경종" 

헌법재판소는 13일 최 원장과 이 지검장,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반부패2부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지난해 12월 5일 헌재에 탄핵안이 접수된 때로부터 98일 만이다.

앞서 최 원장은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 감사를 부실하게 하고,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를 했다는 등의 사유로 탄핵심판에 넘겨졌다. 검사 3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언론 브리핑에서 허위 사실을 발표했다는 등의 이유로 탄핵 소추됐다. 헌재 결정에 따라 이들은 즉시 업무에 복귀하게 됐다.

이날 선고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일부 쟁점에 대한 헌재 판단을 읽을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 주목받았다. 감사원장과 검사 3인에 대한 줄기각이 나오자, 대통령 탄핵 반대 쪽에서는 입장 발표가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헌법재판소는 탄핵의 사유조차 불분명한 무리한 탄핵소추 4건을 모두 기각하여 야당의 탄핵 남발에 경종을 울렸다"고 했고,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의 정치적 탄핵 남발에 법의 철퇴를 가한 역사적 판결"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점점 정당성을 입증받고 있다"며 "대통령 탄핵 역시 신속히 기각돼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 및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열린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재판관들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계선,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문형배, 김형두, 정형식, 조한창 헌재 재판관. 2025.3.13 [공동취재] 연합뉴스

"국회 탄핵 남용 아냐"…윤석열 정면 반박

그러나 정작 이날 선고된 탄핵 심판 결정문 내용을 보면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해 온 쪽 주장과는 정반대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 '야당의 탄핵'을 12·3 내란의 주된 이유로 들었다. 탄핵을 막기 위해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점령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헌재 최후진술에서도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를 언급하면서 "헌법기관인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은 그 자체로도 심각한 헌법 파괴 행위지만, 이적 행위까지 탄핵으로 덮는 것을 보며 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망국적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헌재는 이창수 지검장 등 검사 3명의 국회 탄핵소추를 재판관 전원 일치로 기각하면서도,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윤 대통령 변호인단 등이 헌재의 탄핵소추 기각 결정에 대해 "야당의 탄핵 남발에 경종을 울렸다" "탄핵 남발에 철퇴를 가했다"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가 정당성을 입증받고 있다" 등의 주장을 내놨지만, 정작 헌재는 만장일치로 윤 대통령 쪽의 그간의 주장을 배척한 셈이다.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에서 필요한 법정절차가 준수되고 피소추자의 헌법 내지 법률 위반행위가 일정한 수준 이상 소명되었는 바, 이 사건 탄핵소추의 주요 목적은 위와 같은 위반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하고 동종의 위반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설령 부수적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탄핵소추권이 남용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헌재가 이날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볼 수 없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 쪽이 주장하는 탄핵 소추권 남용 주장을 기각하고 탄핵 찬성 쪽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나아가 헌재는 야당의 탄핵소추가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하고, 설령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됐다고 해서 이를 남발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탄핵 소추가 '헌법 수호'라는 원칙을 재확인해 준 것 역시 윤 대통령의 헌정질서 파괴 행위에 대한 헌재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재해 감사원장 및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심판이 열린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2025.3.13 [공동취재] 연합뉴스

이 밖에 헌재는 검사 3인에 대해 기각 결정을 하면서도, 검찰의 자료 미제출 등을 지적했다. 비협조적인 검찰의 태도로 인해 판단을 제대로 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헌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 "김건희에게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었는지, 정범이 시세조종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김건희의 문자나 메신저 내용, PC의 기록 등을 확보할 필요가 있을 수 있음에도 각 피청구인이 위와 같은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적절히 수사를 하였거나 수사를 지휘·감독하였는지 다소 의문이 있다"며 "청구인의 기록인증등본 송부 촉탁신청에 대해 서울고등검찰청은 송부 불가 회신을 하여 추가 수사 필요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4명 탄핵 기각으로 절차적 정당성도 '강화'

