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북한 지령" 망발에 이태원 유가족 또 피눈물
헌재 최후진술에서 "간첩단과 똑같은 일 벌여"
유가협 "참담‧분노…즉각 파면해야" 성명 발표
"2년 넘게 처절한 투쟁, 북한 지령 인식에 경악"
"혐오 세력의 '빨갱이' 모욕, 대통령에서 비롯"
"직무 복귀? 특조위 곧 진상조사, 심판받아야"
'비상행동'도 회견…"국민 레드 콤플렉스 악용"
윤석열 대통령이 10‧29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및 책임자 문책을 위한 투쟁을 '북한 지령'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자 유가족과 시민사회가 또 다시 참담함과 울분에 휩싸였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26일 시민언론 민들레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다들 발칵 뒤집혔다"며 "유가족들의 심정을 담아 성명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헌법재판소 최후진술에서 12‧3 비상계엄이 야당 탓이라는 궤변을 늘어놓던 중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거대 야당은 연일 진상 규명을 외치면서 참사를 정쟁에 이용했다. 급기야 행정안전부 장관을 탄핵했다"며 "당시 북한이 민노총 간첩단에게 보낸 지령문에 이런 내용이 있다. '이번 특대형 참사를 계기로 사회 내부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투쟁과 같은 정세 국면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각계각층의 분노를 최대한 분출시켜라.' 거대 야당이 북한 지령을 받은 간첩단과 사실상 똑같은 일을 벌인 것"이라고 극단적 망언을 내뱉었다.
이에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해 윤석열을 파면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윤석열은 뻔뻔하게 12‧3 비상계엄이 평화적 계엄이고 계몽을 위한 것이었다는 궤변을 늘어놓은 것은 물론, 이태원 참사 투쟁이 북한의 지령에 의한 것이었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까지 했다"면서 "국가의 최고통치자라는 자가 국민 159명의 희생 앞에 이러한 막말과 궤변을 늘어놓는 것에 참담함과 분노를 느끼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라도 헌재가 윤석열을 즉각 파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2년 넘게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특별법 제정을 위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분향소와 국회를 오가며 진실을 밝혀달라 외치고 눈밭에서 오체투지와 삼보일배를, 단식과 삭발까지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모든 처절한 투쟁을 모두 북한의 지령에 의한 것으로 치부하다니 그 인식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자식 잃은 부모가 가족을 잃은 처참한 심정에 거리에 나서는 일이 누군가의 지령에 의해서만 할 수 있는 일인지 되묻고 싶다"고 피를 토하는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 집회 때마다 등장하던 혐오 세력이 유가족과 시민들을 '빨갱이'라고 모욕하던 것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대통령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라도 윤석열을 그 자리에 두어서는 안 된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또 "윤석열은 최후변론 말미에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이라는 가정을 하였는데, 이는 말도 안 된다.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조사위원회는 조만간 조사관 채용과 사전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진상조사의 첫발을 내딛을 예정"이라며 "이제야말로 윤석열은 10‧29 이태원 참사의 구조 및 수습, 대응 실패에 대한 조사와 수사의 대상으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비상계엄을 통해 군대를 동원하여 국회와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자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활동을 북한의 지령이라고 폄훼했던 자가 멀쩡히 대통령직에 복귀해 12‧3 내란 사태를 없던 일로 하고 참사의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덮어버리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가협과 시민대책회의는 "사회적 참사의 진상 규명은 안전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완수해야 할 과제"라면서 "더 이상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국민의 생명을 도외시하는 자가 이 땅에 내란을 획책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을 속히 파면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도 "헌법파괴자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노총,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전국 17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비상행동은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고 알렸다.
이 자리에서 비상행동 공동의장인 윤복남 민변 회장은 "윤석열의 탄핵심판 최후진술문을 읽으면서 너무나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렇게 뻔뻔하게 자신을 변명할 수 있는지"라며 "이태원 참사 투쟁이 북한의 지령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에 이르러서는 실소를 넘어 분노를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그대로 두어서는 정말 안 될 사람이구나 하고 느꼈다"며 "윤석열은 간첩을 운운하면서 분단상황에서 우리 국민의 레드 콤플렉스를 악용해 자신의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