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 박장범 앵커가 KBS 사장이 되면 안되는 이유

공영방송을 '땡윤' '땡김' 방송으로 전락시킨 장본인

박근혜 국정농단 특종도 명태균 의혹 취재도 묵살

김건희 명품백을 '작은 파우치'로 축소 왜곡해 물의

인사청문회서 답변 회피, 거짓말하다 들통나기도

직원 95% '반대'…선후배 기자 500여명 '사퇴' 요구

2인 방통위 이사들이 후보로 뽑은 것 '위법' 될 수도

2024-11-21     김성재 에디터

전례 없이 사흘이나 진행된 박장범 KBS 사장 후보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보고 있자니 서글픔이 몰려온다. 헛웃음과 분노가 치솟았던 넉 달 전 이진숙 방통위원장 청문회 때와는 다르다. 그가 왜 공영방송 KBS의 사장이 되고자 하는지보다는 왜 ‘저렇게까지 하면서’ KBS 사장이 되고 싶은 것인지 생각이 들어 안쓰럽다. 인사청문회에서 그는 답변을 회피하거나 거짓말을 하다가 지적을 받으면 표정을 일그러뜨리기도 했다. 능력과 경륜과 자질 부족이 말과 표정과 태도에 그대로 드러났다.

KBS 기자 출신인 박장범 후보는 언론인으로서 기본을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자질과 자격이 크게 부족하다. 그는 야당과 언론단체뿐 아니라 KBS 구성원 다수로부터 후보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그가 3년 임기의 공영방송 KBS 사장에 오르는 것은 KBS의 혼란과 몰락을 가져올 것이다. 그래서 KBS 사장이 되어서는 안 되는데도 그는 끝내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하고 사장 자리를 탐내고 있다. 

 

11월18일부터 20일까지 국회 과방위에서 열린 KBS사장 후보 인사청문회 도중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박장범 후보. 연합뉴스

박 후보는 ‘낙하산’ 사장으로 불리는 박민 사장 취임과 함께 앵커로 화려하게 등극해 박민 사장과 입을 맞춰왔다. 박민 사장이 과거 국힘당 출신 정치인의 의혹 보도 등이 오보였다는 난데없는 ‘대국민 사과문’을 내자 그는 메인 뉴스에서 같은 내용의 사과 멘트로 부응했다. 박민 사장과 박장범 앵커가 오보라고 사과한 보도는 당시 후배 기자들이 공정한 취재와 합리적 근거를 갖고 의혹을 제기한 뉴스였다. 후배 기자들이 공들여 취재해 보도한 뉴스를 정권 눈치를 보느라 한순간에 오보로 만든 것이다.

그가 정권의 눈치를 본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그는 데스크 위치인 사회2부장이었는데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이 세월호 참사 수사에 개입했다는 후배 기자의 특종을 짓밟았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핵심 증거인 태블릿PC가 최순실 것이라는 단독보도 역시 방송되지 않은 사실이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밝혀졌다.

눈치를 본 정권은 물론 극우·수구 정권이다. 윤석열 정권이 임명한 박민 사장의 KBS가 ‘땡윤’ ‘땡김(건희)’ 방송으로 전락한 것은 박장범 앵커의 공이 절대적이다. 그가 앵커를 맡은 메인뉴스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 그리고 정부 여당을 비판하는 뉴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비판은커녕 정권 옹호와 미화 뉴스가 자주 등장했다. 그 결과는 KBS 뉴스의 시청률 추락이었다. 

공영방송 KBS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내다버린 박장범 앵커 최고의 활약을 꼽으라면 역시 올해초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년 대담 방송이다. 이 방송은 전두환 군사독재 시대 이후 가장 부끄러운 KBS의 흑역사를 남겼다고 평가받는다. KBS 내부에서도 부끄러워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미화하기 위해 연출하고 편집한 것, 방송 중에 대통령을 졸졸 따라 다니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대담 프로를 ‘성은이 망극한’ 홍보 프로로 전락시킨 것, 물어야 할 중요한 질문을 묻지 않은 것 등은 오히려 가벼운 문제였다. 그는 대담 중에 “파우치, 외국 회사의 조그만 백을 어떤 방문자가 놓고 갔다”고 하고 이를 “김건희 여사가 정치공작의 희생자가 되었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명품백을 받은 김건희 씨가 수치스러워 분노하는데, 그는 이를 ‘조그만 파우치’ ‘어떤 방문자가 놓고 갔다’고 축소하고 김건희 씨가 ‘정치공작 희생자’라고 왜곡한 것이다. 이 장면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그러나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파우치라는 표현은 팩트”이고 “‘명품’이라는 표현은 공영방송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우기고 잡아뗐다. 하지만 자신이 국민들로부터 ‘파우치 앵커’라는 조롱을 받고 있는 사실을 본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올해 초 KBS가 방송한 윤석열 대통령 신년 대담 장면. KBS 화면 갈무리.

