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취업제한 위반’ 다툴만한데…검찰 끝내 불기소

2년 질질 끌다 면죄부…"재벌 봐주기"

“취업 제한해 기업 보호” 법 취지 역행

부회장인데 “취업 아닌 노무 제공” 궤변

“지배력 행사·편익도 경제적 이익 해당”

경제개혁연대 “불기소 결정 불복, 항고”

2024-10-10     장박원 에디터

지난 2021년 1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돼 징역 2년 6개월의 유죄가 확정되자 그의 삼성전자 복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14조 1항에 따르면 배임·횡령 등의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유죄 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법무부 장관의 승인 없이는 5년간(집행유예의 경우 2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1년 1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유죄가 확정돼 법정에서 구속됐다. 2021.1.18.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이 회장은 유죄가 확정되고서도 2022년 8월 14일 특별사면 받기 전까지 약 560일간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근무했다. 이에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특경법에 명시된 취업제한 규정을 위반했다며 이 회장을 고발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경찰청은 취업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업무 등에 대한 대가로 보수를 받은 사실이 있어야 하는데 이 회장은 그렇지 않다며 2022년 6월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때 경찰은 이 회장이 업무수행이나 근로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억지 논리를 폈다.

경찰 결정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이의신청을 했다. 이 회장이 삼성그룹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재벌 총수에 면죄부를 준 결정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맡아 2년 넘게 질질 끌다가 경찰과 똑같은 판단을 내렸다. 지난달 5일 불기소처분을 결정한 것이다. 이 회장이 2021년 1월 이후 삼성전자의 비상근, 미등기 임원인 부회장으로 근무한 사실은 있으나 그 대가로 임금 등 금품을 받지 않은 이상 ‘사실상 노무 제공’ 정도에 불과해 특경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취업’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경제개혁연대는 10일 검찰의 불기소 결정을 수긍할 수 없다며 항고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의 불기소처분이 부당한 3가지 이유를 열거했다. ▲이 회장의 취업제한 위반 여부가 논란이 됐던 시기에 삼성전자에서 비상근, 미등기 임원으로 부회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해 재직 또는 근무한 사실이 명확히 확인된다는 점 ▲검찰은 장애인복지법의 규정을 원용해 특경법은 경제적 이익을 얻는 ‘취업’만 금지할 뿐 ‘사실상 노무 제공’까지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으나 취업과 노무의 구분은 장애인복지법상 취업제한의 특별한 사정 때문이고 취업과 노무의 사전적 의미가 모두 경제적 이익이나 임금 등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 ▲특경법상 취업제한 규정은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일정 기간 영향력이나 집행력 등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는 측면에서 이 회장의 취업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게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에서 유죄가 확정됐는데도 계속 부회장직을 유지했고 비상근이지만 계속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재직하며 회사와 그룹 전체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었다. 특히 2021년 8월 가석방 직후 곧바로 삼성전자에 출근해 핵심 사업부 경영진과 만나 현안을 보고받고 경영 상황을 확인했다. 그 이후 회사와 그룹 투자계획 발표나 주요 사안을 진두지휘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보수 지급 여부와 관계없이 이러한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할 지위에 있는 것 자체가 경제적 이득으로 볼 여지가 있고, 향후 주요 경영의사결정에 관여함으로써 보수 이상의 경제적 이익을 얻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 국정농단 연루부터 삼성 준감위 권고까지. 연합뉴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이에 대해 조사나 수사를 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취업제한 기간에도 신산업 진출과 해외 사업, 투자 등 중요한 의사 결정을 했다. 사실상 최고경영자 역할을 수행했던 셈이다. 경찰과 검찰의 주장대로 연봉과 성과급을 받지 않았다고 해도 경영에 관여하며 회사로부터 사무실과 인력, 차량, 출장경비, 업무 집행비 등 보수에 준하는 경제적 편익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검찰은 기본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고 단지 이 회장이 회사로부터 받은 급여가 없었다며 불기소 결정을 내린 것이다.

경제개혁연대 김우찬 소장은 “검찰의 불기소 결정은 이 회장 측 주장을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예정된 결론을 내기 위해 무리한 해석과 억지 주장을 편 것”이라며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범죄자로부터 기업체를 보호한다는 취업제한 제도는 형해화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서울고등검찰청은 이 사건을 직접 수사하거나 재기 수사 명령을 내려 다시는 기업체 취업제한 제도를 비웃는 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엄중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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