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지지했던 유가족도 많은데"…눈물 호소에 與 국조 복귀
이태원 참사 유족들, 국민의힘과 간담회서 울분
"국정조사가 동네 이장 회의냐…희생자들 협상 도구"
여권 인사들 2차 가해엔 "왜 입들이 그리 더러운가"
"국힘 지지했던 유가족들 너무나 비참하고 실망해"
국조 특위, 21일 첫 현장조사부터 여야 함께 활동
"저희가 임시로 너무 조촐하게 영정과 위패만 올려놓고 추모관을 운영 중인데요, 주호영 원내대표님, 왜 안 오셨습니까? 우리 지한이가 그래도 대표님을 좋아했었어요. 왜 안 오셨습니까?"
10.29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20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을 만나 또다시 절규하며 집권여당의 국정조사 참여를 눈물로 호소했다.
유족 19명이 참석한 간담회 자리에서 고 이지한 씨 아버지인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국정조사가 동네 이장 회의냐. 한다고 했다가 안 한다고 했다가 이거 뭐 하시는 거냐. 저희 희생자들이 협상의 도구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예산안 처리와 이상민 장관 해임안 결의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무슨 관련이 있길래 이거 주면 이거 할게, 애들 장난인가? 우리가 그렇게 우습냐"고 연이어 답답함을 토로한 뒤 "내일이라도 당장 복귀하라. 제발 부탁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우리의 (윤석열 대통령 사과) 시한은 12월 16일, 우리 아이들의 49재, 하늘로 올라가서 다시 환생한다는 49일 그때까지였다"며 "더 이상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따위는 필요 없다. 이제 저희는 저희 아이들을 고스란히 추모하는 데 의미를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희생자와 유족들을 향한 여권 인사들의 잇따른 2차 가해 망발에 대해서도 강한 항의가 이어졌다. 이 대표는 "어떻게 국민의힘 간판을 가지신 분들은 전부 다 왜 입들이 그렇게 더러운가. 김미나 (창원시)의원, 내가 한번 욕을 해 볼까요? 진짜 그게 사람이냐"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 어제 또 비슷한 발언을 하셨는데 도대체 왜 번갈아가면서 우리를 죽이려고 하느냐"고 울분을 표시했다.
이 대표는 시민분향소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극우단체 '신자유연대'를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2차 가해를 차단하는 데 여당이 나서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그는 "거기에 신자유연대라는 김상진, 이 작자는 인간이 아니다. 저희한테 계속 도발을 하시길래 저희는 참았는데, 어제 '탤런트 지한이 새끼 엄마가, 시체 팔아서 돈 벌려고 한다'고 그런 얘기를 해서 지한이 엄마가 기절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신자유연대 철수시켜 달라. 그게 사람이냐"고 분노하며 "주호영 원내대표님 힘이 있으시지 않느냐. 저희 소원 들어달라. 그 사람들 그 현장에서 없애달라. 우리 지한이가 무슨 죄가 있어 죽어서도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느냐"고 애원했다.
고 박가영 씨 어머니 최선미 씨 역시 "의원들이 심하게 말씀하시면 그거에 힘입어서 지지하시는 분들이 10배로 우리에게 갚아준다"며 "우리는 그것을 온전히 막고 있다. 몸으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분향소에는 앉을 자리도 없다. 밤새 서서, 찬바람을 맞으면서 유족들이 지킨다"며 "왜 지키는 줄 아느냐? 의원들을 지지하는 분들이 오셔서 우리 아이들 영정에다 대고 '개딸X들' '이 새끼 저 새끼' 욕을 한다. 그러면 그 소리를 온전히 듣다가 우리가 기절을 한다"고 눈물을 흘리며 통분했다.
고 이주영 씨 아버지인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저희 유가족들 중에서는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며 "그런데 그분들이 지금 너무나 비참하고 실망하셨다. 자신들이 지지했던 정당이 이렇게 철저히 외면할 줄 몰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국정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게끔 방해를 하거나, 진상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저희는 밖으로 나가겠다"며 "그때는 철저하게 여당에서 지금까지 이야기하시던 그런 모습들을 보시게 될 거다. 자식을 잃은 부모는 두렵지 않다. 저희가 이제 얻을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다"고 경고했다.
결국 국민의힘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정조사 특위는 21일 시작하는 첫 현장조사 일정부터 여야 위원들이 함께 활동하게 됐다. 21일에는 참사 현장과 이태원 파출소·서울경찰청·서울시청에서, 23일에는 서울 용산구청과 행정안전부에서 현장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소속 특위 위원들은 유가족 간담회 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간담회를 통해 형언할 수 없는 슬픔에 빠진 유가족 여러분들의 애끓는 마음을 위로하고 무엇보다 유가족과의 지원과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집권여당으로서 끝까지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달라는 원내대표 말씀이 있었다"고 복귀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의힘 특위 위원들은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단독 의결한 데 반발해 주 원내대표에게 특위 사퇴 의사를 전달하고 결정을 위임한 바 있다. 이후 야 3당은 19일 국민의힘 측이 불참한 가운데 특위 회의를 열어 향후 국정조사 일정과 증인 명단을 의결했다.
앞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면서 몸을 낮추고 유족들에 대한 공감을 표시했다. 주 원내대표는 "수사든 국조든, 나중에 필요하다면 특검이든 해서 하여튼 진상을 철저히 밝혀서 책임 물을 사람에게 책임을 철저히 묻고, 그다음에 철저한 배상‧보상을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촘촘히 짜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제가 진작에 여러분들 뵙고 말씀을 듣고 해야 했는데 늦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종철 대표가 발언 중 통곡하다 몸을 가누기 힘들어하자 직접 다가가 이 대표를 껴안고 위로하기도 했다. 유족들이 간담회 내내 처절하게 오열하자 몇몇 국민의힘 의원들도 눈시울을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