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불황 심각하네…제품 ‘국내 공급’ 4분기째 감소

KDI 소비부진에 성장률 2.5%로 하향

고금리 예상보다 길어지며 내수 타격

그런데도 정부 부양책은 ‘감감무소식’

민생지원금 ‘1인당 25만 원’ 지급하면

GDP 성장률 0.1%포인트 높일 수 있어

2024-08-08     장박원 에디터

국내 소비침체가 매우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경기의 단면을 보여주는 제조업 국내 공급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내수 경기 침체가 길어지며 경제 성장의 발목까지 잡고 있는 모양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이유는 고물가와 고금리가 탓이 크다. 하지만 정부가 소비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부양 정책을 쓰지 않은 것이 상황을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내수 촉진을 위해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에서 관련 법도 통과시켰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8일 경제전망 수정 관련 기자회견에서 “현 금리가 유지된다면 1인당 25만 원의 민생지원금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1%포인트 가량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은 민생지원금이 국가 예산만 낭비하게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극심한 내수 부진을 고려해 다른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 그러는 동안 내수 소비침체는 더 심해지고 급기야 경제성장률까지 끌어 내리고 있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 생선가게 앞에 폐업 관련 안내가 쓰여있다. 2024.6.3. 연합뉴스

국내 공급지수 사상 첫 4분기 연속 뒷걸음

통계청은 8일 ‘제조업 국내 공급 동향’ 자료를 발표했다. 올해 2분기 제조업 국내 공급지수(잠정치)가 106.8(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2% 감소했다는 게 골자다. 국내 공급지수는 지난해 3분기(-2.9%)와 4분기(-2.8%), 올해 1분기(-2.4%)에 이어 네 분기 연속 하락 중이다. 지난해 1분기와 2분기는 각각 -1.2%, 0.0%였다. 이처럼 2년째 국내 공급지수가 감소한 것은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에도 2분기에서 4분기까지 세 분기 연속 감소에 그쳤다.

제조업 국내 공급지수는 국내에서 생산돼 국내로 출하된 제품이나 외국에서 생산돼 국내로 유통된 제품의 실질 공급 금액을 지수화한 것이다. 내수 경기를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다.

재화별 국내 공급지수를 보면 최종재 중에 소비재가 2.2% 감소하며 내부 부진을 주도했다. 소비재는 지난해 2분기부터 5분기 연속 공급이 줄고 있다. 레저용 차량과 대형승용차, 냉장고, 여자용 정장 등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다만 가스와 화학 운반선, 기계와 장비 수리 등 자본재 공급은 3.8% 증가했다. 자본재가 늘어난 덕에 최종재의 국내 공급은 0.3% 증가했다.

중간재 중에는 시스템반도체와 플래시메모리, 자동차용 내연기관 공급이 줄면서 3.9%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전자·통신(-10.4%), 자동차(-5.7%), 화학제품(-3.7%) 공급 큰 폭으로 줄었다. 제조업 공급의 원천별로는 국산이 1.1%, 수입이 5.2% 감소해 수입 부문에서 공급 감소 폭이 컸다.

 

 자료 : 통계청. 제조업 제품 국내공급 동향.

 자료 : 통계청. 2024년 2분기 제조업 국내공급 동향

내수 침체에 쪼그라드는 올해 경제성장률

내수 부진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KDI는 올해 한국 경제가 2.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5월 전망치(2.6%)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이는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와 같고 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2.6%보다는 낮다.

KDI는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민간 소비와 설비투자 회복이 늦춰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민간 소비는 기존 전망치인 1.8%보다 낮은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설비투자는 기존 전망치인 2.2%보다 크게 낮은 0.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경기 호조세가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전망치를 대폭 낮춘 이유다.

KDI는 “경기·물가 상황에 맞춰서 금리가 조정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금리 인하가 생각했던 것보다 지연되고 있다”며 “2분기에 고금리의 부정적 영향이 강했던 측면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KDI는 얼어붙은 내수가 고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축소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을 기존 24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실업률은 2.8%를 유지했다.

 

 KDI 올해 경제성장률과 소비자 물가 전망. 연합뉴스

 자료 : KDI. 올해와 내년 경제전망.

민생지원금 지급하면 국내총생산 0.1%포인트 더 성장

KDI는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4%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전망치인 2.6%보다 0.2%포인트 낮췄다. 내수 부진과 함께 세계 경기 침체를 우려한 유가 하락 상황을 반영해 전망치를 조정했다. KDI는 “중동 지역 지정학적 위험이 확대되거나 중국과 미국의 경기가 급락하면 우리 경제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여기에 더해 고금리 기조가 길어진다면 내수 회복은 더 더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KDI는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민생회복지원금법(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은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 공식 전망 자료에는 반영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만약 민생지원금이 집행되면 GDP 성장률을 0.1%포인트 정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