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윤 대통령, 아직도 검찰총장인가…조수진 사퇴해야"

국회 국정조사 연장,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 열어

유가족 대표 "개나 소나 대통령하나…어이가 없다"

책임자 처벌 한목소리…"아무도 죄송하다고 안해"

특수본 윗선 수사 포기…진상규명 위한 특검도 요구

"국조 파행시킨 국힘 조수진, 국조특위서 사퇴해야"

2023-01-05     김성진 기자
5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공동 주최로 10.29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기간연장 및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 긴급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3.1.5. 연합뉴스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연장 및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 긴급 기자회견' 현장은 유가족의 슬픔과 절규, 분노가 한데 뒤엉켰다. 국정조사 기간 45일 가운데 25일을 여야 정쟁 속에 무의미하게 흘려보내고, 참사 당일의 진실은 '빙산의 일각'만 드러난 현실에 대한 개탄이었다. 또한 국가의 부재 속에서 일어난 대형 참사에 아직 사과 한마디 없는 윤석열 대통령 등 정부 책임자들의 무책임함에 대한 분노이기도 했다.

국회 본관 계단 위에 오른 고 이지한 씨 아버지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기자들 앞에서 이렇게 절규했다.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아직까지 검찰총장 옷을 입고 대통령실에 있는 거 같아요. 아직까지 자기가 검찰총장으로 알고, 왜 법적으로만 해결하려고 하십니까! 답답합니다! 개나 소나 다 대통령하고 정치하면 나 이종철이도 대통령 한번 해볼까요? 어이가 없습니다. 어이가 없어!

검찰총장 옷을 더 이상 입고 있지 말고, 진짜 대통령 옷을 입고서 대통령다운 신분으로 일하십시오. 왜 아직까지 방치합니까! 기자분들, 그대로 내보내주십시오, 편집하지 마시고. 방송에 안 나가고 언론 나가지 않으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저희들 목소리를 듣지 못 하는 거 같습니다.

(윤 대통령은) 더이상 검찰총장의 옷을 입고 있지 말고, 진짜 대통령 옷을 입고 정치다운 정치, 국민들을 보살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아닙니다. 이제 국민으로서 명령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더이상 정쟁, 정쟁 하지 마십시오."

당초 기자회견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연장을 촉구하기 위해 열렸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위는 계획대로면 두 차례 청문회만 마친 채 오는 7일 활동이 끝날 예정이었다. 이에 유가족과 시민사회, 야당은 국정조사 연장을 요구했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계속해서 회피로 일관하다가 이날 오전에야 열흘간 기한을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한덕수 국무총리 등 3차 청문회 증인 채택을 거부하고 있어 조사 기한 연장 이후에도 난항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 같은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과 책임자들에 대한 규탄이 함께 이어졌다.

마이크를 잡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상임대표)은 "어제 청문회에서 현장에서 직접 구조활동을 진행했던 소방대원은 유가족께 죄송하고 또 책임을 느낀다고 이야기하는데 지휘부에 있었던 수많은 고위 공직자들,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은 그 누구도 자신이 책임자다, 내가 죄송하다, 책임을 통감한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면서 "정말 참담하고 분노스러웠다"고 탄식했다.

이어 "유가족과 생존자, 이태원 지역 주민들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과 동시에 반드시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한 기관 증인들 역시 3차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면서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서 유가족들 만나는 것을 지금까지 피하고 있나.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서 청문회에 증인석에 앉아서 증언하는 것을 그렇게도 두려워하나. 숨길 것이 없다면, 정말 본인이 떳떳하다고 생각한다면 3차 청문회에 나와서 증언하라. 도망가지 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5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공동 주최로 10.29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기간연장 및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 긴급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3.1.5. 연합뉴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이번 국정조사에서 증인 선서를 어겨가며 사실과 다른 증언을 일삼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한 여러 위증자에 대해서 특위 차원의 고발 철저히 진행돼야 한다"며 "나 살겠다고 위증조차 불사하는 공직자들의 추태 앞에서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거듭 상처받고 있다. 윤희근 청장, 김광호 청장, 당신들이 살고 싶은 만큼 희생자들도 살고 싶었다. 그러나 당신들이 책무를 다 하지 않아서 희생자들은 살 수 없었다. 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지 못하고 나 살겠다고 위증하기에 급급한 당신들은 공직이 있을 자격이 없다. 스스로 물러나라"고 질타했다.

