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개입 공범? 공천 거래 주범?…발빼는 이준석

김건희 공천 개입 의혹과 이준석, 한동훈의 책임

총선 코앞에 지리산 칠불사까지 달려간 이유는?

설득력 없고 앞뒤가 안 맞는 이준석의 해명들

'나를 계속 건드리면 또 흑화할 수 있다'는 협박

최근 검찰의 성접대 무혐의 결정은 우연의 일치?

소수자 혐오와 세대 갈라치기 제안하는 신우파

2024-09-23     전지윤 편집위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각종 선거에서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해 왔다는 폭로와 의혹에 대한 논란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이 문제의 핵심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탄핵당해 마땅한 범죄를 저질렀냐는 문제이다. 그런데 이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현재 한동훈 대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선거 범죄를 막지 못하고 함께 한 공범이거나, 알면서도 덮어버린 책임이 제기될 수 있다.

이 상황에서 한동훈 측근들은 '김영선 후보를 컷오프시킨 것을 봐도, 한동훈 대표가 공천 개입에 원칙적으로 대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면서 정신 승리를 하고 있다. 이 논리대로면 김건희의 공천 개입 시도는 사실이고, 한동훈은 이미 알고 있으면서 침묵해 왔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더 심각한 혼란과 모순을 보여주는 것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이다.

지금 제기되는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관련자이며 등장인물이 된 이준석 대표는 김영선 전 의원에게 '공천 개입을 폭로하는 대신에 비례대표 후보직을 주는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에 직면해 있다. 이에 대해서 이준석 대표는 "공천 개입으로 보기에는 완결성이 부족"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YTN 방송 화면 갈무리

그런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왜 총선을 한 달 앞둔 그 중요한 시기에 이준석 대표, 천하람 의원 등이 저 멀리 지리산 칠불사까지 달려갔고,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개혁신당의 최고 지도자들이 이것을 함께 상의한 것인지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지금, 이준석 대표는 김영선 의원에게 거래의 조건으로 비례후보직을 제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이 의혹의 핵심에 있는 또 다른 인물인 명태균 씨는 "이준석, 천하람이 하동 칠불사까지 직접 가서 저와 김영선을 밤늦게 만난 이유는 … 김영선을 개혁신당 비례 1번으로 영입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히려 "무리한 내용의 기자회견을 요구하며 비례대표 1번을 제안하였으나, 김영선이 이를 거부"했다는 얘기다.

자신이 당 대표일 때 김영선이 경남 창원의 재보선에서 후보로 공천받았던 과정에 대해서도 이준석은 '나는 모르고 공관위원장이 알아서 다 했다'라고 변명하지만, 이것은 '내가 당 대표일 때 모든 선거를 직접 지휘해서 다 승리했다'라고 자랑했던 것과 어긋난다. 그래서인지, 최근 이준석은 '나를 건드리면 또 흑화할 수 있다'라고 협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민의힘 계열의 평론가 일부가 이상한 소리들을 하는데 그 당의 숟가락 갯수까지 다 알고 있는 전직 대표를 공격해서 자극하는 게 좋은 전략일지는 모르겠습니다." (최근 페이스북에 이준석이 올린 글 중에서) 적어도 지금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이준석과 개혁신당이 김건희 공천 개입에 대해 뭔가 진실을 알고 있고, 김영선과 공천 거래도 논의했다는 사실이다. 

 

나를 자극하지 말라고 협박성 글을 올린 이준석 의원의 페이스북 갈무리 

이것은 전형적인 공작정치, 구태정치, 밀실정치라고 할 수 있는데 이준석, 천하람만이 아니라 금태섭, 조응천, 이원욱 등도 이것에 대해서 시침을 떼고서 침묵하고 있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이들이 지난 총선 때 '제3지대 신당을 만들어서 양당정치의 구태를 벗어나 정말로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라고 말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특히, 이준석에 대해서는 몇 가지 추가적 의심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추석 전에 '김건희 공천 개입'을 언론에 흘린 '익명의 야당 정치인'들 중의 하나는 바로 이준석이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당시에 그것은 '메가톤급 핵폭탄이 될 것'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다. 그런데 보도가 한참 나오다가 검찰의 이준석 '성접대' 무혐의 결정이 나왔다.

그 직후에 이준석은 '내가 바로 그 익명의 야당 정치인'이라고 밝히고 "공천 개입이라 하기는 약간 애매하다"라고 발을 뺐다. 이렇게 공천 개입 의혹의 불길을 끄면서 이준석은 오히려 “민주당은 자꾸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쓰는 것 때문에 안 된다"라면서 공격을 시작했다. 최근 <뉴스토마토> 보도로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지만, 이준석은 여전히 불길을 끄려고 애쓰고 있다.

