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탓? 나라 망친 '철없고 무식한 오빠'의 책임
갈수록 커지는 윤석열 당선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
드러나는 여론 조작과 선거 부정의 방식과 실태들
명태균 게이트에서 비선 실세 국정 농단으로 발전
사기꾼을 이용하고 버리려는 진짜 사기꾼은 누구?
한동훈은 책임 없고 문제 해결의 주체라는 거짓말
김건희 사과와 퇴장? 윤석열이 물러나야 해결돼
"대선 때 내가 한 일을 알면 모두 자빠질 것이다."
"내가 들어가면 (구속되면) 한 달 안에 정권이 무너진다.”
"내가 이 정권 다 만들었으니 내가 무너뜨릴 수 있는 거다."
"(나를 구속하고) 한 달이면 (윤 대통령이) 하야하고 탄핵일 텐데 감당되겠나."
"아직 내가 했던 일의 2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 입을 열면 세상이 뒤집힌다.“
명태균 씨의 말이다. 윤석열 정권을 탄생시킨 지난 2022년 대선에서 그 결과의 정당성을 무너트리는 뭔가 심각한 여론조작과 부정한 행위가 있었다는 의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년이 훌쩍 지나서 이런 진실이 밝혀지기 시작한 이유는 그것을 설계한 권력 상층부에서 내분이 벌어지고, 말단에서 그것을 시행한 사람들(명태균, 강혜경)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감옥에 보내거나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단 진실의 일부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자, 지난 대선 전에 있었던 국민의힘 내부 경선, 당대표 경선 등에서 억울하게 패배했다고 생각하던 정치인들이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더욱더 걷잡을 수 없이 의혹이 커지고 있다. 각종 선거에서 여론조작으로 이익을 봤거나, 손해를 봤거나, 또는 이익도 보고 손해도 봤던 정치인들이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사실만 선택적으로 폭로하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많은 진실을 알고 있던 선거브로커 명태균 씨가 순순히 꼬리 잘리기를 거부하고 벼랑 끝 작전에 나서면서 많은 것이 드러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홍준표 대구 시장은 이런 식의 여론조작이 보수정치 카르텔의 오랜 문화와 풍토였다는 것을 실토하고 있다. "명태균 씨가 … 윤석열 후보 쪽에 붙어 여론조작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 "여론조사 브로커가 전국적으로 만연하고 선거철이면 경선 조작으로 더욱더 선거 사기꾼들이 난무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여론조사'라는 이름의 여론조작 과정을 살펴보면 몇 가지로 단계와 방식을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 개인정보와 전화번호 등으로 구성된 광범한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이다. 20년 전부터 드림텔레콤 대구·경북 지사장을 했었고 전화번호부와 대학동문 명부 등을 출판하고 발간해 온 명태균 씨의 경험과 능력은 이 과정에서 큰 자원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또 국민의힘의 57만 당원 명부도 명태균 씨에게 흘러 들어갔다고 한다.
둘째,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설계된 표본'과 '설계된 문항'으로 이루어지는 여론조작이다. 지역, 연령, 성별이 한쪽으로 치우치도록 표본을 구성하고, 특정한 후보에게 유리한 응답이 나오도록 질문의 내용과 순서를 배치하고, 특정한 응답자들에게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명태균 씨가 강혜경 씨가 지시한 내용에서 그 방식들을 짐작할 수 있다. "연령별하고 지역별하고 다 맞춰갖고, 여성하고 맞춰갖고, 곱하기 해갖고 한 2000개 만드이소",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 "그 젊은 아들 있다 아닙니까. 응답하는 그 계수 올려갖고"
셋째, 이렇게 만들어진 여론조사 결과들을 활용해 바람을 일으켜서 대세론을 형성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거대 족벌언론과 대형 포털, 종편 방송 등이 그 여론조사 결과를 대대적으로 퍼 나르면서 기꺼이 바람잡이로 나서주는 것에 있었다. 이것이 바로 '가스라이팅을 넘어선 여조라이팅'이다. 왜 지방의 작은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를 수많은 주요 언론과 방송이 그토록 적극적으로 퍼 날랐는지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의 효과를 믿고 명태균 씨는 선거를 준비 중인 정치인들에게 다가가 "1등 만들어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라. 이제 2등은 1등이 가능해요"라고 홍보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대선에 대해서 "내가 대한민국 국민을 15일을 속였어요", "대통령 만드는 게 별거 아니에요. 제일 쉬워요"라는 놀라운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더구나 이제는 당대표 선거, 대선 경선, 대선뿐 아니라 지난 몇 년 동안에 윤석열 정부나 국민의힘에게 유리한 정치적 결과를 가져온 모든 선거 결과들이 다 의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경남지사나 강원지사 공천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왜냐하면 명태균 씨가 여러 선거 결과들과 공천 과정에 대한 자신의 개입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 홍준표부터 해서 다 까줄까요?", "10년 동안 놀고 있는 오세훈이 현직 국회의원, 전직 국회의원, 현역 시의원 한 명 없었는데 어떻게 됐을까요?", "이준석 대표도 자기가 1등 된다고 생각했겠어요?", "김재원 씨, 대구시장 왜 떨어졌는지 알고는 있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도 “그의 말대로 21년 오세훈 후보와의 서울시장 경선, 21년 이준석 후보와의 전당대회는 의외의 현상의 연속이었다”라며 뒷받침하고 있다.
