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폭탄 '부메랑'…미 증시부터 때렸다

경기 침체 공포에 시총 4조 달러 증발

‘2인자’ 머스크의 테슬라는 15% 급락

트럼프 취임식 간 초부자들 300조 손실

‘스태그플레이션’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

관세 폭탄은 자해 행위…모든 국가 피해

무역 의존도 높은 한국이 가장 큰 충격

2025-03-11     장박원 에디터

미국 주식시장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질주하던 미국 증시의 3대 지수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더니 10일(현지시간)에는 ‘공포’를 느낄 만큼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 거래일 대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0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70%, 나스닥 지수는 4.00% 급락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올리던 2022년 9월 13일(-5.16%)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뉴욕증권거래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관세 전쟁에 된서리 맞은 테슬라 주가

나스닥 지수의 하락 폭이 큰 이유는 테슬라를 비롯해 애플과 엔비디아,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구글) 등 대형 기술 기업인 M7(매그니피센트7)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테슬라 주가가 15% 이상 추락하며 낙폭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테슬라 주가는 날개를 단 것처럼 급상승했다.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는 한때 트럼프 행정부 2인자로 불리기도 했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12월 17일에는 주당 479.86달러까지 올랐다. 그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 10일엔 222.1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 대통령 선거 직전인 작년 10월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M7 주가가 맥을 추지 못하자 나스닥 지수는 고점을 찍었던 지난달 19일보다 13%가량 하락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 하락률도 8.6%에 달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증시의 전반적 상황을 보여주는 S&P1500 슈퍼컴포지트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중순에 비해 미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약 4조 달러가 증발했다. 미국 주식에 투자했던 서양개미들의 손실액도 눈덩이처럼 커졌을 것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증시 3대 지수 흐름. 네이버 증권 화면 갈무리 

트럼프 취임식 참석했던 자산가들도 300조 손실

역설적인 사실은 부자 감세를 추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최고 자산가들을 먼저 때렸다는 점이다. 머스크를 필두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 알파벳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등이 그들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던 이들 세계 최고 부자의 개인 자산은 최근 주가 급락으로 2090억 달러 사라졌다. 한화로 환산하면 300조 원이 넘는 금액이다.

미국 증시가 불안감에 휩싸인 이유는 자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초래할 수도 있는 경기 침체 공포감이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가 트럼프 발 무역전쟁이 미국 경제를 후퇴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멕시코와 캐나다 등 우방국에 대해서도 관세 폭탄을 계속 퍼부으면 경기 침체와 물가 급등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올해 들어 미국의 주요 경제 지표에도 경고등

미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논평과 전망이 나오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며 기름을 부었다. 올해 미국 경기 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답했다.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책 과정에는) 과도기가 있게 마련이다. 우리가 하고 있는 건 '부'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는 큰일이며 (이런 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조금 걸린다.” 사실상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은 주식시장만 강타하고 있는 건 아니다. 올해 들어 미국의 주요 경제 지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신뢰지수는 전달 대비 7포인트 하락했다. 2021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3로 전달(1월) 50.9보다 하락했다. 

개인소비지출과 고용 지표 등도 좋지 않은 쪽을 향하고 있다. 반면 물가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관세 전쟁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소비자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도 밀릴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경기 침체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대형 기술주 10일(현지시간) 주가 하락률

미국 경제 기침하면 한국 경제는 감기 걸려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1.7%로 내렸다. 모건스탠리 등 다른 투자은행들도 2%대에서 1%대 중반으로 전망치를 조정했다. 올해 경기 침체를 예측하는 확률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으로 세계 교역량이 줄면서 미국 경제도 활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무역전쟁으로 미국 경제가 기침하면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 비중이 90%에 육박한다. 내수 시장이 큰 미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 인접국인 멕시코와 캐나다보다 무역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클 수 있다. 

내수 경기 침체와 수출 증가세 둔화에 내란 사태까지 겹치며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대 초중반까지 떨어졌다. 무역전쟁이 확전되면 성장률이 0%대 또는 마이너스로 추락할 수 있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이 초래할 미국의 경기 침체에 우리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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