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가 활개치는 언론…기간통신사 연합뉴스마저?

이사회, 차기 사장에 극우성향 황대일 씨 내정

박근혜 정부 때 '노조파괴''불공정 보도'에 앞장

극우성향 '공언련' 매체에 칼럼…'극우본색' 드러내

저서엔 '항일독립운동 좌파몰이'…백선엽 미화도

공언련 출신 국회·방통위·방심위·KBS까지 똬리

국가기간통신에 극우 사장, 여론왜곡 심해질 것

2024-10-02     김성재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 사장에 현 연합뉴스 경기북부취재본부 기자인 황대일 씨가 내정됐다. 연합뉴스 최대주주(30.77%)이자 경영감독기구인 뉴스통신진흥회 이사회는 네 차례의 투표 끝에 이사 7명 가운데 5명의 표를 얻은 황대일 씨를 차기 연합뉴스 사장으로 선출했다고 한다. 황대일 씨에게 표를 준 5명의 이사는 모두 친여권 성향 인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대일 씨가 사장에 내정되자 우려의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황 씨가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를 경영할 능력과 자질이 있는지는 둘째 치고,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연합뉴스가 어용매체로 전락할 당시 그의 행적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드러낸 극우적 성향 때문이다.

국정농단으로 ‘파면’ 당한 박근혜 정권은 이명박 정권을 계승해 언론장악과 비판언론 탄압을 서슴지 않았다. 당시 연합뉴스는 박노황 사장 체제에서 △노조혐오와 탄압, △편집총국장제 폐지를 비롯한 편집국 독립 방해, △기자들에 대한 보복성 부당인사, △정권과 극우단체 편향 불공정 보도, △삼성 이건희 회장 성매매 보도 축소 지시 등 편집권 개입으로 언론계의 비난과 조롱을 한몸에 받았다. 

 

당시 연합뉴스 기자들은 기수별로 줄줄이 개탄과 비판 성명을 냈고 국민들도 연합뉴스를 어용매체라며 손가락질했다. 공정하고 중립적이어야 할 국가기간통신사를 이렇게 망가뜨린 박노황 사장 시절 황대일 씨는 그의 충견으로 복무했다는 것이 연합뉴스 내부의 평가다. 적폐청산을 과제로 떠안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황씨는 대표적인 '사내 적폐'로 분류됐다. 연합뉴스는 혁신위원회의 불공정 보도 사례 조사와 감사팀 조사 등을 거쳐 그를 정직 6개월 중징계 조치했다.

연합뉴스 노조는 “사장추천위원회가 지금도 떠올리기 싫은 박노황 경영진 시절 최악의 공정보도 훼손의 주역을 사장 후보로 추천했다”고 비난했다. 연합뉴스를 망친 인사가 이번에 사장에 내정된 것이다.

황대일 씨는 윤석열 정부 들어서 극우·친정권 언론인 단체에 숨어 활동해 온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가 윤 정권 탄생을 도운 극우 언론인들이 모여 만든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가 창간한 한 극우매체에 칼럼을 써왔다는 것이다. ‘언론시민단체’라고 주장하는 공언련은 그동안 노골적으로 윤석열 정권을 옹호·지지하고 비판언론과 야당에 대해 ‘좌파 몰이’ ‘가짜뉴스 몰이’를 해온 어용언론인단체다.

연합뉴스 내에서는 그가 이 단체가 발행하는 인터넷매체에 가명(假名)으로 친일·극우 성향 칼럼을 썼다가 사장 출마를 앞두고 삭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언론노조는 황 씨가 “극우 보수 시민단체에 가담해 그 인터넷 기관지에 정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후보자”라고 비난했다.

그가 출간한 책에도 친일·극우 성향이 드러나 있다. 지난해 나온 ‘독립과 건국의 적- 붉은 항일’이란 제목의 책은 ‘북한에 민족주의 정통성이 있다는 반일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파헤친 책’이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일제 식민지배 시절 벌어진 항일운동에 ‘좌파 색깔’을 칠하고 친일을 미화하면서 반공주의를 강조한 책이다. 간도특설대에서 조선인 항일독립군을 토벌에 앞장섰던 백선엽의 친일 사실을 은폐하고 그를 옹호하는 식이다. 윤석열 정권과 뉴라이트·조선일보의 홍범도 장군 폄훼·왜곡과 같은 선상에 있다. 조선일보가 이 책을 추천도서로 꼽았다.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과 공정언론국민연대, KBS노동조합, MBC제3노조,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관계자들이 2023년 3월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민노총 방송 영구 장악법 저지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권은 공영언론 연합뉴스에 대한 정부 보조금 300억 원을 2년째 삭감해 재정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번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사장에 앉혀 편집국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KBS 수신료 분리징수로 압박을 넣고 박민 사장을 임명해 공영방송 KBS를 ‘땡윤방송’으로 전락시킨 것과 같은 수법이다. MBC 장악에는 실패했지만, YTN을 민간기업에 팔아넘기고 TBS를 문 닫게 한 뒤 다음 수순은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 장악이었던 것이다.

