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유력지 "친일 독립기념관장, 옛 상처 다시 헤집어"
"한일 관계 장애물인 역사 논쟁 묻으려는 시도"
"역사 수정주의자, 북 위협 등 안보 환경 활용"
<디스 위크>, 논란의 '한국 뉴라이트 그룹' 조명
"식민지 한국인은 사실상 일제의 신민 주장"
"이종찬 광복회장, 김형석을 일제 밀정 비유"
"도쿄, 워싱턴과의 안보 관계를 강화하고자 일본의 식민 통치 정당화 혐의를 받는 정부 관리들과 더불어, 주요 학술기관장 임명을 둘러싼 한국 내의 논란은 서울과 도쿄 사이의 옛 전쟁의 상처를 다시 헤집고 있다." <디스 위크 인 아시아>(This Week in Asia)는 13일 자 기사에서 윤석열 정부가 지난 6일 신임 독립기념관장에 식민 지배를 옹호하는 뉴라이트 의혹을 받는 김형석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을 임명한 것과 관련해 이렇게 진단했다.
"친일 독립기념관장, 옛 상처 다시 헤집어"
"이종찬 광복회장, 김형석을 일제 밀정 비유"
홍콩 유력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일요 매거진인 <디스 위크 인 아시아>는 기사에서 논란의 초점은 보수적인 윤 정부가 역사 관련 주요 국책 연구소 세 곳의 책임자에 "친일로 여겨지는 학자들"을 택한 것이며, 이번 일로 15일 광복절 경축식이 파행을 겪게 됐다고 전했다.
<디스 위크 인 아시아>는 "일본으로부터 한국의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항일 투사들의 자손과 야당 정치인들은 윤 대통령의 경축사가 예정된, 매우 중요한 연례적인 8‧15 행사에 사상 처음으로 불참을 다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역사학자 김형석을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한 게 논란의 중심"이라면서 "독립기념관은 독립투사들과 식민지 시절 고난을 겪은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헌정한 기관이다"라고 덧붙였다.
잡지는 "독립운동가 유가족을 대표하는 광복회(회장 이종찬)와 24개 단체는 김형석이 식민지 시절의 친일 부역자에 흡사하다고 비난하고 그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김형석은 친일로 비난받는 비주류 그룹인 이른바 뉴라이트 소속됐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유명한 독립운동가의 손자인 이종찬 광복회장은 김형석을 일제 당국을 위해 독립투사를 배반했던 친일 조선인 밀정에 비유하면서 호되게 비판했다고 잡지는 덧붙였다.
홍콩 유력지, 논란의 '한국 뉴라이트' 조명
"식민지 한국인, 사실상 일제의 신민 주장"
뉴라이트 그룹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역사는 1945~1948년 미군정을 거친 뒤 정부를 수립한 1948년에야 시작됐다고 주장한다고 소개했다. 이런 논리에 따라, 이들은 1919년 3‧1 독립운동 이후 상해 망명 정부와 독립 항쟁의 중요성을 묵살하고, 그럼으로써 식민지 시대 한국인은 사실상 일제의 (황국)'신민'(臣民)이란 생각을 내비친다는 것이다.
잡지는 "이런 시각은 한국이 산업화를 통해 식민 통치의 혜택을 입었고 독립투사들은 '테러리스트들'과 다름이 없다고 주장하는 일본 우익의 시각과 맞아떨어진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집권 이후 이번 독립기념관장을 비롯해 국가교육위원회, 동북아역사재단, 국사편찬위원회, 한국학중앙연구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등 주요 역사 관련 국책 연구소와 기관의 책임자에 모두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을 임명한 것은 "한일 관계의 장애물이었던 오랜 역사 논쟁을 묻어버리려는 일부 보수세력의 시도와 연관되어 있다"고 잡지는 분석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북한과 중국 등의 위협 대처를 명분 삼아 한‧미‧일 3자 군사동맹화를 위해 한‧일 양국이 "원한"을 넘어서도록 압박했고, 그에 따라 윤 대통령이 작년 3월 불법적 조선인 강제동원(징용)과 관련한 일제 전범 기업에 일방적 면죄부를 준 '3자 해법'과 '강제노역' 명시를 관철 못한 채 일본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찬성'해준 것을 비롯해 과거사 관련 주요 현안마다 일본 편을 들어온 '친일 굴욕 외교' 사례도 조명했다.
"한일 관계 장애물 역사 논쟁 묻으려는 시도"
"역사 수정주의자, 북 위협 등 안보 환경 활용"
<디스 위크 인 아시아>는 '3자 해법'과 관련해 "윤 정부가 일본에 굴복했다고 비난하는 일부 피해자와 비판자들의 반발을 불렀다"며 "그러나 북한, 중국, 러시아의 위협 증가에 직면한 한, 미, 일 간의 군사협력 강화를 열망하는 워싱턴은 그 결정에 찬사를 보냈다"고 소개했다.
성공회대 양기호 일어일본학과 교수는 <디스 위크 인 아시아> 인터뷰에서 "북한 위협에 직면해 역사 수정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관철하고자 일본과의 더 강력한 군사협력을 지지하는 현재의 안보 환경을 활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그들의 견해는 절대 일반 대중에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런 시도는 반일 감정을 재점화함으로써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도 윤 정부가 일본과의 안보협력 과정에서 반일 정서를 무시하고 있다면서 "중국 위협 대처를 위해 한반도 안보에 대한 책임과 관련한 일본 내에서 부상하는 위험스러운 발언들을 보면 윤 정부는 위태로운 길을 걷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