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기고] 더탐사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돼야 한다

2022-12-29     김종서 배재대 교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주거지를 침입한 혐의를 받는 '시민언론 더탐사' 강진구 대표(왼쪽)와 최영민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2.12.29. 연합뉴스

공적 문제에 관한 발언이나 비판 등을 이유로, 정부나 기업 등이 거대 로펌 등을 동원하여 개인이나 단체를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을 가리키는 ‘전략적 봉쇄소송’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런 소송은 명예훼손, 프라이버시 침해 등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실질적 목적은 공적 관심사에 대한 문제제기를 침묵시키는 것이기에 그런 명칭이 붙여진 것이다. 전략적 봉쇄소송을 처음 개념화했던 미국의 학자들은 그들의 저술에서 민사소송을 주요한 주제로 삼고 있었지만, 공적 관심사에 대한 의사표현과 문제제기 자체를 봉쇄하는 효과를 발휘하는 한 형사소송 역시 봉쇄소송의 범주에서 제외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고소고발이 이루어지고 공권력의 동원에 의한 강제수사가 병행되는 경우 그러한 봉쇄효과는 더욱 커진다는 점에서 명예훼손 등에 대한 처벌이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는 형사소송에 의한 봉쇄효과의 문제가 더 크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적 문제제기 막는 전략적 봉쇄소송

이러한 소송을 ‘전략적 봉쇄소송’이라고 부르는 것은, 개인적 권리 구제의 전형적 수단인 소송을, 권리 구제라는 외형을 앞세워서 실질적으로는 공적 관심사에 대한 문제 제기 등 정당한 기본권 행사를 봉쇄하고 억압하기 위한 목적 또는 전략으로 동원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의 활동을 억압하고 위축시키기 위하여 파업의 정당성을 문제 삼아 거액의 손해배상을 노동조합은 물론 조합원들에게까지 청구하는 소송 역시 넓은 의미의 봉쇄소송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노란봉투법의 목적 중 하나가 이를 막고자 하는 것이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런 류의 소송은, 재판을 받을 권리를 권리구제와는 무관한 악의적인 목적으로 남용한다는 점에서 ‘권리남용적 봉쇄소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유럽연합). 이런 봉쇄소송에 대해서 미국을 시작으로 캐나다, 호주와 유럽연합 등에서는 일종의 권리남용으로 보아 조기에 각하하고 소송비용과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모색되거나 입법되어 왔는데, 그것은 무엇보다도 봉쇄소송은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는 공적 사안에 대하여 충분한 의견 제시와 토론을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운영되는 민주적 정치체제의 근간을 부정하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전략적 봉쇄소송이 ‘일국의’ 법무부장관에 의하여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는 것이 이 땅의 현실이다.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의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관련하여 법무부장관 한동훈이, 해당 의혹을 보도하고 자신에 대한 근접취재를 시도하던 인터넷 언론사 더탐사의 대표들과 기자들, 그리고 이러한 의혹을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제기한 국회의원에 대하여 민형사 고소를 하였다. 그리고 이런 한동훈의 고소에 화답이라도 하듯 검찰은 더탐사의 사무실은 물론 그 대표자 및 기자의 자택에 대하여 여러 차례 압수수색을 한 것은 물론 해당 언론사 대표와 기자들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소송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그 대상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 위하여 취재와 보도를 행하는 언론사 및 기자들과 국민의 대표로서 입법권과 대정부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이라는 점이다. 또 다른 문제는 그런 소송을 제기한 주체가 ‘일국의’ 법무행정을 총괄하면서, 검찰에 대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법무부장관이기 때문이다.

비교적 일찍부터 전략적 봉쇄소송에 대한 대응책이 모색되었던 미국과는 달리 유럽연합에서 이러한 소송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계기는 2017년에 거대기업들의 민형사소송에 시달리던 몰타의 한 기자가 살해되는 사건이었다. 이후의 조사과정을 통해서 유럽 여러 나라들에서 주로 탐사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기자들에 대하여 그들의 취재와 보도를 막기 위하여 다양한 형태의 민형사소송들이 제기되어 왔고 이러한 소송들로 인하여 공적 사안에 대한 문제제기나 비판과 논평들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던 것이다. 특히 정부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사 종사자인 기자를 상대로 한 이같은 소송들은 자유로운 의견의 제시와 토론을 통해서만 존립, 유지될 수 있는 민주주의 정치의 근간을 송두리째 위협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졌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유럽연합 차원의 법적 대응이 현재 진행 중이다.