윤석열 검찰정권은 출범 이후 계속 비판언론에 대한 탄압과 공영언론 장악에 골몰해왔다. 비판언론 탄압과 공영언론 장악을 위해 직접 언론사와 언론인을 고소고발해 왔다. 뒤에서 음습하게 이를 극우어용단체에 사주해온 사실도 계속 드러나고 있다. 방심위의 ‘민원사주’와 대통령실의 비판언론에 대한 ‘관제데모 사주’ ‘고발사주’의 뒤에는 극우어용 언론인 단체가 똬리를 틀고 있다. 대통령실의 사주를 받아 비판언론을 ‘좌파언론’, 비판보도를 ‘가짜뉴스’로 몰고 언론인에 대한 고소·고발을 수행하는 단체가 바로 이번에 연합뉴스 사장 내정자 황대일 씨가 활동한 공언련이다.

한겨레 등의 보도에 따르면 공언련 출신 극우 언론인들은 현재까지 국회는 물론, 방통위·방심위 등 언론관련 정부기관과 KBS, YTN 등 공영방송에 퍼져 정권 유지와 극우화를 위한 행동대원 노릇을 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에서 MBC를 망쳐놓고 국힘당 과방위원 금배지를 달고 있는 김장겸 씨, 친일극우 발언을 하면서도 ‘뉴라이트가 아니다’라고 말한 방통위원장 이진숙 씨, YTN 사장 김백 씨, 방통위 산하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최철호 씨, 방심위원인 황승경·홍세욱·강태욱·장옥님·이홍렬 씨, 선거방심위원을 맡고 있는 권재홍 씨 등이 모두 공언련 출신이다.

 

왼쪽부터 공언련 출신 이진숙 방통위원장, 김백 YTN 사장, 황대일 연합뉴스 사장 내정자. 

‘민원사주’와 어용 심의로 악명이 높아진 방심위원장 류희림 씨는 공언련 관련단체인 ‘미디어연대’ 대표 출신이다. KBS 박민 사장은 공언련 출신은 아니지만 극우성향의 친윤 언론인이다. 차기 MBC 사장에도 극우인사가 날아올 가능성이 높다. 지난 8월 KBS 이사와 MBC 방문진 이사 모집에 지원한 인사들 중에도 공언련 관련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언련, 새미래포럼 등 극우어용 언론시민단체 출신이 임원·대표로 자리잡은 정부기관이 60여 군데나 된다는 보도도 있다.

극우어용 단체에 비판언론 고발을 사주하고, 그 단체 출신 인사를 언론관련 정부기관과 공영방송에 임원으로 내려보내는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흔히 보았던 장면이다. 윤석열 정권의 언론 정책은 언론자유를 수호·창달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증진시키겠다는 원칙과 가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비리와 무능을 감춰 권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목적이 유일하다. 나라를 민생파탄과 국정농단으로 몰아간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비판언론 고발 사주는 윤석열 정부의 그것과 너무나 닮았다.

연합뉴스는 ‘국가기간통신사’로서 국내외에 정확하고 공정한 뉴스를 전달해야 할 책임이 있는 언론이다. 미국 AP, 영국 로이터, 프랑스 AFP처럼 국가를 대표하는 통신사다. 연합뉴스는 포털을 통해 일반 국민들에게 뉴스를 직접 전달하기도 하지만, 국내 수많은 언론이 받아쓰는 ‘언론의 언론’이기도 하다. 특히 지역언론과 중소규모 인터넷 매체들은 연합뉴스 기사를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게재해 보도하는 경우도 많다.

연합뉴스는 해외 언론이 한국 내 소식을 취재할 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참고하는 소스이기도 하다. 이런 ‘국가기간통신사’마저 극우성향 공언련 출신 사장과 경영진에 의해 장악된다면 여론의 왜곡은 더욱 심해질 것이 뻔하다. 해외 뉴스 시장에서 국격추락과 나라 망신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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