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오세훈, 장애인 죽음 사과해야…체포? 또 싸울 것"

지하철 선전전에서 오 시장에 면담 재차 요구

"반대단체 부르고 의견 청취한다고 하지 말길"

"사과는 조건 아닌 의제…법원조정안 수용해야"

윤희근 강경대응 기조에 "체포해도 또 나올 것"

조선일보 삼각지 역장 인터뷰 비판…"자해공갈단"

시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제…정부 나서야"

2023-01-09     김성진 기자
5일 오전 서울 4호선 혜화역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지하철 선전전에서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23.1.5. 연합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9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면담을 재차 요구하면서, 서울시의 법원 강제조정안 수용과 지하철 안전 대책 미흡으로 인한 장애인 죽음에 대해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오 시장이 전장연 측의 조건을 받아들여 면담에 응할지 관심이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상임대표는 9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동대문 방면 5-3 승강장에서 258일차 선전전을 열고, 오 시장과의 면담에 대해 "형식은 시장님 맘대로 정하시라"고 말했다. 다만 박 대표는 "장애인 단체 100개 불러서 100분의 1로 대하는 식으로 우리를 부르지는 말라"고 요구했다. 그는 "과거 오 시장과의 면담 때 10개 장애인 단체를 다 불러서 30분 면담하고 한마디씩 시켰다"며 "30분 면담에 10개 단체면 3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반대하는 단체 불러서 의견을 청취한다고 하지 말아달라"고도 했다.

앞서 지난 4일 전장연과 오 시장은 면담 방식을 두고 페이스북으로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전장연의 공개방송 면담 요구에 오 시장은 "만남에는 어떤 조건도 없어야 한다. 만남과 대화의 기회를 선전장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용인할 수 없다"고 했고, 전장연은 "만남에는 조건이 있을 수 있다"며 법원 조정안 수용과 엘리베이터 설치 약속 미이행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제시했다.

박 대표는 "오 시장은 '조건 없이' 만나자는데, 오 시장 아들딸 결혼식을 축하하려고 만나자는 것은 아니지 않나. 눈도장 찍기 위해서 만나자는 게 아닌데, 만날 의제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법원의 조정안에 대해서 서울시가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가 말한 조정안은 서울중앙지법이 지난달 내린 강제조정안으로, '서울시는 2024년까지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전장연은 열차운행 시위를 5분 넘게 지연할 경우 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장연은 이를 수용해 지난 2일과 3일 벌인 선전전에서 지하철 5분 내 탑승을 원칙으로 시위를 진행했지만 오 시장은 조정안을 거부했다.

 

5일 오전 서울 4호선 혜화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하철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2023.1.5. 연합뉴스

박 대표는 "우리도 (법원 조정안을) 이해 못하지만, 분노와 차별과 왜곡된 불평등한 부정에 대해서 생각하면 화가 끝까지 나지만, 그래도 수용했다. 그 조정안을 (오 시장도) 동의하라"며 "그것이 서로가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끼리 합의할 수 있는 최소한이다. 그렇지 않으면 더 멀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철에 (휠체어) 리프트를 타다가 떨어져 죽은 사람이 많다. 스크린 도어(안전문)도 시각 장애인이 수없이 죽고 난 후에 생긴 것"이라며 "서울시가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지하철에서 죽은 장애인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것이 서울시장이 이야기한 '조건'의 문제라면 조건이겠지만, 조건이라 하지 말라"며 "만남의 의제이고 이야기할 주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제에 대한 답을 주면 좋겠다. 그 답은 명확하다"며 "사과하겠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박 대표는 경찰의 전장연 체포 방안 강구와 관련해선, "경찰이 현장에서 체포한다고 해도 여기에 있는 저희 싸우려는 사람들을 다 체포하실 때, 그래도 또다시 나와서 싸울 테니까 각오하라"며, 시민들에게 "저희가 싸우는 게 무엇인지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경찰청은 지난 6일 전장연 시위 관련 현장 조치 강화 방안 회의를 열고 전장연 관계자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불법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혐오나 댓글도 저희에게는 관심이다. 시설에서 아무런 이야기 못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자기 부모에게 맞아 죽어야 했고 그 부모도 죽어야 하는 이 현실에서 저희에게 욕하라"며 "차라리 욕이 낫고 차라리 혐오가 낫다. 지하철이 매일매일 막히더라도 누군가 갈라치더라도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5일 오전 서울 4호선 혜화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하철 선전전을 이어가고 있다. 2023.1.5. 연합뉴스

<조선일보>와 인터뷰한 삼각지역 역장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앞서 <조선일보>는 이날 삼각지역 역장 구기정(52)씨와의 인터뷰를 지면에 실었다. 구씨는 해당 인터뷰에서 "저도 6급 지체장애인이에요. 똑같이 비교할 순 없지만 그래서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분들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합니다. 하지만 휠체어로 사람을 들이받고, 보안관 머리채를 잡고… 이건 정말 지나친 것 같아요"라고 했다.

