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구제불능 김문수"…청문회 망언 퍼레이드
"일제시대 선조들 국적은 일본, 부모도 일본인"
"친일해서 대한민국이 이렇게라도 발전한 것"
"소녀상 철거하고 광화문 이승만 동상 세워야"
"박근혜, 무리하게 탄핵했고 무리한 형 살아"
"불법파업에 특효약은 손해배상이라고 생각"
"세월호 10년 넘었는데 이야기하는 것 잘못"
전혀 바뀌지 않은 친일·극우 시대착오 사고
"소녀시대 쭉쭉빵빵은 한류열풍 강조" 궤변
"일본 노동부 장관 청문회냐" 청문회 '파행'
"문재인 대통령 건국 70주년 행사는 못하겠다. 건국은 지금 1948년 8월 15일이 아니다, 1919년이다 이런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1919년은 일제 식민지 시대인데 무슨 나라가 있어요. 나라가 없으니까 독립운동을 했지 나라가 있는데 뭐하러 독립운동을 해요."(2018년 8월 12일, 인천 남동구 사랑침례교회 강연)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018년에 한 발언이다. 전형적인 극우·친일 세력의 발언을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선 김 후보자의 과거 친일 발언, 노조혐오 발언, 반공 색깔론 발언 등에 대한 검증이 이어졌다. 후보자가 헌법 정신에 입각해 정상적인 현실 인식 능력을 갖췄는지 검증하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김 후보자의 현실 인식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은 김 후보자가 지난 2018년 인천 남동구 사랑침례교회에서 한 "일제 식민지인데 무슨 나라가 있느냐"는 발언에 대해 질의했고, 김 후보자는 여전히 "같은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에 박 의원이 "그러면 일제 강점기에 살았던 우리 선조들은 국적이 일본이냐"고 질타하자, "나라가 다 뺏겨서 일본으로 강제로 편입됐다" "그걸 모르냐"면서 적반하장격으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이하 박홍배 의원) …(김 후보자 과거 발언 읽으며) 1919년은 일제 식민지 시대인데 무슨 나라가 있느냐. 나라가 없으니까 독립운동을 했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이하 김문수 후보자) 그건 (여전히) 같은 생각입니다.
박홍배 의원 그러면 일제 강점기에 살았던 우리 선조들은 국적이 일본인입니까?
김문수 후보자 나라가 다 뺏겨서 일본으로 강제로 편입된 거죠.
박홍배 의원 저의 부모님, 후보자의 부모님 일제치하에 국적이 일본입니까?
김문수 후보자 일본이지 그걸 모르십니까? 아니 일제 시대 때, 일본.
박홍배 의원 하…말이 되는 이야기입니까, 지금!
김문수 후보자 무슨 말씀하세요? 아니 일제 시대때,…
박홍배 의원 우리 선조들이 모두 일본국적이었다고요?
김문수 후보자 일제 시대 때 우리나라가 국적이 전부 한국입니까!!
박홍배 의원 그걸 어떻게 인정하는 사람이 국무위원된다는 거예요, 지금!!
김문수 후보자 인정은 무슨 인정이에요!! 상식적인 이야기를 해야지 말이 안되는 이야기를 하시면 안 되지요. 아무리 인사청문회지만 일제시대 때 한국이 국적이 있었습니까? 나라가 망하는데 무슨 국적이 있었어요!
김 후보자의 답변을 듣다 못한 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안호영 환노위 위원장(민주당)에게 "이건 너무 심각하다.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항의하자, 김 후보자는 "뭘 부정해요!"라며 소리쳤다. 이에 강 의원이 "내가 김 후보자한테 이야기했느냐"고 따지면서 인사청문회장에 한때 소란이 일었다.
강 의원은 "지금 김 후보자는 헌법 전문에 나온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내용을 부인하는 것 아니냐"면서 "이건 여야, 보수·진보 떠나서 문제이다. 적어도 '대한민국' 국무위원 인사청문회다. 분명하게 해달라"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올림픽할 때 손기정 선수가 태극기 달지 않고 일장기 달고 띈게 어렴풋이 생각난다"며 "후보자는 아마도 우리 국적이나 선조 부인해서 드린 말씀 아닌 거 같다"고 두둔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임 의원 발언에 항의했다. 야당 측에선 "우리가 일본 노동부장관 청문회 하고 있느냐"는 성토가 나왔다.
김 후보자 발언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박 의원은 이날 김 후보자에게 "중요한 건 현재 김 후보자가 과거에 본인이 했던 말에 대해서 여전히 그렇게 믿고 있는지 여부"라면서, 과거 발언에 대해 오(O), 엑스(X)로 대답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시대착오적인 발언에 대한 인식은 거의 변함 없었다. 박 의원은 "정말 처참하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19년 7월 22일 자신 페이스북에 "지금은 우리나라가 마땅히 친미, 찬일을 해야한다"고 쓴 글에 대해 지적을 받자, "반미, 반일을 지금 하면 오늘의 대한민국도 없고, 또 이렇게 발전할 수도 없었다는 이야기"라면서, 친일해야 한다는 발언에 사과도 없이 극우·친일 세력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했다.
김 후보자는 2018년 6월 4일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 "지나치게 일본과의 관계 나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비난을 받은 데 대해서도, "(여전히)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반면 광화문에 이승만, 박정희 동상을 세워야 하느냐는 질문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임에도 과거 노조 혐오 발언을 한 데 대해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22년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 "불법파업에 손해배상 폭탄이 특효약"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불법파업에는 손해배상 소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과거와 생각이 여전히 같음을 인정했다.
