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연안 해산물 99%가 미세 플라스틱 오염

80% 이상이 섬유 조각…세탁기 탓 추정

같은 태평양 연안국 한국도 다르지 않을 것

심장마비나 뇌졸중 일으킬 가능성 2배

육류 농산물도 오염, 해산물 안 먹어도 못 피해

플라스틱 과다사용 일상샐활 바꿔야 근본해결

2025-02-04     한승동 에디터
의류(옷)나 직물(섬유제품)에서 떨어져 나온 가장 흔한 유형의 미세 플라스틱.  가디언 2025년 2월 3일

북미주 태평양 연안지역 해산물의 99%에서 미세 플라스틱 오염물질이 발견돼, 플라스틱 오염으로 사람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증거들이 늘고 있다고 <가디언>이 3일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 주립대학 연구 논문을 인용해 보도했다.

플라스틱 오염물질 80% 이상이 섬유제품 조각

기사에 따르면, 심사평가를 거친 연구에서 오리건 주의 상점이나 어선에서 구입한 해산물 샘플 182개의 99%에 해당하는 180개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가장 높은 플라스틱 오염 수치는 새우에서 확인됐으며, 발견된 가장 흔한 미세 플라스틱 유형은 의류(옷)나 직물(섬유제품) 조각들로, 검출된 오염물질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포틀랜드 주립대 미세 플라스틱 연구원이자 이번에 발표된 연구의 공동저자인 앨리스 그러넥은 지금처럼 플라스틱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것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을 이번 연구가 명확하게 보여 주었다면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을 주요 구성요소로 널리 사용하는 한, 우리가 먹는 음식에서도 플라스틱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라스틱을 많이 쓰는 일상생활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음식을 통해 우리 몸 속으로 들어오는 플라스틱 오염을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같은 태평양연안국 한국도 다르지 않을 것

이는 같은 태평양 연안국가인 한국 등 아시아 연안국들에서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섬유나 식기, 의료기기 등에 쓰이는 플라스틱 원인물질인 석유 석탄 제품 사용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고, 한국은 플라스틱 사용 및 배출량이 가장 많은 나라 중의 하나다. 이런 문제에 대한 역대 한국정부의 관심과 대책은 미미했으며, 특히 윤석열 정부를 비롯한 우파 정부의 기후 및 생태환경 위기 대응은 세계의 일반 추세보다도 오히려 더 후퇴했다.

 

캘리포니아 북쪽의 미국 오리건 주. 캐나다와의 국경지대에 걸쳐 있는 오대호. 태평양과 북미 내륙 담수호인 오대호도 모두 인간 삶의 부산물인 미세 플라스틱에 심각하게 오염돼 있다.

전 세계의 물과 음식에서 검출된 미세 플라스틱

미세 플라스틱은 전 세계의 물 샘플에서 검출됐는데, 그 주요 노출 경로는 인간의 음식인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이 인용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조사해 본 모든 육류 및 농산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미세 플라스틱 오염물질에는 1만 6000개의 플라스틱 화학물질이 포함될 수 있고, 종종 식품포장재와 코팅된 조리기구에 쓰이는 불소화합물 PFAS, 합성 유기화합물질인 비스페놀 및 프탈레이트와 같은 고독성 화합물에 부착돼 암이나 신경 독성, 호르몬 장애 또는 발생적 독성 증세를 일으킨다.

심장마비나 뇌졸중 일으킬 가능성 2배

이런 물질은 뇌와 태반 벽을 통과할 수 있으며, 심장 조직에 이 물질이 들어 있는 사람은 향후 몇 년 동안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겪을 가능성이 2배나 높다.

이번 연구에서 5종의 지느러미 물고기와 분홍 새우를 표본으로 조사한 결과, 미세 플라스틱이 물고기 아가미 또는 입에서 사람이 주로 먹는 살코기로 옮겨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새우와 청어의 높은 미세 플라스틱 오염 수치는 이들이 수면의 플랑크톤을 먹기 때문일 것으로 연구자들은 보고 있다고 그러넥은 말했다.

그러넥은 플랑크톤이 종종 해안 쪽에 축적되면서 미세 플라스틱과 같은 방식으로 조수에 따라 이동한다고 했다. 강 바닥 주변에서 먹이를 찾는 어린 칠성장어도 미세 플라스틱 오염 수치가 높지만, 바다로 이동하는 나이 든 칠성장어의 그 수치는 떨어졌다.