구씨는 앞서 지난 3일 전장연 시위 과정에서 휠체어 바로 앞에서 퇴거 경고방송을 했다. 이 과정에서 휠체어가 조금 앞으로 나갔고 구씨가 승강장 바닥에 기절하듯 쓰러졌다. 전동 휠체어는 구씨의 다리 부분을 살짝 부딪치거나 스치는 정도로 움직였다. 성인 남성 중에서도 체구가 큰 편인 역장이 쓰러질 정도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방송사 촬영 기자도 "살짝 부딪히는 정도로 보였다"고 말했다.

당시 전장연 회원들이 "비켜주라" "일어나라"고 요구하자 구씨는 자신이 "환자"라고 소리치며 눈을 흘기거나 큰 목소리로 언쟁을 하기도 했다. 구씨는 전장연 측이 계속해서 항의하자 119 휠체어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갔다.(1월 3일자 <스쳤는데 쓰러지고 119 부르고…도 넘은 전장연 시위 방해> 기사 참고)

박 대표는 "(구씨가) 200일 넘게 있으면서 윗선에서 그거(지시) 안하니까 친절하게 해주더라"며 "그런데 하루아침에 (서울시장이) 무관용이라니까 사람이 돌변해도 이런 식으로 돌변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하철 들어가는데 막지 마세요 그러면 (휠체어에) 발을 집어넣어서 막는다. 이걸 들이박았다고 표현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통공사 측은) 자해공갈단이다. '지하철 태워주십시오'라고 하니까 거기에(휠체어에)다 턱 (발을) 집어넣고 '으악'하면서 '헐리우드 액션'하는 영상을 찍어서 고소·고발했다. 그러고 조선일보에 가서 이렇게 이야기한다"며 "보안관 머리채를 잡는다는 것도 와서 두들겨 패니까, 엉키다 보니까 잡힌 거지 그냥 지나가는 보안관을 잡겠나"라고 항변했다.

이날 선전전은 전장연이 서울교통공사 측과 '냉각기'를 갖기로 한 만큼 지하철 탑승 없이 시민들의 출퇴근 통로를 열고 평화롭게 진행됐다. 경찰 병력과 지하철 보안관 등이 40여 명 배치됐지만, 물리적 충돌도 없었다. 시민들도 선전전 중에 평소처럼 이동했다. 다만 경찰이 시민들도 없는데 "라인(선) 안으로 들어가라"는 등 과도하게 대처해 항의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5일 오전 서울 4호선 혜화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하철 선전전을 이어가고 있다. 2023.1.5. 연합뉴스

종합예술단 봄날, 창작그룹 우프 등 일반 시민들도 선전전에 참여했다. 우프 등 예술가 단체 소속 회원들은 '불의에 저항하여 촬영하는 자들'이라고 쓴 종이를 몸 앞뒤에 부착하고 현장을 카메라로 촬영했다. 봄날은 노래 공연을 했으며, 선전전 마지막에 전장연 회원, 시민들과 '아리랑'을 부르며 연대를 호소했다.

우프 소속의 한 시민은 발언 시간에 마이크를 잡고 "사람이 단지 사는 데 필요한 것을 요구한 걸 가지고 이렇게까지 외치고 부르고 투쟁해야 한다는 게 슬프고 안타깝다. 당연한 사실을 왜 공감하지 못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본인이 완전한 비장애인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본인 가족들이 완전한 비장애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금만 더 귀 기울이고 잠깐 말씀만 들어도 많은 걸 배운다. 무지와 무관심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분들이 모이고 조금씩 귀 기울이면 당연히 바뀔 거라 믿는다"며 "정부에서 열심히 하기로 한 것은 했으면 좋겠다. 왜 약속한 것을 굳이 안 하고 버티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증 시각장애인이라고 밝힌 봄날 소속 시민은 "어디로 옮겨가는 것, 옮아가는 것, 무언가를 배우기 위한 것, 책을 읽는 것, 일하는 것,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참 여러 가지로 불편함이 많다"며 "우리 사회에 따뜻하게 함께 힘을 모아야겠다고, 보태줘야겠다고 생각하는 시민들도 상당히 많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앞으로 시민들의 힘이 많이 모여야 된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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