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 문상호∙노상원, 11월부터 선관위 작전 지시

드러난 정보사 계엄 시간표, 11월부터 계엄 음모

정보사 계엄 작전, 민간인 노상원이 지휘해

계엄 계획 군내 사조직, 김용현-노상원-문상호

검찰의 문상호 긴급체포 차단, 또다시 수사 방해

2024-12-17     박지훈 IT 전문가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정보사령부 사령관 문상호와 민간인인 전직 사령관 노상원이 계엄 쿠데타 한 달 전부터 선관위 관련 작전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병력 동원에 관여했던 정보사 대령이 진술한 내용이 밝혀진 것이다.

경찰 국수본은 이런 진술에 따라 전날 문상호와 노상원을 긴급체포했는데, 검찰이 개입해 문상호의 긴급체포를 승인할 수 없다면서 풀어주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법률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억지에 불과한 것으로, 검찰의 또다른 수사방해 행위로 강하게 의심되는 지점이다.

 

17일 MBC가 단독 보도한 민간인 노상원의 선관위 작전 주도 보도. (MBC 뉴스 화면 캡처.)

드러난 정보사 계엄 시간표, 11월부터 계엄 음모

경찰이 정보사 정 모 대령을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먼저 나선 것은 정보사의 현직 사령관이 아닌 전역한 전직 사령관 노상원(예비역 육군 소장)이었다. 지난 11월 초 노상원은 정 대령에게 전화해 ‘예비역 장성 교육 자료’로 쓸 것이라면서 ‘부정선거 관련 유튜브 영상들을 정리해달라’고 사실상의 지시를 했다.

노상원은 당시 통화에서 정 대령을 ‘전역이 몇 년 남았냐, 도와주겠다’라는 말로 회유했는데, 이 말은 전역 후의 일을 도와주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진급을 도와주겠다는 의미였을 것이 더 유력하다. 군에서는 계급 정년이 있어 일정 연차까지 진급하지 못하면 전역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11월 중순에는 현직 사령관인 문상호가 본격적인 계엄 준비 지시를 내렸다. ‘공작 잘하는 인원 15명 정도를 선발해 명단 보고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문상호는 정 대령 외에 또다른 정보사 간부인 김 모 대령에게도 같은 지시를 내렸다.

이 지시에 따라 정 대령과 김 대령은 11월 22일 자신들이 선발한 정보사 정예 요원 명단이 담긴 서류봉투를 문상호에게 전달했다.

계엄 쿠데타 실행 이틀 전인 12월 1일, 문상호가 호출해 정 대령과 김 대령이 안산 상록수역 부근 식당으로 갔더니 노상원이 나타났다. 이 자리에서 노상원은 문상호에게 중요한 임무가 있을 것이라며 부정선거 얘기를 꺼냈다. ‘중앙선관위 전산서버를 확인하면 부정선거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 ‘너희들은 전산실에 가면 된다’면서 인원은 선발했느냐고 물었고, 이에 문상호가 ‘예’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런 문답은 당초 문상호가 11월 중순 공작 병력을 선발하라고 지시한 것이 현직 군인 상급자가 아닌 민간인인 노상원의 지시를 전달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노상원이 선관위 서버 확보와 HID 병력 등 정보사 요원 동원에 깊이 관여했다는 민주당 제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정보사 계엄 작전, 민간인 노상원이 지휘

이날 노상원이 먼저 떠난 후, 문상호는 두 대령에게 ‘계엄 선포가 안 되기를 바라지만 만약 선포되면 당연히 장관님으로부터 명령이 내려올 것이다’,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내란 작전에 동참할 것을 당부했다.

현직 정보사 사령관 문상호가 적어도 이 시점 이전에는 계엄 쿠데타 계획을 알고 있었고 따르기로 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알면서도 민간인인 전직 사령관으로부터 내란 계획을 지시 받고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계엄 쿠데타 당일인 12월 3일 오후 4시 반, 문상호가 비화폰으로 정 대령에게 전화해 ‘부대원 중 2개팀 약 20명 정도 선발해 여단본부로 소집하고 각자 3, 4일 정도 필요한 속옷과 양말, 세면도구 지참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한 문상호 정보사령관을 몰아붙이는 박선원 의원. (국회방송 화면 캡처)

이렇게 소집된 병력은 저녁 8시 경부터 부대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내란 선포 20분 전 문상호는 대회의실에 모인 부대원들에게 직접 교육을 실시했다. 이 교육에서 문상호는 ‘특정 시설에 갈 수도 있다’고 알리고는 ‘잠시 후에 중대 방송이 있을 테니 시청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계엄선포 직후인 10시 30분에는 ‘내일 아침 2개 팀이 선관위에 가야 하니 아침에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추가 지시를 내렸다.