다만 그는 2009년 경기도지사 시절 월례 조례에서 쌍용차 노조 파업을 "자살특공대"라고 하고, 2019년 언론 인터뷰에서 "노조는 머리부터 세탁해야 한다"고 한데 대해선 난처해 하면서 즉답을 피했다. 그는 경사노위 위원장이었던 2022년 10월 국회에서 이같은 발언에 대해 지적을 받고 "상당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 김 후보자는 지난 2019년 광복절 극우단체 집회에서 "뻘건 윤석열이부터 검찰총장이라는 저 뻘건 사람들 죄없는 박근혜 대통령을 33년형으로 적폐 청산한다는 이름으로 다 잡아넣었다"고 한 본인의 발언과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죄없이 탄핵 당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무리하게 탄핵 당하고 무리한 형을 오래 살았다고 생각한다"고 옹호했다.
그는 2019년 8월 20일 김무성 전 의원 주최 행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식이 있는가 뭐가 있는가. 무슨 뇌물을 받는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다스 같은 것을 갖고 구속하는가. 그러면 문재인은 당장 총살감"이라고 한 데 대해서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대법원장 다 그렇게 엄청난 형을 준다면 문재인 대통령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시대착오적인 반공 색깔론도 그대로였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22년 10월 국회 환노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한다면 확실하게 김일성주의자다"라고 한 막말성 발언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본인의 생각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2021년 4월 페이스북에 "윤건영이 종북 본성을 드러내고 있다,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반미·반일 민족의 수령님께 충성하고 있다"고 쓴 데 대해서도 "그런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22년 10월 국정감사에서도 해당 발언에 대해 민주당이 사과를 요구했지만 거부한 바 있다. 당시 윤 의원은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했다.
사회적 감수성도 전혀 없었다. 김 후보자는 20018년 세월호에 대해 '죽음의 굿판'이라 하고, 2019년엔 '빨리 기억을 잊어야 한다'고 했으며, 2020년엔 '재미 봤으면 걷어치워야' 등의 막말을 했다. 이에 대해서도 여전히 "세월호 기억공간을 광화문에 한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며 "10년이 넘었는데도 세월호 이야기를 하는 건 매우 잘못됐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9월 21일 대구에서 열린 '청년 경청 콘서트'에서 "젊은이들이 서로 사랑하지 않고 개만 사랑하고 결혼도 안 하고 애를 안 낳는다"고 말한 데 대해 비판을 받았음에도 전혀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
민주당 박해철 의원이 '개를 사랑하고 애를 안낳는 사람 중에 윤 대통령 부부도 포함되는데, 저출생 문제의 원인자인가'라고 묻자, 김 후보자는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볼 필요가 있다"며 "개를 사랑해서 애를 안낳는 게 아니고 지금 현재 세태가 그렇게 출산은 안 하면서 개만 키우고 이런 세태가 안타깝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청문회에선 김 후보자의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왔다. 김 후보자는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0년 11월 서울대 강연에서 걸그룹 소녀시대에 대해 "쭉쭉빵빵이야 정말"이라고 했고, 2011년 6월 최고경영자들을 상대로 한 조찬 간담회에서는 "춘향전이 뭡니까. 변사또가 춘향이 X먹으려는 것 아닙니까"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보낸 서면질의서에서 소녀시대를 '쭉쭉빵빵'이라고 한 데 대해선 "한류열풍 주역으로 강조하려던 것"이라고 했고, 춘향전에 대해선 "부정부패한 관리를 질타하려는 의도"라고 해명했다. 궤변성 답변이다. 박해철 의원은 "도저히 국무회의 후보자로 부적격"이라고 했다.
청문회는 김 후보자가 "일제시대 선조들의 국적은 일본"이라고 하는 등 국가관, 역사관 문제를 드러내 결국 파행됐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는 헌법 전문에 담긴 역사성을 부정했다. 더 이상 청문회를 진행하는 게 무의미하다"며 퇴장했고, 안 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한 상황에서 더 이상 원만한 청문회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며 산회를 선포했다.
민주당은 청문회 다음 날인 27일 오전에도 김 후보자에 대한 후보자 철회와 자진사퇴를 촉구하며 성토를 이어갔다. 김태선 원내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정권이 바로 일본의 밀정, 조선총독부라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제는 국무위원 후보자로 대한민국 국회 회의장에 앉은 인사가 일제 강점기를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국적이 일본이라는 망언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탄식했다.
김 원내부대표는 "더 큰 문제는 김 후보자는 본인이 무엇을 잘못 알고 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역사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반노동, 반인권, 반역사적 인식을 부끄러움 없이 드러내는 김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계속되는 인사 참사, 그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을 향해 "역사를 더럽히는 인사에 대해 즉각 국민 앞에 사죄하고 지명을 철회하라"고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권 들어 최악의 인사 참사, 최악의 구제 불능 반국가인사를 뽑자면 김 후보자가 꼽힐 것"이라며, 전날 청문회에 대해 "경악스럽고 분노가 치밀 수밖에 없는 장면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을 대한민국 국무위원 자리에 앉히겠다고 하는 것인지, 정상적인 국민은 대통령의 발상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나마 엄혹했던 시절 노동운동에 복무했다는 일말의 명예라도 지키고 싶다면, 오늘 당장 자진사퇴하라"면서,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계속해서 국민과 싸우려고 작정한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김 후보자 지명을 취소하라"고 했다. 그는 "공영방송 파괴자 이진숙 방통위원장 임명,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등 대한민국 정체성을 뒤흔드는 친일 뉴라이트 인사 등용 등 국민 분열 망국 인사를 중단하고 철회하라"며 "국민의 인내심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