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청원 두고 "조선노동당 2중대"…국힘 곽규택 소동
"북한 김여정 담화문과 유사"…법사위 돌출 발언
"청문회 의결하면 민주당이 노동당 2중대 자인"
'채 상병 특검법' 필리버스터 때도 큰 소란 일으켜
검사 출신…'BBK 김경준' '채동욱 혼외자' 수사 이력
민주 "청원인 100만 명이 북한 주민?" "작작 하라"
송석준 "직권남용이야 당신!" 반말에 정청래 "당신?"
국민의힘이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민 청원의 안건 상정을 격렬히 반대하며 또다시 민낯을 드러냈다. 특히 검사 출신 한 여당 의원은 청원 내용을 북한 조선노동당 담화문과 연결 지으며 민주당을 향해 '조선노동당 2중대'라고까지 칭해 소란을 빚었다. 130만 명이 넘는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청원에 대해 이처럼 진부하고 상투적인 색깔론 공세를 펴는 광경에 야당 의원들은 기가 막힌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이날 법사위에서 국민의힘은 '탄핵 청원' 관련 청문회 실시 및 증인 채택 안건의 의결을 막기 위해 시종 전력을 기울였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개회 선포 직후 "의사 일정 제1항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을 상정한다"고 하자마자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1호 안건으로 간사 선임을 먼저 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체회의 전에 간사 선임의 건과 소위원회 선임의 건을 안건으로 추가해달라는 서면동의서를 냈다.
정 위원장은 송 의원에게 "좀 앉아달라. (발언 기회를) 충분히 드리겠다"며 제지한 뒤 "이 안건은 지난 6월 20일 공개 후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국회법 제123조에 따른 국민동의 청원으로 성립되어 6월 24일 우리 위원회에 회부됐고 7월 9일 기준으로 동의자 수가 약 133만 명에 달하고 있다"면서 "해당 청원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감안할 때 이에 대한 심사 절차를 이행하는 것은 국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회 본연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후에도 국민의힘 측에서 청원보다 간사 선임을 먼저 안건으로 올려야 한다고 거듭 반론을 폈지만 야당은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간사 선임 건을 서면동의서 형태로 오늘 제출했다. 그러나 이미 1항부터 4항까지 오늘 의사 일정을 24시간 전인 어제 다 통보했다"며 "국민의힘이 서면동의로 낸 건 당연히 5항으로 가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장경태 의원도 "무작정 우겨넣기 식의 새치기 안건을 상정하는 데 대해 저는 반대한다"고 거들었다. 아울러 장 의원은 "지금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이 법사위에 보임했는데, 지난번 무제한 토론 과정에서 우리 법사위원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 위원장께서 엄중히 꾸짖어 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장 의원이 지목한 곽규택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채 상병 특검법' 관련 필리버스터 당시 반대 토론자로 단상에 올라 발언하던 중 "법사위원 중 일부는 법원의 재판을 받은 피고인이거나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인데도 채 상병 특검법 표결과 발언에 참여했다"며 "채상병 특검법이 통과된 것은 절차상 정당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면서 법사위 소속 민주당 박지원·이성윤·전현희‧장경태 의원과 관련된 재판과 수사의 구체적 내용까지 열거했다. 야당 의원들이 강력 반발하는 데도 곽 의원은 오히려 "피고인이나 피의자면 스스로 법사위원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어디 법사위원직을 이용해 자신과 직원의 억울함을 밝히려고 하냐"면서 "그런 얄팍한 생각하지 마라. 법사위에서 다 물러나라"고 목청을 높여 본회의장이 한때 아수라장이 됐다.
장 의원이 이를 거론하며 최소한의 유감 표명을 요청했지만 곽 의원은 "제가 본회의장에서 이름을 말했던 분들의 신분이 피고인이거나 피의자라는 말씀을 다시 드린다"면서 "그때도 말했지만 그런 분들과 법사위에서 함께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이 지금도 부끄럽다. 어떤 내용으로 재판받고 수사받고 있는지 틈날 때마다 설명드리겠다"고 한술 더 떴다.
이에 전현희 의원도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사실관계 왜곡이고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면서 곽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자신에 대한 감사원의 표적 감사 및 검찰 수사 의뢰가 부당했다는 점을 조목조목 설명한 전 의원은 "곽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을 명예훼손하고 사실관계를 왜곡한 데 대해 민주당에서 곽 의원을 형사 고발하거나 검찰 수사를 받게 한다면 똑같은 이유로 곽 의원은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게 된다"고 역공했다.