한편 문상호는 계엄해제 결의안이 통과되고 다시 윤석열이 계엄해제를 알린 뒤에도 소집 병력에게 그런 사실을 알리지 않다가, 계엄해제로부터 1시간이나 지난 5시 반에야 소집 인원에게 계엄 해제 사실을 알렸다. 노상호 혹은 김용현으로부터 지시가 늦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민간인인 전직 정보사 사령관 노상원이 선관위 점령 작전에 깊이 개입해 구체적 작전 지시까지 내린 것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일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김용현을 중심으로 한 오랜 군내 사조직의 존재 때문이었다.

민간인 포함 군내 사조직, 김용현-노상원-문상호 라인

전날 MBC 보도에 따르면 노상원은 박근혜 청와대에서 청와대 파견 군인들을 관리하는 경호처 ‘군사관리관’으로서 당시 박흥렬 경호실장의 ‘오른팔’이었다. 박흥렬은 노무현 정부에서 육군참모총장으로 발탁됐다가 이명박 정부에서 정리됐던 인물인데 박근혜가 경호실장으로 기용했다. 이번 쿠데타의 가장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박흥렬이 육군참모총장이던 시절 그의 비서실장이었다가 박근혜 정부에서는 수방사령관 자리에 앉았다.

따라서 김용현은 이전부터 박흥렬의 수족이었다고 할 수 있고, 박근혜 청와대에서 노상원이 박흥렬의 오른팔 노릇을 한 것이다. 김용현은 육사 38기, 노상원은 41기로 김용현이 3기수 높다. 요컨대 당시 경호실장 박흥렬이 자신의 전, 현 측근들인 김용현과 노상원이 연결되는 다리 역할을 한 셈이다.

 

김용현과 노상원은 박근혜 청와대 경호실장이었던 박흥렬의 측근들이었다. (MBC 뉴스 화면 캡처)

계엄 당시 현직 정보사령관이었던 문상호 역시 이 박근혜 청와대에서 노상원을 만났다. 문상호는 며칠 전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서 추궁 끝에 ‘1년간 함께 근무했을 뿐’이라며 노상호와의 친분을 숨기려 했지만, 둘 다 군에서 파견됐고 또 정보 병과라는 공통점까지 있었던 노상원과 문상호가 가깝지 않았다면 더 이상한 일이다.

박근혜 청와대 근무 당시 준장이었던 노상원은 이 청와대 근무 직후 진급해 정보사령관 자리에 앉았고, 문상호는 2023년 11월에 정보사령관에 임명됐는데 김용현이 경호처장이면서도 국방부 인사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던 당시였다. 김용현-노상호 라인이 임명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지점이다.

계엄 주역들의 이런 이력을 돌아보면, 문상호는 김용현과 직접 연결된 것이 아닌 노상원의 하부 라인으로 보이고, 현직 정보사령관으로서 민간인에 불과한 노상호의 지시를 받은 것도 노상호가 계엄 계획에 깊이 관여한 것은 물론 김용현의 지시를 문상호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맡았기 때문일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계엄 당일 새벽 노상원이 김용현 당시 국방장관의 공관을 방문했고, 계엄이 이어지고 있던 4일 새벽에도 김용현과 통화해 추가 작전 논의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상원은 계엄해제 이전에 김용현과 통화한 사실은 인정했다.

노상원은 경찰에 긴급체포되기 직전 SBS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관여한 사실은 빼면서도 정보사의 선관위 투입 배경에 대해 ‘계엄이 걸리면 선관위를 폭파하거나 서버를 증거인멸할 우려가 있어서였을 것’이라면서 3인칭 시점을 가장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노상원, ‘계엄이 걸리면 서버 증거인멸 우려해 지키라고 했을 것'.(SBS 뉴스 화면 캡처)

노상원의 이런 발언은 이전까지 관련자들이 선관위와 관련해 모두 입을 맞췄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선관위 서버실에 침입한 것은 단지 지키려는 것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15일 JTBC가 방첩사 현장 지휘관들을 취재한 바에 따르면 선관위 서버들은 정보사가 확보하고, 방첩사가 ‘복사 혹은 통째 반출’을 거쳐 검찰과 국정원이 수사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는 폭로가 나온 바 있다.