박장범 앵커가 과거 기자 시절 뉴스를 보도하면서 ‘명품’ 표현을 쓴 여러 사례는, 그의 이 발언을 듣고 참지 못한 KBS 구성원들이 찾아내 제보한 것이다. 신년 대담 방송에서 나온 박 앵커의 질문이 “보도국 여러 부서로부터 취합한 것”이라는 답변도 금세 거짓말로 드러났다. 기자 출신이자 공영방송의 얼굴이고 입인 앵커 출신 박장범 후보는, KBS 사장 자리가 탐이 나서 서슴지 않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최근 여러 방송과 신문에서는 명태균 씨를 둘러싼 특종기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박장범 후보가 메인 앵커를 하는 동안 KBS 뉴스에서는 이와 관련된 뉴스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명태균 씨의 주 활동무대인 창원 지역 주재 KBS 기자들이 취재한 것을 묵살했다고 한다. 언론사에서 있을 수 없는 부끄러운 일이다.

야당 의원이 KBS에 ‘명태균-김건희 의혹’ 관련 뉴스가 없는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답했다. “(뉴스 보도 결정은) 제작진이 자율적으로 한다.” 앵커 멘트에서도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다시 물었더니 “(앵커멘트도) 제작진과 협의해서 한다”고 했다. 박장범 앵커는 제작진이 써주는 대본을 그대로 읽기만 하는 ‘앵무새 앵커’였단 말인가? 일단 변명을 둘러대서 책임을 면해보겠다는 구차한 답변이다. 정권에게 잘 보여 KBS 사장이 되겠다는 일념 때문에 기자로서, 또 공영방송 앵커로서 자존심도 다 버린 것이다.

이러니 언론단체와 야당은 물론이고 KBS 구성원 절대 다수가 그의 사장 임명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전현직 언론인들의 모임인 언론비상시국회의를 비롯한 여러 언론 관련 단체, 언론노조 등 현업 언론인 단체 등은 연일 KBS 본사 앞에서 박장범 사장 임명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가 실시한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무려 95%가 박 후보가 ‘사장으로 부적합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언론노조 KBS 본부뿐만 아니라 젊은 직원들이 가입한 제2 노조인 ‘가치노조’ 조합원들도 매일 사내외에서 ‘파우치 박장범 사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기자들 중 공채 막내 기수인 50기부터 고참급인 18기 기자들이 실명을 밝히고 박장범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KBS에서 전례없는 일이라고 한다. 그의 선후배들 다수가 ‘공정성, 중립성은 내다버리고 정권 눈치 보고 아부 잘하는 자가 공영방송 사장이 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공개한 'KBS 사장 후보자 박장범 찬반 설문조사 결과'. 

이번 청문회에서는 애초 예상됐던 박민 사장 연임이 좌절되고 박장범 앵커가 사장 후보로 결정된 배경도 드러났다. 사장 후보를 결정하는 이사회 면접이 열리기 직전 용산에서 박장범 앵커로 낙점했다는 진술이 나온 것이다. 면접 결과 참석 이사 7인은 만장일치로 박 앵커를 후보로 결정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이 공영방송 사장 선출에 직접 개입했다는 얘기다. 언론노조는 이를 국정농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박장범 후보가 사장에 임명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는 이처럼 차고 넘치지만, 무엇보다 중요하고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그를 후보로 만장일치 결정한 이사회가 위법적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방통위 2인 체제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박 후보 결정에 참여한 KBS 이사 7명은 모두 위법적인 2인 방통위가 선임한 인사들이다.

야당 추천 이사 5인이 방통위의 여당 추천 몫 이사 7인 선임이 무효임을 주장하는 가처분신청과 소송을 제기했다. MBC 대주주 방문진의 경우처럼 KBS 이사회의 경우도 똑같이 ‘위법’ 판정이 나오면 위법하게 선임된 이사 7인의 결정은 모두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장범 후보가 사장에 임명된 뒤 이 결정이 무효가 되면 KBS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당장 박장범 사장 후보의 임명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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