이 상황은 '이 모든 게 우연일까'라는 의구심 속에, 이미 윤석열 정권이 탄생하게 된 '양두구육 사기극 시즌1'을 연출했던 이준석이 언제든지 다시 윤석열 검찰정권과 거래하고 권력을 나눌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오고 있다. 이준석의 '성상납' 의혹은 '양두구육' 사기극이 끝나고 윤석열이 이준석을 내쫓으려 하면서 검찰 캐비닛에서 시작됐던 것이기 때문이다.  

 

'양두구육 사기극 시즌 1'을 상징하는 장면. 당시 방송 화면 갈무리

물론 검찰의 무혐의 결정에도 두 가지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고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첫째, 이준석이 박근혜 비대위의 실세이던 시절에 이준석에게 '성상납'을 제공했다는 아이카이스트 대표가 당시에 얻었던 여러 특별한 기회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둘째, 이준석은 '성상납'을 폭로하겠다는 사람에게 왜 급히 최측근을 보내서 7억 투자 각서를 써주었는가?

이것은 여성, 중국동포, 장애인 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젠더와 세대를 갈라치는 방식으로 지지층을 모으면서 집권여당 대표까지 지냈고, 일부 개혁언론과 지식인들까지 '상식적 보수정치인'으로 과대평가해 주고 있으며, 이제 보수우파 진영에서 윤석열 이후의 대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정치인에 대한 문제이므로 대충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이준석과 개혁신당은 최근 딥페이크 성착취 문제에도 "위협이 과대 평가되고 있다"라며 대중적 분노에 찬물을 끼얹었다. 신상털이와 인신공격으로 여성 연예인들의 죽음까지 낳았던 극단적 사이버렉카 ‘뻑가’도 "정치인 이준석도 저와 똑같은 말을 했다"라면서 자신을 정당화했다. 이준석이 교묘하게 부추기는 차별과 혐오가 극단적인 혐오 선동가들에게 명분과 자신감을 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혓바닥 살인마'라고 불리는 사이버렉카 뻑가. 관련 기사 화면 갈무리 

이준석은 이런 위험한 방식이 보수우파의 권력 장악과 유지를 위한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 같다. 최근 <월간조선> 인터뷰에서도 이준석은 "저 같은 80년대 이후 출생한 … 이 세대의 엘리트는 대부분 특목고, 유학파 출신"이라고 과시하면서 "윗세대와 80년대생 이후 세대 양쪽을 묶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세대별 공략법을 구상해 민심을 끌어들이고 국민의힘 후보와 중도 후보가 단일화해 민주당 후보와 1대 1로 붙는다면 승산이 있다"라는 말이다. 국민의힘이 자신을 다시 지도자로 데려가서 "전권을 갖는 총재 체제를 부활시키고 최고위원도 필요 없고 1인 체제로 체질을 바꾼다면 변화가 가능"하다면서 자신감과 야심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세대와 노년세대의 국민연금 보험료 차등 인상'은 전형적인 세대 갈라치기이자 바로 이준석이 앞장서 제시한 방향이다. 또 이준석은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자주 만나고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고 있다"라고 했는데, 이준석이 전장연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고 오세훈 시장이 2년째 장애인 활동가들을 탄압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었던 셈이다.  

 

이준석이 지하철에서 잠깐 졸았다고 온종일 사진으로 도배된 언론들. 네이버 검색 화면 

더구나, 이런 새로운 우파에 대해서 대부분의 기성언론은 긍정적인 태도로 취재와 보도를 하며 정치적 위상과 영향력 강화를 돕고 있다. 예컨대 총선에서 이겨 국회로 들어간 이준석이 지난 6월에 지하철에서 잠깐 졸았더니, 수많은 언론이 온종일 그 사진들로 도배가 됐다. 이준석이 '시민의 발을 볼모로 불법 투쟁하는 집단'으로 마녀사냥 한 전장연의 장애인 활동가들은 지금도 지하철역에 들어가기도 힘든 상황에서, 이것은 참으로 씁쓸한 일이었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누구의 존재와 목소리를 주목하는지 보여준다. 이 모든 것은 약발이 떨어지고 있는 종북몰이보다는 이준석처럼 소수자 차별과 혐오, 그것을 이용한 젠더와 세대 갈라치기를 앞세운 포스트 윤석열 시대의 새로운 우파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이준석 같은 새로운 우파가 윤석열 같은 우파와는 좀 다른 스마트한 우파라는 착각은 위험할 수 있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