 

경찰이 지난 7일 경기 남양주시 더탐사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다. 더탐사 유튜브 화면 캡처

언론의 정부 감시 비판에 대해선 특히 강한 보호 필요

민주주의―설사 이를 이 정부가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로 이해한다고 하더라도―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언론의 정부 감시 및 비판에 대해서는 특히 강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은 근대 이후 모든 국가의 헌법에서 공인되어 온 바이고, 우리 헌법 역시 마찬가지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의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언론의 보도에 대하여 법무부장관이 민사상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그것도 모자라 해당 언론사 대표와 기자를 형사고소하는 것은 정부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사실상의 검열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으로서, ‘헌법정신’에 대한 전면적 부정이거나 최소한 그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물론 더탐사는 이런 의혹을 이미 보도하였으므로 법무부장관의 대응을 엄밀한 의미의 (사전)검열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더탐사에 대한 정부의 반응을 목도하고 있는 다른 수많은 언론사와 그 종사자들에 대해서는 매우 강력한 검열효과를 가짐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본다면 이런 소송을 제기한 법무부장관도 문제이지만, 이런 재갈물리기식 형사고소에 대하여 터무니없는 압수수색이 청구되고 이것이 법원에 의하여 받아들여지는 사태는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는 일이다. 특히 법무부장관의 상당한 영향력 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검찰의 영장청구는 그렇다손치더라도 이러한 영장청구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그것도 여러 차례에 걸쳐 발부해 준 법원의 태도는 기본권의 최후의 보루라는 법원의 역할 또는 사명을 부정하는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법원이 조금이라도 민주주의에 대한 존중을 갖고 있다면, 민주국가에서 언론의 자유가 갖는 소중함을 조금이라도 인식하고 있다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만은 단호히 물리쳐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대한민국에 더 이상 독립성을 가진 사법권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자인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한편 전형적인 봉쇄소송은 정부 또는 거대 기업이 공적 관심사에 대한 문제제기나 의견 표현을 차단하기 위하여 개인이나 단체를 상대로 제기하는 민사소송이기 때문에, 국회의원과 같은 공직자를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을 봉쇄소송이라고 볼 수 있는가 하는 의문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적 원리와 과정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공직자, 정당 및 정치인들에 대해서, 공적 문제에 관한 그들의 발언을 이유로 제기되는 소송―민사소송이든 형사소송이든―을 봉쇄소송에서 제외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들이 공적 문제를 다루는 것은 선출 또는 임명을 통하여 국민을 대표하는 지위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므로, 국회의원 등 공직자를 상대로 제기되는 이런 소송은 공공 참여라는 민주주의적 원리와 가치들에 대한 가장 심각한 위협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원고로서든 피고로서든 공직자나 정치인과 관련된 소송들이 민주주의에 가하는 위협은 개인을 상대로 하는 소송보다 더 크다고 분류하기도 한다.

공적 문제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민주주의 정치체계에서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주요한 역할이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는 국민들이 선거 때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유권자들이나 공중 일반에게 중요한 문제들, 즉 공적 사안들에 관한 논평이나 의견제시나 문제제기를 이유로 정치인들이나 공직자를 상대로 제기하는 명예훼손 등의 소송은 민주적 책무성의 체계를 바탕으로 하는 정치과정을 잠식할 위험이 매우 크다. 늘 남용의 의심을 받고 비판의 대상이 되긴 하지만 헌법이 국민대표인 국회의원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정치인들, 특히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국회의원들은 개인적 손해에 대한 위험을 느끼지 않고 간섭 없이 자신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느껴야 할 것이고 공적 문제에 관한 발언은 그런 직무의 전형에 속하는 것이다. 그런데 의원의 발언이나 질의를 이유로 명예훼손 등의 소송이 제기될 수 있고 또 그 소송이 받아들여질 수 있게 된다면, 그런 소송은 민주적 과정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하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의 공인된 규칙을 벗어나는 일

그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이 비판을 잠재우기 위하여 법원을 이용하는 빈도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데, 그것이 상당한 효과를, 즉 공적 문제에 관한 발언을 잠재우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정부의 정책이나 정치인의 행동을 자유롭게 비판할 능력은 민주적 책무성 체계의 본질적 부분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소송은 단순히 시민들의 공공참여를 봉쇄한다는 차원을 훨씬 넘어서서 민주주의적 책임정치의 제도적 근거를 심각하게 손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정치인들이 서로 심한 공방을 벌이더라도 서로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좀처럼 없었던 이유도 그런 소송이 민주주의 체계에 가하는 위험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의원이 회의장에서 공직자에게 의문을 제기하는 등 공방을 벌이는 것은 공공생활의 일부로서 그리고 정치현실의 일부로서 여겨져야 하는 것이지, 그것에 대하여 공론장을 벗어나서 법원으로 달려가는 것은 민주주의의 공인된 게임 규칙을 벗어나는 일일 것이다.

이처럼 공직자가 자신에 대하여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 및 그 종사자를 상대로, 그리고 이러한 보도를 바탕으로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문제를 제기한 국회의원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것은 매우 심각한 형태의 봉쇄소송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그 공직자가 한 나라의 법무행정을 총괄하는 법무부장관이라면, 이는 더더욱 법과 재판이라는 도구를 동원하여 민주주의적 소통을 질식시키려고 하는 매우 악의적인 형태의 봉쇄소송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 법원에 요구되는 최소한은 더 탐사 대표와 기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즉각 기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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