이 사태는 여론조작으로 윤석열 정권을 탄생시키는 데 기여한 비선 실세들이 이후에 국정에까지 개입하고 농단을 일으켰다는 의혹으로 발전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명태균 씨가 강혜경 씨에게 "보도자료에 창원 제2 국가산단이라는 말을 넣어 줬으면 좋겠다"라고 전화한 내용을 보도하면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선정 결과를 이들이 미리 알고 있었던 정황을 지적했다.
그런데, 지금 이 엄청난 사태에 대한 반응과 해석에서 그 본질을 흐리고 덮으려는 몇 가지 받아들이기 어려운 입장과 태도들이 있다. 첫째는 이 모든 것을 '명태균이라는 사기꾼이 일으킨 사건'으로 퉁치려는 시도이다. 이에 반발하며 명태균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 와 내 몸에 땀과 기름 냄새가 난다고, 자기들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그런 나보고 사기꾼??? 사기꾼을 사기 친 니놈들은 뭐냐???"
영화 <기생충>에서도 '냄새'로 계급을 구분하고 선을 긋는 방식이 나온다. '땀과 기름 냄새'난다고 무시당한 명태균보다 서울대 법대 나오고 검찰총장까지 한 윤석열과 그런 윤석열을 대통령 만드는 데 앞장선 좋은 집안과 학교 출신의 엘리트 관료, 정치인, 지식인, 족벌언론 구성원들이야말로 지난 대선에서 권력을 훔친 최고의 사기꾼들이다. 이들은 윤석열을 '정의로운 검사', '공정과 상식의 대변자'로 포장하며 유권자들을 속였다.
둘째는 지금의 사태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아무 책임이 없고, 오히려 이 사태를 해결하고 문제를 바로잡을 주체인 것처럼 프레임을 만들려는 시도이다. 그런데 한동훈은 검찰에서부터 윤석열의 핵심 측근으로서 김건희 씨와 수백 통의 문자를 주고받으며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을 위한 고리를 만들어내는 데 앞장섰고 이 정권의 가장 강력한 2인자였던 사람이다. 이것은 마치 노태우가 전두환과 선을 긋는 것처럼 설득력이 없다.
셋째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주된 책임을 김건희 씨에게로 몰아가면서, 김건희 씨의 사과와 '퇴장' 정도로 문제를 덮으려는 시도이다. 한동훈과 족벌언론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나라와 부인 중에서 선택하라'라는 식으로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 젠더 위계로 보든, 검사와 피의자라는 두 사람 관계의 출발선에서 보든, 윤석열의 난폭한 마초적 스타일에서 보든, 처음부터 김건희 씨가 윤석열 검사를 조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윤석열 검사는 룸살롱에서 부하 검사들 데리고 두목 놀이를 즐기며 폭탄주 먹는데 돈을 많이 써서 그랬는지 결혼 전에 모아놓은 재산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나중에 정치적 야망을 실현하며 권력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김건희 씨가 부동산과 주식 투기로 번 막대한 재산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는 게 상식적이다.
그것에 대한 부채감과 자신의 무능 때문에 김건희 씨에게 많이 의존하고 책임과 권한도 많이 넘겼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도 윤석열 자신이 낳은 결과다. 즉, 윤석열-김건희 부부에 대해서 '윤석열은 큰 문제가 없는데 부인을 잘못 만났다'라는 식의 인식과 논리는 동의하기 어렵고 뭐든 문제가 생기면 여성(악녀)에게 몰아버리는 사회적 관습의 반복으로 보인다.
유시민 작가의 지적이 타당하다. "김건희 씨는 윤석열이 만든 권력의 공백을 차지한 여러 주체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 오늘 대한민국이 직면한 위기는 김건희가 아니라 윤석열이 만들었다. 김건희 때문에 윤석열이 망하는 게 아니다. 윤석열 때문에 김건희도 같이 망하는 것이다. 김건희는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일 뿐이다.”
김건희 씨도 '아는 것도 없으면서 지가 뭘 안다고 철없이 떠드는 무식한 오빠' 옆에서 일일이 챙겨주고, 사고치면 대신 사과하고, '오빠를 용서해 달라'며 뒷수습하고, 온갖 곳에서 쏟아지는 욕받이 노릇까지 하느라 고생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김건희 씨의 사과와 ‘퇴장’이 아니다.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은 윤석열이다.
'철없이 떠드는 것'은 용서할 수 있다. '무식한 것'도 용서할 수 있다. 많은 ‘철없는 오빠’들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여성과 주변 사람들을 가르치려 들면서 힘들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잘 알지도 못하고 무식하면서 철없이 떠드는 사람이 여론조작 등으로 대통령이 돼서 우리의 삶을 망치고 있을 뿐 아니라 전쟁 위기까지 일으키고 있다는 의혹과 그것이 낳고 있는 거대한 분노다. 용서할 수 없고 당장 물러나야 마땅하다는 생각들이 여기 저기서 넘쳐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