여야 간 고성이 오가자 정 위원장은 양측 발언을 모두 불허한 뒤 간사 선임의 건을 의사 일정 제5항으로 처리하는 안을 거수 표결에 부쳐 가결 처리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의사 일정 제1항으로 상정된 탄핵소추안 청원에 대해 대체토론을 실시했다. 전현희 의원이 먼저 나서 해당 청원이 국가기관을 모독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접수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의힘 주장을 논박한 뒤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할 경우 이는 당연히 국기문란 사안이고 대통령의 자격과 자질이 의심스러운 상황이므로 법사위에서 반드시 조사할 의무가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발의에 대한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곽규택 의원이 발언을 하면서 또 소동이 벌어졌다. 곽 의원은 수사‧재판에 간섭하는 논의의 청원은 접수해선 안 된다는 요지로 발언을 하다가 돌연 북한 조선노동당 담화문을 끌어들였다. 그는 "어제 오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냈다. 해당 내용에는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를 요구하는 국민 청원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안건을 상정한 시기가 같은 날인 어제 오후였다"면서 "혹시 안건 상정에 북한 조선노동당의 담화가 참고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사실상 '북한 배후설'로 해석될 수 있는 고질적인 색깔론이었다. 곽 의원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러한 지적을 하는 이유는 해당 청원안을 주도한 사람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전과 5범의 인물이라는 보도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한국경제 기사를 거론한 뒤 "청원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의) 전쟁 위기 조장, 평화통일 의무 위반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교롭게 어제 발표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담화에도 '안보 불안을 조성하고 전쟁 분위기를 고취한다'고 돼 있어 탄핵 청원과 상당수 일치하는 워딩이라고 이해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노동당 담화문과 유사한 내용이 담긴 탄핵 청원안, 그리고 청원 주도자의 과거 전력에 따른 의문들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따라서 탄핵소추안 청원 관련 청문회 실시 안건은 의결돼서는 안 된다"며 "그렇지 않다면 민주당이 조선노동당의 2중대임을 자인하는 것이거나, 최소한 국가보안법 위반 전과자에 의해 대한민국 국회가 놀아난 치욕적인 순간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에서 전력 보강 차원에서 투입했는지 이날 법사위에 새로 보임돼 첫 출석한 곽규택 의원은 이처럼 등장하자마자 '우파 전사'로 두각을 나타내려 애썼다. 곽 의원은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부장검사를 지냈으며 BBK 주가조작 사건의 김경준 국내 송환 및 수사,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사건 수사 등을 한 이력이 있다. 초선으로 부산에 지역구를 둔 곽 의원은 영화 <친구>를 만든 곽경택 감독의 동생이기도 하다. 곽 의원과 함께 법사위에서 역시 대야 투쟁의 선봉 노릇을 한 같은 당 유상범 의원은 <친구>의 주연 배우 유오성 씨의 형이어서 묘한 콜라보를 연출했다.
곽 의원의 난데없는 노동당 언급에 민주당 의원들은 "또 철 지난 색깔론이냐" "작작 좀 하라" "청원인 100만 명이 북한 주민이라는 말인가" "간첩 조장하나" 등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정청래 위원장은 "무슨 조선노동당 얘기도 나오고 해서 제가 위원장으로서 청원에 관한 국회법을 여러분께 먼저 주지시켜 드리겠다"며 "국회법 제125조에 따라 위원회는 청원이 회부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심사 결과를 국회의장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어 "이건 의무사항이고 90일 이내에 처리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라면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매우 중요한 안건이기 때문에 국회법 제65조 1항에 따라서 청문회를 실시할 수 있다"고 곽 의원 주장을 일축했다.
여야 의원들 발언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 정 위원장이 "동어반복이 많이 되고 있다. 토론이 충분히 이뤄졌다"면서 대체토론 종결을 거수 표결에 붙이려 하자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과 유상범 의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거칠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송 의원은 정 위원장에게 "직권남용이야, 당신 지금!"이라고 소리쳐 정 위원장이 "당신?"이라고 되물으며 "앉으라"고 언성을 높이는 상황도 벌어졌다.
결국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과 서류 제출 요구의 건,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의 건은 야당 의원들의 거수 표결로 처리됐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집단 퇴장했다. 정 위원장은 "재석 위원 총 18인 중 찬성 11인, 반대 0, 기권 7인으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 위원장은 총 39인의 증인과 7명의 참고인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이름을 직접 거명한 뒤 "방금 채택된 증인은 불출석 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음을 유념해 주기 바란다"고 엄포를 놓고 산회를 선포했다. 정 위원장이 그 자리에서 읽은 해당 조문은 다음과 같다.
제12조(불출석 등의 죄)
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한 증인, 고의로 출석요구서의 수령을 회피한 증인, 보고 또는 서류 제출 요구를 거절한 자, 선서 또는 증언이나 감정을 거부한 증인이나 감정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정당한 이유 없이 증인‧감정인‧참고인의 출석을 방해하거나 검증을 방해한 자에 대하여도 제1항의 형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