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취업자 증가 겨우 8만…정부는 기저효과·날씨탓
최근 석 달 10만 명대 유지하다 곤두박질
도소매·건설업 취업자는 아예 감소
한경협 '내수기업 매출액 감소'와 조응
불황 대처 못한 책임 져야 할 정부 핑계만
경제 불황이 지속되면서 고용시장은 위축되고 내수기업은 매출이 감소하는 등 악화된 경제지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임기 절반을 지나는 동안 양호한 성과를 냈다는 최근 경제관료들의 자화자찬이 무색하기만 하다.
10월 취업자 수는 8만 명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쳤다. 취업자 증가 폭은 지난해에는 월평균 33만 명, 올해 들어서도 초반에는 40만 명에 육박했지만, 최근 석 달 동안 근근히 10만 명대를 유지하다 지난달에는 10만 명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내수와 밀접한 도소매업과 건설업은 아예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내수기업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했다. 내수기업의 매출이 감소한 것은 코로나10 팬데믹이 발생했던 지난 2020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주로 도소매업의 매출 감소가 두드러졌는데 이는 무엇보다 소비 부진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884만 7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8만 3000명 증가했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이 10만 명을 밑돈 것은 6월(9만 6000명) 이후로 4개월 만이다. 7월(17만 2000명), 8월(12만 3000명), 9월(14만 4000명) 등으로 유지하던 10만 명대마저 무너진 셈이다.
정부는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가 미진했던 것은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작년 10월 증가 폭이 34만 6000명이나 됐기 때문에 전년 동기 대비로 보면 지난달 증가가 작게 보인다는 말이다. 정부는 나아가 10월 조사 기간(10월 13∼19일) 비가 많이 왔던 영향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설명은 옹색할 뿐아니라 현실과도 거리가 멀다.
올해 1월 취업자 증가 폭은 38만 명이나 됐다. 전년 동기 대비 시점인 지난해 1월 증가 폭은 무려 41만 명이 넘었다. 기저효과로 말한다면 지난 1월 증가 폭은 설명이 어렵다. 취업자 가운데 날씨의 영향을 받는 업종이 통계의 착시를 가져왔다는 설명 또한 말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월 평균 취업자 수 증가는 32만 7000명에 이른다. 올해 들어 취업자 수 증가는 월 평균 18만 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며, 하반기 들어서는 13만 명으로 쪼그라들었다. 기저효과나 날씨 탓을 할 게 아니라 경제 불황에 적극 대처하지 못한 정책 당국의 책임을 통감해야 할 대목이다.
산업별로 보면 특히 도소매업과 건설업의 고용이 크게 위축됐다. 증가 폭이 줄어든 정도가 아니라 아예 취업자가 감소했다. 도소매업은 14만 8000명, 건설업은 9만 3000명이 줄었다. 내수 부진의 여파가 이들 업종에 가장 심각하게 미쳤다는 분석이다. 도소매업 취업자 감소는 2021년 7월(-18만 6000명)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컸다. 취업자 수는 도소매업 8개월, 건설업 6개월 연속 각각 감소하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는 작년 동월보다 3만 3000명 줄어, 4개월째 감소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도소매업 취업자 감소의 절반가량이 자영업자"라며 "과당경쟁과 온라인화·무인화 추세 강화, 점포들의 대형화 등 구조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고용 부진의 원인을 경기 상황보다는 자영업자들의 경쟁이나 영업 환경에서 찾고 있는 태도다.
연령대별로는 고령층의 취업은 늘고 청년층에서는 감소하는 추세가 이어졌다. 60세 이상에서 취업자가 25만 7000명 증가했다. 30대와 50대도 각각 6만 7000명, 1만 2000명 늘었다. 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8만 2000명 줄며, 24개월 연속 감소했다. 40대도 7만 2000명 감소했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가 9만 1000명, 임시근로자는 10만 5000명 각각 증가했다. 반면 일용근로자는 10만 명 줄었다. 비임금근로자 중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7000명 감소했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4만 4000명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작년 동월 대비 0.1%p 상승한 69.8%로 집계됐다. 198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10월 기준 가장 높았다. 15세 이상 전체 고용률은 63.3%로 작년 동월과 같다. 1982년 7월 월간 통계 작성 이래 10월 기준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재부는 "고용률·경제활동참가율 역대 최고 등 주요 고용지표는 양호하다"면서도 "2022∼2023년 장기 추세를 크게 웃돌며 호조를 보였던 고용 증가 속도가 조정받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용률이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아예 취업 의사를 꺾은 인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실업자는 67만 8000명으로 1년 전보다 5만 1000명 늘었다. 실업률은 0.2%p 높아진 2.3%로 나타났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608만 2000명으로 작년보다 2만 1000명 늘었다.
육아(-11만 2000명) 등에서 감소했으나, '쉬었음'(20만 7000명), 가사(5만 명) 등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특히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이 10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0월 쉬었음 인구는 244만 5000명으로 역대 10월 중 가장 많았다. 60세 이상에서 10만 명, 청년층(15∼29세)에서 5만 2000명, 30대에서 4만 7000명 늘었다.
경제 불황의 지속은 특히 내수기업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13일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인 비금융업 법인 814개사의 경영 성과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내수기업(620개사)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내수기업 매출액 감소는 지난 2020년(-4.2%)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전체 기업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지만, 이는 수출기업(194개사)의 매출액이 13.6%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 적용된 내수기업의 기준은 수출 비중이 50% 미만은 기업이다.
매출액이 줄어든 내수기업을 업종별로 보면 지주회사(-17.6%), 도소매업(-6.5%), 전기·가스·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5.5%), 제조업(-1.1%) 순으로 감소율이 높았다. 지주회사의 매출 감소는 자회사 실적 부진에 따른 배당 축소, 도소매업은 소비 부진의 영향이 큰 것으로 한경협은 분석했다.
여기에 기업 투자까지 감소로 전환해 경제 전반의 성장동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올해 상반기 기업 투자(유형, 무형, 리스자산 포함)는 전년 동기 대비 8.3% 감소했다. 전체 기업의 투자는 코로나발 경제위기를 맞았던 2020년에도 16.9% 증가했다고 한경협은 지적했다. 기업 투자 증가율은 2022년 9.5%까지 낮아졌다가 지난해 15.7%까지 반등했지만 올해는 아예 감소로까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