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 박장범 사장의 '내란동조' 발언

극우세력 비판 담은 '추적60분' 방송 취소

극우 내란동조 비판을 '특정진영 논리' 취급

'기계적 중립' 내세워 극우세력 난동 정당화

내란 동조자가 공영방송 사장 자격 있나

2025-03-05     김성재 에디터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 결정이 다가오자 극우세력들과 내란 지지자들의 준동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지난주 KBS가 이런 내용을 취재해 시사프로 ‘추적60분’에서 ‘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이란 제목으로 방영하려다 좌절됐다고 한다. 

윤석열 비상계엄 이후 사회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극우세력의 실상을 파헤치고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지금 우리 언론이 꼭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헌법질서를 파괴한 내란범을 지지하고 법원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킨 극우 집단이 도대체 왜 저 지경이 됐는지, 이들의 목소리는 왜 갈수록 커지고 있는지 국민들은 궁금하고 또 불안하기도 하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에 쳐들어가 난동을 벌였을 때 미국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 아닌가 걱정했는데, 이런 일이 우리에게도 닥친 것이다. 그렇다면 언론은 이런 국가적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극우 집단에 대해 파헤쳐 국민에게 알리고 비판해야 한다.

공영언론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공영방송 KBS가 오히려 이를 가로막은 것이다. 다 제작된 방송 프로를 사장과 경영진이 불방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제작 PD 등 직원들이 이에 항의하자 내놓은 박장범 사장의 해명이다. 그는 4일 발표한 KBS 창립 52주년 기념사에서 “특정 진영의 논리를 대변하는 것은 공영방송 KBS가 가야 할 길이 아니다”라며 “진영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오로지 국민과 민생만을 바라보며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박장범 KBS 사장이 지난 3월4일 KBS 공사창립 52주년을 맞아 기념사를 읽고 있다. KBS  사진. 

한마디로 어처구니 없는 소리다. 공영방송 사장 입에서 나올 수 없는 몰상식하고도 반민주주의적, 반언론적 발언이다. 지금 극우 집단은 이성을 잃고 혐오와 증오로 가득찬 말을 여기저기 쏟아내면서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온갖 거짓 정보를 온라인에서 확산하면서 폭동을 선동하고 법원에 난입해 기물을 마구 부수고 방화를 시도한 반민주주의 반국가 집단이다. 이들은 지금도 광장에서, 유튜브에서 윤석열 파면 결정이 나면 헌재를 때려부수겠다는 주장을 거침없이 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고발하고 비판하는 것이 그저 ‘특정 진영 논리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하는 박장범 사장의 발상이 놀랍다. 지금 광장에서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고 내란을 진압하라고 요구하는 시민들을 ‘특정 진영’으로 폄하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무너진 헌정 질서를 바로잡고 위태로운 민주주의를 회복시키는 것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의무지, 이것이 어떻게 ‘특정 진영’의 논리일 수 있는가.

 

지난 1월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석열을 지지하는 극우 폭도들이 법원 담장을 넘으려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진영 논리’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겁한 ‘기계적 중립’일 뿐이다. 탄핵 촉구와 탄핵 반대는 ‘진영 간 싸움’이 아니다. 부정선거 음모론, 중국 혐오 등 망상에 사로잡혀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폭력으로 법치주의를 무너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는 극우 세력은 우리 사회에서 존중받아야 할 정치적ㆍ이념적 '진영’이라고 볼 수 없다. 그들이 지향하는 극우 파시즘적 사고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용납될 수 없는 극단주의일 뿐이다. 박장범 사장은 이런 세력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나선 시민들을 마치 같은 경기장에서 동등한 자격으로 다투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불방된 '추적60분'은 극우세력이 어떤 거짓정보를 만들어 이를 어떻게 선동에 악용하는지를 담았다고 한다. 거짓과 진실의 중간에 서는 것은 중립이 아니라 사실상 거짓의 편에 서는 것이다. 박장범 사장이 민주주의와 파시즘의 중간에 서는 것을 중립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결국 극우 파시즘의 편에 서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이다. 

KBS PD협회에 따르면 ‘3.·1절 특집 다큐 하루 먼저 편성’ ‘여의도 극우 단체 난동 우려’가 사측이 밝힌 불방 사유였다고 한다. 억지 해명에 불과하다. '추적 60분' 예고 방송을 하고도 다른 방송 편성 우선이라는 설명을 누가 납득하겠나? 또 극우 단체 난동이 겁나서 방송을 포기하겠다는 것이 공영방송이 할 일인가? 조폭의 보복과 난동이 두려워 취재도 보도도 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똑같다.  폭력으로 난동을 부리고 공동체의 민주질서를 흔들어대는 세력을 비판하는 것은 오히려 공영방송이 더 적극 나서야할 일이다.

박장범 사장은 보도국장 시절 윤석열과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아부성 발언을 늘어놓아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던 인물이다. 저널리즘의 기초를 공부한 수준의 언론인이라면 최고 권력자 앞에서 그런 질문을 할 수 없다. 김건희 씨가 받은 300만원 짜리 명품백을 ‘작은 파우치’로 불러 KBS 구성원들과 시청자들에게 공영방송 역사에 길이 남을 망신과 굴욕을 선물했다. 극우 윤석열 지지세력을 비판하는 방송을 '입틀막'함으로써 자신을 KBS 사장으로 뽑아준 윤석열에게 끝까지 충성을 하겠다는 것인가?

 

MBC뉴스화면 갈무리.

박장범 사장은 기념사에서 ‘공영방송 KBS가 주목해야 할 것은 국민의 삶인데, 정치가 갈등을 해결하기는커녕 이를 조장하며 증오와 분열을 부추기고 있으니 KBS는 통합의 메시지를 내고 국민의 삶을 최우선으로 삼아 경제 이슈를 비롯한 주요 어젠다를 선도해야 한다’고 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 아닌가? ‘정치가 증오와 분열을 부추긴다’는 말은 비상계엄의 이유가 ‘야당의 줄탄핵과 법안·예산 폭거 ’라는 윤석열 내란수괴의 궤변과 비슷하다. ‘통합의 메시지’는 헌재 재판관 임명을 거부하고 내란 진압을 방해해온 최상목 권한대행의 3.1절 기념사와 똑같다.

극우세력의 가짜뉴스와 폭력의 실상을 파헤치고 비판하는 보도를 막아선 것은, 혹시 박장범 사장 자신이 극우 집단의 편에 서 있기 때문은 아닌가? 그렇다면 박장범은 KBS 사장 자격이 없다. 내란에 동조하는 자가 공영방송 사장 자리에 남아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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