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양극화 최악…더 벌어지는 빈부 격차

서울 고가·저가 주택 가격 격차 5.3배 육박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21억 더 비싸

서울과 지방 주택 가격 차이도 갈수록 커져

부동산 비중이 70%…가계 자산 증식 좌우

집값 양극화로 더 심해지는 ‘빈익빈 부익부’

2024-08-27     장박원 에디터

정부가 고금리 상황에서도 무분별하게 정책 자금을 마구 풀어 집값을 올린 데다 주택 수요자들이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맞물리며 고가와 저가 아파트 가격 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서울과 지방의 집값 차이가 커진 것은 물론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지역과 단지에 따라 아파트 가격 차이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공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구, 송파구 등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서울 고가 아파트 가격, 저가의 5배 훌쩍 넘어

연합뉴스는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시장 동향 시계열 통계를 인용해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5분위 배율이 5.27까지 상승했다고 27일 전했다. 5분위 배율은 주택을 가격순으로 5등 분해 상위 20%(5분위)의 평균 가격을 하위 20%(1분위)의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배율이 5.27이라는 건 가격이 높은 상위 20%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하위 20%의 5배가 훌쩍 넘었다는 의미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구체적으로는 8월 서울의 상위 20% 아파트 가격은 평균 25억 7759만 원인 데 비해 하위 20% 아파트값은 평균 4억 8873만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값 5분위 배율은 2022년 11월만 해도 4.53으로 4배 중반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5.16을 기록하며 기존 최고치인 2018년 4월의 5.08을 돌파했고 이달 들어 서울의 고가 아파트 거래가 늘면서 기록을 갈아치웠다.

1년 전 서울의 상위 20%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4억 1568만 원이었다. 1년 만에 1억 191만 원(6.7%) 상승한 것이다. 반면 하위 20% 아파트 가격은 같은 기간 5억 503만 원에서 4억 8873만 원으로 1630만 원(3.2%) 떨어졌다.

면적(1㎡)당 매매가격도 저가와 고가 아파트의 가격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 상위 20% 아파트의 1㎡당 매매가격은 평균 2696만 원에 달했으나 하위 20% 아파트의 1㎡당 매매가격은 평균 760만 7000원에 그쳤다. 서울의 1㎡당 아파트 매매가격 5분위 배율은 3.54다. 이 배율 역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6년 1월 이후 가장 높다.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도 10배 넘어 역대 최고치

서울 지역의 고가와 저가 주택 가격 격차가 벌어지며 수도권과 전국 기준 아파트값 5분위 배율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8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5분위 배율은 10.67에 달했다. 전국 상위 20%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 4738만 원, 하위 20%의 평균 매매가격은 1억 1692만 원이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역대 최고치다. 기존 최고 기록은 2022년 11월의 10.66이었다. 수도권만 놓고 보면 상위 20%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6억 6546만 원, 하위 20%의 평균 매매가격은 2억 3274만 원으로 5분위 배율은 7.15를 기록했다. 이 역시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13년 4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아파트값의 양극화가 격심해진 이유는 전반적인 소득과 부의 불평등에 더해 서울·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 심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고금리 상황에서도 정부가 정책 자금을 대거 방출한 정책 실패도 아파트 가격의 빈부 격차를 부추긴 요인이다.

부동산 시장에 많은 자금이 풀리면서 서울의 인기 지역 집값부터 들썩였고 과거 부동산 급등기를 경험했던 수요자들이 추격 매수에 나서면서 불안 심리는 더 커졌다. 여전히 금리가 높은 수준이라 자금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집을 장만하다 보니 인기 지역과 아파트 단지로 수요가 몰렸고 그 결과 아파트 가격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5분위 배율 추이. 연합뉴스

인기 지역과 단지만 급상승하는 아파트 가격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이 오름세로 돌아선 지난 3월 넷째 주 이후 8월 셋째 주까지 약 5개월간 성동구 아파트값이 7.02%, 서초구 5.49%, 송파구 5.32%, 마포구 4.59%, 용산구 4.33% 등 인기 지역만 큰 폭으로 올랐다. 반면 서울 외곽지역의 상승률은 대체로 1% 미만이었다. KB국민은행이 시가총액(가구 수×매매가) 상위 전국 50개 단지를 선별해 산출한 선도아파트 50지수도 8월 2.46% 올랐다. 이에 비해 전국 아파트 평균 상승률 0.12%에 머물렀다.

고가와 저가 주택 가격 차이가 벌어지는 흐름은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 국민의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집 한 채가 거의 전 재산”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집값은 가계 자산의 증감을 좌우한다. 지역에 따라 주택 가격의 격차가 커지면 국민 간 자산 차이도 벌어진다. 국민 대다수가 부동산 가격에 민감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주택 가격의 양극화뿐만 아니라 집값 자체가 큰 폭으로 오르는 건 더 큰 문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집을 장만하지 못한 청년과 무주택자, 저소득층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집 장만이 어렵다는 절망에 빠지면 근로 의욕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경기가 부진하고 금리가 높을 때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는 건 경제 전체를 망치는 최악의 정책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집값 띄우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오죽하면 통화정책 수장까지 나서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겠나.

한은 총재 “강남 부동산 불패 악순환 막으려 금리 동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서울대에서 열린 포럼에서 지난 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결정에 대해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는 고민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정부를 겨냥해 “왜 우리가 지금 금리 인하를 망설여야 할 만큼 높은 가계부채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 빠지게 됐는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 총재는 “수도권 부동산, 특히 서울 강남 부동산에 대한 초과 수요가 상시 잠재해 있는 우리 사회의 구조가 (집값을 자극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며 “전 세계 최상위권 수준의 (한국의) 가계부채가 더 증가했다가는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고, 높아진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국민 간 위화감, 더 나아가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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