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은 왜 '청담동 술자리' 시비에 김의겸을 쏙 뺐나
'제보공작 자충수' 덮으려 청담동 술자리 언급
한동훈, 가짜뉴스 낙인찍으며 "민주, 사과하라"
장경태 "청담동 영상 틀어서 미안" 유감 표명
"청담동 유감표명 했으니 채해병 특검 받아라"
한동훈, 청담동 술자리로 혹 떼려다 또 혹 붙여
법원도 "윤석열·한동훈이 당일 행적 밝혀라"
거짓이라던 첼리스트 오락가락…재판부도 추궁
강진구 "소모적 논쟁 끝내려면 행적 밝혀야"
"더불어민주당은 청담동 술자리 첼리스트 가짜뉴스를 이재명 당대표가 참석한 공개 회의에서 장경태 의원 등이 틀고 유포했습니다. 지금까지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정치는 거짓 선동, 가짜뉴스에 휘둘릴게 아니라 민생과 청년의 미래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번 여야 대표 회담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삶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전날인 21일 저녁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한 대표는 뜬금없이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장경태 의원(서울시당위원장)을 소환했다. 의혹을 제기했던 김의겸 전 의원도 아닌 이 대표와 장 의원을 언급하며 새삼 민주당에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면서 전날 있었던 청담동 술자리 손해배상 소송 결심 공판에서 첼리스트 A 씨가 '윤석열·한동훈을 본 적 없다'고 한 일방 주장을 담은 서울신문 기사를 함께 공유했다.
'제보공작' 의혹으로 발등 찍은 한동훈
청담동 술자리로 혹 떼려다 또 혹 붙여
'청담동 술자리' 참석자로 의심받는 한 대표가 스스로 사건을 언급한 이유는 일차적으로 청담동 술자리 공판과 관련해 자신의 주장을 강조함으로써 본인에게 유리한 기사만 포털에 유통되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채해병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 갈등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 내에서 청담동 술자리와 관련해 여러 명의 언급이 있었음에도 장 의원을 직접 지목한 것은 김 전 의원이 22대 국회에 입성하지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최근 채해병 특검법 제3자 추천안을 두고 장 의원 때문에 정치적 수세에 몰린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8월 20일자 <'제보공작'으로 발등 찍은 한동훈…장경태 "수사 받겠다">
앞서 한 대표는 자신이 주장한 이른바 제3자 추천안을 민주당이 수용하겠다고 하자,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제기한 '제보공작' 의혹도 수사에 포함해야 한다며 추가로 조건을 달았다. 이른바 제보공작 의혹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을 제보한 김규현 변호사가 장 의원 등 민주당과 유착해 전직 해병대 출신들의 카카오톡 단체방 채팅 내용과 통화 내용을 폭로했다는 주장이다.
한 대표는 '제보공작'을 민주당이 받지 못할 조건으로 보고 제안했지만, 의혹 당사자인 장 의원이 "수사를 받겠다"고 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민주당에서 한 대표가 요구한 조건을 다 받아들임으로써 한 대표가 자기 꾀에 넘어간 꼴이 된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위헌 요소를 없애야 한다'는 조건을 다시 제시하며 특검법을 막고 있지만,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이다. 한 대표의 청담동 술자리 언급은 여기에 더해 특검과 관련 없는 사과를 추가 조건을 달아놓은 셈이다.
그러나 장 의원은 22일 오전 청담동 술자리 의혹 관련 영상을 공개회의에서 상영한 행위에 대해 "한 대표께서 채해병 특검 수용을 말씀하시다말고 청담동 술자리를 끌어올리며, 유감 표명을 원하신다니 기꺼이 하겠다"면서 "유감을 표명한다"고 재차 강공 모드로 나갔다. 한 대표 제보의혹 수사에 더해 청담동 술자리 사과까지 조건을 모두 받아들인 것이다.
장 의원은 다만 영상 상영에 대한 유감 표명과 별개로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현재까지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재판부가 인정한 바와 같이 사건의 진실이 아직 명확히 가려지지 않았다"면서 "해당 사건을 최초로 보도한 더탐사(현 뉴탐사)에 대한 주점 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재판부는 '원고들이 경찰에 제공했다는 폐쇄회로(CC)TV의 조사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고, 술자리에 관한 수사도 종결되지 않았으며,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술자리가 있었다는 시각의 구체적 행적을 밝히지 않고 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고 했다. 한 대표도 본인 행적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한 대표를 향해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말하는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채해병 사건, 이태원 참사, 오송지하차도 참사 등 마땅히 져야 할 책무에 책임지지 않았다"며 "여당 대표로서 유감 표명은 어떻느냐"고 반문했다. 장 의원은 "민주당은 채해병 특검법에 제보공작 포함하자 해서 받겠다고 했고, 이제는 유감표명도 했다"면서 "그럼 이제 채해병 특검법 발의하는가? 여야 대표 회담에서 다루는 것인가?"라고 쏘아붙였다.