치누크 연어는 가장 낮은 오염 수치를 보였는데, 이는 다른 해산물들과 같은 조건에서 비교한 것은 아니다. 연구자들은 연어의 경우 주로 사람이 먹는 살코기만 살폈고, 작은 물고기와 새우는 몸 전체를 검사했다.

플라스틱 오염물질 수치는 먹이사슬의 상위로 올라갈수록 높아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더 큰 동물이 더 작은 동물을 잡아먹으면서 오염물질이 계속 축적돼 가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생물학적 농축이라고 하는데, 치누크 연어의 경우 이런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아마도 작은 물고기들이 미세 플라스틱에 오염된 플랑크톤 등이 집중된 지역에서 먹이활동을 한 결과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럴 경우 작은 물고기들의 오염 수치가 더 높을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육류와 농산물도 오염, 해산물 안 먹어도 피할 수 없는 플라스틱 오염

생선가게에서 구입한 범노래미(lingcod)의 미세 플라스틱 수치가 어선에서 구입한 것보다 더 높았는데, 이는 배에서 구입한 범노래미보다 가공과정을 더 많이 거쳤고 그 과정에서 더 오염됐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가공된 새우의 미세 플라스틱 오염 수치는 배에서 바로 구입한 새우보다 약간 더 높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은 아니었다.

연구 논문 저자들은 미세 플라스틱이 육류와 농산물에서도 널리 발견됐기 때문에, 해산물을 피하라고 권장하진 않는다. 예컨대 해산물에서 육류 쪽으로 식습관을 바꾼다고 해서 해소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해산물의 경우 물에 씻으면 오염 수치가 낮아질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인간의 세탁기 사용이 플라스틱 오염의 주요원인

그러넥은 사람들이 쓰는 세탁기가 플라스틱 오염의 주요 원인이라며, 옷 세탁을 좀 덜하고 찬물로 세탁하며, 합성섬유와 패스트 패션 제품들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책 차원에서 나와야 한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세탁기에 미세 플라스틱을 걸러내는 필터를 장착하도록 해야 한다.

근본 해소책은 플라스틱 과다사용 일상샐활 바꿔야

그런데 이런 것들을 요구하는 법안이 2023년에 캘리포니아 의회를 통과했지만, 산업계의 압력으로 주지사 개빈 뉴섬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비슷한 법안이 오리건에서도 발의됐다.

그러넥은 말했다. “우리가 음식에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가길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바꿔야 한다.” 육류든 해산물이든 인간이 마시고 먹는 음식물의 플라스틱 오염은 결국 인간이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에서 시작되니까.

 

미세 플라스틱 오염을 일으키는 의류 등 화학섬유제품들. 세탁기에서 떨어져 나간 섬유제품 조각들이 하수구를 통해 강이나 바다로 흘러나가 수질을 오염시키고 동식물들 체내에도 흡수돼 축적된다.   가디언 2023년 8월 17일

오대호 연안지역 수질도 90%가 플라스틱 오염

이에 앞서 지난 2023년에 미국과 캐나다 국경지대에 넓게 걸쳐 있는 오대호 연안지역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도 샘플의 90%가 인간과 동식물에 안전하지 않은 미세 플라스틱 오염 수치가 나왔다.

그해 8월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심사평가 논문은 그때까지 10년 간 오대호에서 채취한 수질 샘플의 약 90%가 야생동물에게 안전하지 않은 수준의 미세 플라스틱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가디언> 2023년 8월 17일)

오대호 물로 양조한 맥주도 플라스틱 오염

오대호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4천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식수를 제공하고, 미국 담수의 약 90%를 보유하고 있으며, 3500종의 식물과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토론토 대학 논문 저자 해털리는 지난 10년간의 상호심사 평가 연구 데이터를 검토해 본 결과, 가장 높은 수치는 호수로 이어지는 지류나 시카고, 토론토 같은 주요 도시 주변에서 발견됐고, 가장 높은 중간 수치는 미시간호와 온타리오호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털리는 수많은 미세 플라스틱 공급원이 있지만, 하수 처리 시설이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오대호 유역의 주요 오염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세탁기에 넣은 옷에서 나오는 미세 섬유 조각들로 인한 오염이 다른 일반적인 오염물질 공급원으로 여겨졌다. 제조업에 사용되는 재료인 플라스틱 펠릿도 마찬가지다. 해털리는 낚시꾼들이 즐겨 잡는 물고기와 오대호 물로 양조한 맥주에서 우려할 만한 수준의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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