감사원장과 검사 3인 등 4명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을 처리함으로써, 윤 대통령 탄핵소추의 절차적 문제를 비판하는 극우 세력의 주장이 상당 부분 희석되고 약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지난 7일 법원이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극우 쪽의 주장은 '탄핵 각하 및 기각'에서 '각하'로 옮겨가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탄핵심판을 종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의원 82명이 지난 12일 헌재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각하'를 주장한 것 역시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같은 인물은 탄핵심판 각하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 각하"라고 부르자는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절차적 흠결을 이유로 내란 사건 전체를 뒤엎으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에 헌재가 '다른 탄핵심판 사건보다 윤 대통령 사건을 최우선 심리한다'는 입장을 내고도, 그에 앞서 감사원장과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을 먼저 처리한 것은 이러한 절차적 시비를 제거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의 경우 통상 '선입선출'(先入先出, 먼저 들어오면 먼저 나감) 원칙에 의해서 사건이 들어온 순서대로 처리하는데, 이를 탄핵심판에도 적용해서 탄핵에 반대하는 쪽의 주장을 사전에 상당 부분 약화시켰다는 설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 중 물을 마시고 있다. 2025.2.25 [헌법재판소 제공] 연합뉴스

이날 기각 결정 전, 헌재에 계류 중인 탄핵 심판 사건은 ▲최 원장(2024헌나2) ▲검사 3인(2024헌나3~5) ▲박성재 법무부 장관(2024헌나6) ▲조지호 경찰청장(2024헌나7) ▲윤 대통령(2024헌나8) ▲한덕수 국무총리(2024헌나9) 등 총 8건이었다. 박 장관(2024헌나6)과 조 청장(2024헌나7)의 사건은 아직 절차가 진행 중이며, 나머지 사건(2024헌나2, 3, 4, 5, 8, 9)는 모두 변론이 종결됐다.

아직 절차가 진행 중인 2개 사건을 제외하고, 윤 대통령 사건 번호에 앞선 나머지 4개 사건, 즉 감사원장과 검사 3인 사건(2024헌나2~5)을 이날 한꺼번에 처리함으로써 시비 자체를 없앴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극우 세력 일각에서는 변론이 종결되면 통상 선고까지 2주 정도 걸리는 만큼, 지난달 19일 변론을 종결한 한덕수 총리 탄핵심판 사건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 사건이 지난달 25일 변론이 종결됐으므로 한 총리 사건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윤 대통령의 심판을 최대한 지연시켜야 한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그러나 선고는 재판부의 재량일 뿐 아니라, 한 총리 사건을 먼저 처리할 경우 '선입선출 원칙'에도 어긋나는 만큼 재판부가 받아들일 이유가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한 총리 탄핵과 관련, 국민의힘은 총리 탄핵소추 정족수(재적의원 과반)이 아닌 대통령 기준(재적의원 200명)으로 하지 않아 '무효'라고 주장하는 권한쟁의 심판까지 제기한 상태다. 극우 세력은 이를 바탕으로 헌재에서 정족수 200명으로 결론이 나면 최상목 권한대행 승계도 무효이기 때문에 조한창·정계선 헌법재판관도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최 대행을 '권한대행의 대행'이라는 법률에도 없는 지위로 보는 자의적 해석일 뿐이다. 이러한 극우의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대혼란만 일어날 수 있어서 헌재에서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헌재에서 이미 선입선출로도 절차적 타당성은 충분히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5.3.13. 연합뉴스

신용한 서원대 석좌교수는 유튜브 <유용화의 생활정치>에 출연해 "순서대로 변론 종결을 마친 2~5번 사건(감사원장과 검사 3인 탄핵심판 사건)이 끝나고 남는 건 8번 윤석열 사건이다. 극우들은 또 억지 주장을 하겠지만, 오늘 4명을 선입선출 원칙으로 처리해서 (절차적으로) 시빗거리가 없어진 셈"이라며 "한덕수 총리 탄핵심판 사건을 먼저 처리해버리면 시빗거리가 생긴다. 따라서 윤석열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다만 "6~7번 박성재, 조지호 사건까지 종결해야 한다면 (윤석열 선고가) 다음 주 금요일까지도 갈 수 있다"며, 선입선출 원칙에 따라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서둘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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