법원도 "한동훈이 알리바이 밝혀야"
첼리스트 공판서 증언 또 오락가락
한 대표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 대해 무조건 '가짜뉴스'라고 낙인 찍으면서 민주당에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장 의원 발언대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법원에서도 "법무부 장관이 술자리가 있었다는 시각의 구체적 행적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사안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송승우)는 지난달 1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건물 지하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가수 이미키(본명 이보경) 씨와 건물주인 남편 송모 씨가 더탐사(현 뉴탐사) 기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더탐사 측의 완승 판결을 내리면서 "원고들이 경찰에 제공했다는 CCTV의 조사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고, 술자리에 관한 수사도 종결되지 않았으며,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술자리가 있었다는 시각의 구체적 행적을 밝히지 않고 있는바, 신속하고 명쾌하게 경찰이 수사 결과를 내어놓거나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해명한다면 사회적 논란은 사라질 것인 점에 비추어 볼 때 더탐사 방송으로 인한 원고들의 피해에 관해 피고들이 원고들, 대통령, 법무부 장관 및 경찰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으로 볼 수 없다" 했다.☞7월 15일자, <더탐사, '청담동 술자리 의혹' 업소 주인에 완벽한 승소>
재판부는 특히 의혹 당사자인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지금까지 당일의 알리바이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반대로 말해 알리바이만 밝혀지면 끝날 일이지만, 한 대표는 지금까지도 자신의 그날 행적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방적으로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 가짜뉴스 운운하며 민주당에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로 보인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의 핵심 관계자이자, 한 대표의 가짜뉴스 주장의 근거가 되는 첼리스트 A씨의 증언도 오락가락이다. 그는 청담동 술자리 제보가 거짓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난 21일 한 대표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결심 공판에서도 여러 군데 신빙성 문제를 드러냈다.
A 씨는 지난해 4월 4일 지인과 대화에서 "윤석열이랑 한동훈이 온 거야"라며 "이거 탄핵감"이라고 발언했지만, 공판에서는 "원래 첼리스트였는데 옷가게에서 일(아르바이트)하게 된 과정을 설명한 부분"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했다. 또 A 씨는 의혹이 거짓이라면서 정작 제보자인 남자친구 B 씨에게 거짓이라고 말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답을 못해 재판부의 추궁을 당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국회에서도 발언 나오고 방송하는데 그 사이에 B 씨와 이것에 대해서 다시 말한 적이 없느냐"고 했고, A 씨는 "술자리에 대해서는 얘기한 적이 없다"고 했다. 다만 A 씨는 "B 씨에게 통화를 한 게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이런 게 알려지고, 국감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고, 제가 TV조선을 통해서 사실을 말했다"면서, B 씨가 알면서도 거짓 제보를 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이에 재판부가 "증인 A 씨는 남자친구 B 씨가 보복심에 사실이 아닌 것을 알면서 제보한 것처럼 답변했는데, 증인 얘기를 들어보면 언론에 터지기 전에 증인하고 B하고 이게(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사실이 아니냐, 사실이냐 이런 말을 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재차 추궁하자, A씨는 'B 씨가 당연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더탐사 측과 김 전 의원 측도 A 씨가 말을 번복해 술자리 의혹이 거짓이라고 한 데 대해 추궁했다. 김 전 의원 변호인은 "(A 씨가) 운전하면서 (남자친구에게) 46분간 거짓말을 지어냈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인간 심리상 불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변호인은 "말을 하면서 글씨를 쓸 때는 평소 자신의 필적과 다른 필적을 쓸 수 없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져 있을 정도로, 인간은 동시 활동을 못한다"면서 "거짓말을 지어낸다는 것을 믿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도 "A 씨가 전 남자친구와 통화한 시간이 46분이고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과연 운전을 하면서 이런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며 "그 내용들이 매우 구체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등 관련자들을 전부 다 전화를 해서 진위 여부를 확인했다"며 "이 내용은 최소한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청렴의무와 관련해 언론으로서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서 보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 기자는 "의혹을 받고 있는 대통령과 한 대표는 직을 걸겠다라고 하는 얘기를 해오면서 내용은 없이 그날 행적은 밝히지 않고 오로지 제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한다"며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는 방법은 한 대표가 당일 행적을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액의 손해배상을 통해서 언론의 심리적인 위축을 꾀하려고 하는 공직자들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재판부에서 엄한 철퇴를 내려주시기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