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총재(=총리)선거, 이시바냐 고이즈미냐

이시바, 당원 지지 높지만 의원들은 외면

자민당 보수우익 주류가 미는 고이즈미?

고이즈미, 최연소 ‘참신성’과 세습의 양면성

다카이치, 극우 아베 신조의 계승자

아베 노선 계승이냐 변화냐? 하지만 모두 자민당

2024-09-25     한승동 에디터
일본 집권 자유민주당(LDP) 총재선거를 10여 일 앞둔 지난 13일 도쿄의 자민당 본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전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9명의 후보들. 오는 27일에 실시될 총재선거에는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다아이치 사나에 경제안전보장상 등 9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내각제인 읿본에서 제1당인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사람이 차기 일본총리가 된다. 2024.9.13. EPA 연합뉴스

27일 실시되는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를 이틀 앞둔 25일 현재 이시바 시게루(67) 전 간사장과 고이즈미 신지로(43) 전 환경상, 다카이치 사나에(63) 경제안정보장상 등 3인이 총 9명의 후보들 중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 신문> 등 일본 언론들 보도에 따르면, 사실상 차기 일본총리를 선출하는 이번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1차 투표에서는 과반 득표자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상위 득표자 2인이 나서는 2차 결선투표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 3자 정립(鼎立) 형세에서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지만, 2차 투표까지 갈 경우 일반 당원들 지지가 높은 이시바 후보와 현역의원들 쪽 지지율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고이즈미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이 당선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이시바 시게루 전 일본 자민당 간사장이 지난 6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오는 27일 열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한다. 2024.09.06. 로이터 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냐 고이즈미 신지로냐

아사히신문 9월 여론조사에서 ‘차기 (자민당)총재에 어울리는 인물’로 이시바가 26%, 고이즈미가 21%를 얻었고, 다카이치는 11%, 나머지 후보들은 한 자리수 득표율에 그쳤다. 자민당 지지층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이시바가 32%, 고이즈미 24%로 나왔으나, 현역의원들 동향조사에서는 고이즈미가 더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자민당 총재선거는 현역 자민당 (중, 참 양원) 국회의원 368명과 같은 수의 자민당 당원 및 당우 등 총 736명이 던질 표 가운데 과반수를 얻는 후보가 당선되는데, 현역 총리가 불출마하면서 후보가 사상최대인 9명이나 나선 이번 선거 1차 투표에서는 과반 득표 당선자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2차 결선투표는 상위 특표자 2인 중에서 다수 득표자를 가리는데, 이때는 현역의원 368명과 지역 행정단위인 47개 도(都 도쿄도)도(道 홋카이도)부(府 오사카부)현(縣) 표를 합친 415표로 승부를 가린다. 도도부현 47표는 1차 투표 때의 각 지역 당원 당우(총 105만여 명) 표 중 상위 두 후보가 얻은 표 가운데 도도부현별로 다수표를 얻은 후보에게 각각 자동 배분된다. 따라서 2차 결선투표는 현역의원들이 당락을 좌우한다.

마이니치 신문이 24일 전국 자민당 지방조직 간부들을 상대로 당원 당우표 동향을 분석한 결과, 이시바 후보가 100표 가까운 표로 수위를 차지했고, 고이즈미 후보는 약 80표, 다카이치 후보는 약 70표를 확보한 것으로 나왔다. 이를 국회의원 표 동향조사 결과와 합쳐 분석하면 1차 투표에서는 고이즈미, 이시바 후보가 앞서고 다카이치 후보가 근소한 표차로 이들을 추격하는 모양새라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전 일본 환경상이 6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7일 열리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이다. 2024.09.06. AFP 연합뉴스

자민당 보수우익 주류가 미는 고이즈미?

아베 신조 전 총리와의 총재 경선에서 당원 당우표를 더 많이 얻은 이시바가 2차 결선투표에서 패배한 전례들을 보면, 이번 자민당 총재선거에서도 이시바는 1차 투표 때 가장 많은 표를 얻고도 2차 결선투표에서 고이즈미에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참의원 의원을 중심으로 20% 정도의 현역의원들이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다, 파벌 해체 선언 뒤 ‘새로 거듭나는 자민당’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의원들의 동향이 다소 바뀔 수도 있어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이즈미 후보가 24일 아소 다로 부총재를 만나 지지를 호소한 것, 그리고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아소 부총재가 고이즈미 후보를 밀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기시다 총리 불출마로 이어진 자민당의 불법 정치 비자금 조성 문제로 파벌 해체 선언을 한 자민당에서 아소 부총재가 이끄는 ‘아소 파벌’은 유일하게 파벌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의원 54명이 소속된 ‘아소 파벌’은 의원표의 비중이 절대적인 2차 결선투표의 승패를 가를 열쇠를 쥐고 있다는 지적들이 있다.