이지현 시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여전히 증인 문제로 3차 청문회가 확정되지 못했다"면서 "원내대표 합의도 손바닥 뒤집듯 바꾼 적 있어 쉽게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어제 청문회에서는 기동대 요청을 놓고 용산경찰서장과 서울경찰청장 진술이 또다시 엇갈렸다. 앞서 진행된 기관보고에서 답변 회피 등으로 규명하지 못한 사실을 밝히기 위해 기관보고가 반드시 추가돼야 한다"며 "허위 답변을 하거나 위증한 증인에 대해 책임 묻는 절차, 재발 방지 대책과 독립 조사 기구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김남근 변호사는 "서울시는 참사 이틀 전에 자치경찰위원회로부터 대규모 인파가 운집하고 안전사고가 우려돼서 대비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받았는데, 보고를 받고 어떤 대책을 세웠냐, 논의했냐고 질의하니까 이것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고 (오세훈) 시장이 해외 출장을 갔다와서 책상 위에 있어서 못 봤다고 대답한다"면서 "어느 누가 이런 엉터리 답변을 믿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허위답변, 위증, 비상식적인 답변이 밝혀진 기관이나 기관 증인에 대해서는 다시 증인 소환을 해서 제대로 진실을 이야기할 때까지 국정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남은 유가족들에 대한 증인 심문의 경우에 있어서도 하루에 수십명 불러서 한꺼번에 증인 심문을 할 것이 아니라 10명 이내 적장한 증인을 불러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제대로 증언과 답변이 이뤄지도록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일부 검사는 마약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도 보이는데, 정부가 제대로 수습하려고 했는지 아니면 부정하고 위선적으로 사태 수습을 하려 했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28살 아들을 잃은 어머니로 소개한 한 유가족은 "주최가 없는 행사라며 정부의 책임을 전면 부인하던 이상민 행안부 장관, 망언을 거듭한 한덕수 국무총리, 주요 단체들의 동향을 사찰하며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골몰하던 경찰은 진상을 은폐하기 위한 정보조작도 서슴지 않았다"면서 "피해자를 모욕하고 교묘한 언사로 유가족과 함께하고자 하는 시민들을 음해한 국민의힘 관련자도 부지기수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끝내 참사의 정부 책임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고, 진심으로 사과하지도 않았다. 이제 슬픔과 참담함은 참사를 외면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분노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의 부재로 159명을 보냈다. 살인은 칼과 총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도 국가에 죽임을 당했다. 그리고 국정이 돌아가는 현실은 남아있는 유가족을 죽이는 '살인의 진행형'이다"라며 "아직까지도 자식의 유골을 가슴에 품고 있는 가족들이 있다. 더이상은 안 된다. 저희 유가족도 숨 쉬고 싶다. 높으신 분들 제대로 사과하고 똑바로 하시라. 진상규명 똑바로 하고 사과하시라, 물러나시라. 더이상 그 자리에 연연하지 마시라"고 외쳤다.

 

5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공동 주최로 10.29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기간연장 및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 긴급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3.1.5. 연합뉴스

유가족은 국정조사뿐만 아니라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 특검도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정조사에서 밝히지 못한 부분을 특검을 통해 규명하고 책임자들을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현장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만 진행한 채 '정부 컨트롤 타워'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 윗선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포기한 상황에서 특검을 통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종철 대표는 기자회견 뒤 기자와 만나 특검에 대해 "국정조사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더 많다고 본다. 그래서 저희 유가족들은 무조건 특검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 이상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원하는 투사가 될 것이다. 우리가 있어야 당신(윤석열 지칭)의 존재 이유가 생길 것 같아서 존재의 이유를 만들어 드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국조특위 여당 위원인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을 헝한 질타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몰고 국민을 편 가르기 해 국론을 분열시키려 한 조 의원의 공식 사과와 국조특위 위원 사퇴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지난달 27일 유가족들이 여당 국조특위 위원들에게 항의하자, "(야당이랑) 같은 편이네, 같은 편이야"라고 비아냥거린 거린 사실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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