한편 노상원은 지난 2018년 육군정보학교장(소장)으로 근무하던 중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혐의로 보직해임 됐고, 박용현은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후 장군 인사에서 밀려 중장으로 전역했다.

검찰의 문상호 긴급체포 차단, 또다시 수사 방해

경찰 국수본이 지난 15일에 문상호와 노상원을 동시에 긴급체포했던 것은 앞서 살펴본 정보사 정 대령의 진술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하루도 안된 16일 오후, 검찰이 나서 문상호에 대한 긴급체포를 불승인 했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에 따르면 긴급체포는 검사와 경찰이 모두 할 수 있지만 경찰이 긴급체포를 했을 경우 즉시 검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경찰은 어쩔 수 없이 문상호를 석방해야 했다.

검찰이 문상호의 긴급체포를 승인하지 않는다는 명분은 경찰이 ‘재판 관할권’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이 내세운 군사법원법의 긴급체포 관련 조항들은 군검사 또는 군사경찰이 수사할 경우에 대한 조항들이지 경찰의 수사를 제한하는 내용이 아니다. 더욱이 군사법원법에는 구속영장 집행, 수색영장 집행 등의 수사 행위에 대해 군사경찰이 아닌 경찰을 의미하는 ‘사법경찰관리’의 수사를 허용하고 있다.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현역 군인이 저지르는 범죄는 군사경찰이 올 때까지 ‘재판 관할권’이 없는 경찰들은 출동해서도 체포하지도 못한다는 억지 논리가 된다. 당연하게도 이는 실제 벌어져온 현실 사건들에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

실제 지난 11월 강원도 화천군에서 동료 군무원을 살해, 시신 유기한 현역 중령이 화천경찰서에 의해 긴급체포됐고, 또 지난 8월에 헤어진 여자친구 부모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달아난 군인은 일산서부경찰서에 의해 긴급체포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경찰이 잡지 말았어야 했으니 역시 그냥 풀어줘야 했다는 것인가?

검찰이 긴급체포 불승인의 사유로 내세운 ‘재판 관할권’은 검찰이 기소하려 할 때 겪는 문제일 뿐이지, 경찰의 수사를 막을 수 있는 사유가 아닌 것이다. 법률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상식적으로도 법률상으로도 억지 투성이인 이런 검찰의 조치에도 경찰이 어처구니없게 문상호를 풀어줄 수밖에 없었던 것은, 형사소송법에 검사가 경찰의 긴급체포를 불승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유도, 그에 대한 경찰의 항변 수단도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이 억지를 쓰면 경찰은 부글부글 끓으면서도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행법이고, 검찰은 그것을 교묘하게 악용한 결과다.

이쯤 되면, 검찰이 내란 사건 수사의 중요한 한 축인 선관위 부분 수사를 아예 차단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미 방첩사 현장 지휘관들은 자신들이 선관위 서버를 확보한 후에는 검찰과 국정원에게 인계할 계획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것도 계엄 선포 이후가 아닌 사전에 세워진 계획인 정황이 짙다.

 

선관위 서버들은 정보사가 탐색하고 보안사가 확보한 후에는 검찰과 국정원이 주도할 예정이었다. (JTBC 뉴스 화면 캡처.)

요컨대, 12.3 내란의 선관위 점거 문제에 중요하게 개입된 것으로 의심되는 검찰이 정확히 해당 범죄에 깊숙이 개입된 문상호 사령관에 대한 긴급체포를 상식을 벗어난 억지 논리를 동원해 차단한 것이다.

필자는 이미 수차에 걸쳐 검찰은 내란 수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반복해 주장해왔다. 생뚱맞게도 ‘재판 관할권’까지 들이대며 정보사 수사를 막아선 검찰이야말로 내란죄 수사에 관할권이 없다.

더욱이 경찰은 당초부터 국수본의 수사에 경찰청장조차도 지휘가 원천 차단되어 있는데다 그 경찰청장도 구속했다. 반면 검찰은 현행법상 검찰총장으로부터 지휘를 받으며 검찰총장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박성재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지휘를 받는다.

나아가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다시피, 검찰은 내란죄의 우두머리인 윤석열이 전 정부 시절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과 상급자 법무부장관들에게 반기를 들고 거꾸로 칼을 들이댔을 때 일치단결해 윤석열을 옹호하고 지지한 바 있다.

이런 검찰이 윤석열 수사를 맡겠다고 고집하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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