극우 아베 신조와의 당권 경쟁 과정에서 자민당 비주류로 밀려난 중도 우파 이시바를 경계하는 스가 전 총리와 아소 부총재가 무색무취의 정치 초보 고이즈미를 지지하는 것은, 고이즈미를 총재, 총리로 내세워 기성권력을 유지하려는 자민당 보수우익 주류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나머지 후보 6명은 고바야시 다카유키(49) 전 경제안전보장상(예전 니카이파), 하야시 요시마사(63) 관방장관(기시다파), 가미카와 요코(71) 외상(기시다파), 가토 가쓰노부(68) 전 관방장관(모테기파), 고노 다로(61) 디지털상(아소파), 모테기 도시미쓰(68) 간사장(모테기파)이다. 이들 중 고바야시 다카유키, 하야시 요시마사가 상위 3인에 이어 선전하고 있다.

이시바, 당원 지지가 높지만 의원들은 외면

유력 후보 이시바는 당 간사장, 방위상 등 38년의 정치인생에서 비중있는 각료 및 당직 경험을 지니고 있는데다 일반 당원들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이번에야말로 실적 뚜렷하고 안정감 있는 인물”이 총재가 돼야 한다는 당 내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어서 그에 대한 기대는 예전보다 높아졌다.

고이즈미, 최연소 ‘참신성’과 세습의 양면성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인 고이즈미 후보는 ‘최연소’라는 참신성과 매끈한 외모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으나, 환경상 외에는 굵직한 각료 및 당직을 맡아본 적이 없는 경험 부족이 약점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 약점이 오히려 당 ‘쇄신’을 위한 장점으로 부각되는 면도 있다. 그러나 그 ‘참신성’이란 것도 그가 고이즈미 전 총리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세습의원이란 점과 스가 및 아소 전 총리 등 당 내 기성 원로들이 미는 정치적 계산들(일종의 수렴청정?)을 감안하면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경제안보 담당상이 9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7일 열리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일본에서 집권당 총재 선거는 사실상 차기 총리를 뽑는 선거다. 2024.09.10. AFP 연합뉴스

다카이치, 극우 아베 신조의 계승자

<텔레비 아사히> 캐스터 등 방송인 출신인 다카이치 후보도 30년의 정치이력을 지닌 베테랑 정치인으로, 특히 아베 신조 전 총리와 가까웠던 극우적 성향의 사람이다. 이번 총재선거에서도 ‘아베 노선 계승’을 내세우고 있다. 아베 정권 때 당 정조회장과 총무상을 지냈으며, 2021년 자민당 총재선거 때 아베의 전면적인 지원 속에 출마해 현역의원들로부터는 기시다에 이어 2위의 득표를 했다.

아베 노선 계승이냐 변화냐? 하지만 모두 자민당

이번 총재선거 후보들 중에서 이런 다카이치와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후보가 이시바다. 2012년 제2차 아베 정권 출범 직후 간사장과 지방창생상을 지내는 등 아베와 가까운 사이였으나 점차 거리가 멀어지다가 2018년 총재선거 때 아베에 도전했다가 패배한 뒤 거의 왕따 수준의 ‘당내 야당’으로 내몰렸다.

이번 총재선거가 기시다 정권까지 이어져 온 아베 노선을 계속 추구해 갈 것이냐, 노선을 바꿀 것이냐의 노선투쟁적인 면도 있다면, 그 양자를 대표하는 후보가 이시바와 다카이치라고 할 수 있다.

고이즈미와 다카이치도 ‘선택적 부부 별성 도입’ 등 당의 주요 정책을 놓고 전혀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결혼 뒤 아내가 남편 성을 따라가는 일본에서 결혼 뒤에도 부부가 각자 자신의 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부 별성제에 대한 여론이 높아가고 있는 최근 변화를 수용해 부부가 각기 다른 성을 선택적으로 쓸 수 있게 하자는 자유주의적(리버럴) 입장을 취하고 있는 고이즈미, 거기에 반대하면서 여성의 천황 계승에도 반대하는 극우적 성향의 다카이치는 대립한다.

1955년 보수합동 이래 사실상 일당 독점적 지배체제를 유지해 온 보수우파 자민당 후보들이란 점에서는 그들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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