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되는 Z세대 '젠더 분열'… 피해자 90%가 여성

대선국면 윤석열의 '갈라치기'가 기름 부어

"남녀 불신 사상 최고…사회적 신뢰 추락"

한국 Z세대, 공동투쟁보다 남녀 대립 골몰

폴리티코, '윤석열 한국' 평가는 낙제 수준

과도했던 미투 운동, 젊은 남성들 반발 불러

"젊은이 허무주의 폭력, 한국 보수층의 탄약"

2024-07-02     이유 에디터

"미국에서 중국, 영국, 독일, 그리고 튀니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Z세대가 정치 노선에 따라 갈라지면서 남녀 분열(gender divide)이 확대되고 있다. 젊은 남성은 점차 더 오른쪽으로 가는 반면, 젊은 여성은 더 왼쪽으로 가고 있다."

 

청년 세대(19~34세) 미혼율, 연려열 미혼율.

Z세대 남녀, 좌‧우 정치 노선 따라 갈라서기

"한국보다 더 분명한 곳 없어…계속 확대"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오른쪽 극단으로 치우치는 한국의 젊은 남성들'이란 1일 자 기사에서 이렇게 밝혔다. Z세대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젊은이들이다. 과거엔 젊은 세대가 한 묶음으로 이전 세대보다 진보적이란 관념이 있었으나 오늘의 Z세대는 전혀 다르다. 이를 두고 파이낸셜타임스의 데이터 저널리스트인 존 번-머독은 "Z세대는 하나가 아니라 두 세대"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폴리티코는 "이런 갈라짐이 한국보다 더 분명한 곳은 없다"라면서 "한국에선 젊은 남녀의 이념적 차이가 한국 정치를 변화시키고 한국 사회를 완전히 장악하면서 다른 어떤 지역보다 (갈라짐이) 더 확대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치 노선에 따른 Z세대 남녀의 갈라짐은 보편적 현상이지만, 한국에서 유독 극심하다는 얘기다. 미국의 2022년 중간 선거에서도 18~29세 연령대 중 훨씬 더 많은 여성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 유사한 흐름이 확인된 바 있다.

 

22일 오후 6월 전국집중촛불(95차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2024.6.22. 사진 이호 작가

"남녀 불신 사상 최고…사회적 신뢰 추락"

한국 Z세대, 공동투쟁보다 남녀 대립 골몰

집권 3년 차인 '윤석열 한국'에 대해 폴리티코의 평가는 낙제 수준이다. 경제는 완전히 망가지는 중이고, 집값은 사상 최고치이고, 소득 불평등은 계속 커지고, 출생률과 혼인율은 10년 전보다 턱없이 낮다. 남녀 간 불신은 사상 최고치이고, 결혼에 긍정적인 한국인은 셋에 하나 꼴이다. 여기에 생활비 위기가 겹치면서 출생률도 사상 최저다. 인구 감소는 장기적으로 경제 쇠퇴를 예고한다. 또한 한국인 3분의 1은 취업 전망이 전년보다 악화됐다고 생각하고 행복지수는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며, 사회적 신뢰는 추락하고 있고, 그 결과 윤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현재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요즈음 한국의 남녀 모두에게 지배적인 감정은 분노"라고 짚었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 젊은이들이 과거 수백 년간 한국의 젊은 세대가 했듯이 국가와 사회 변혁을 위해 나서는 대신에 남녀 모두 자신이 진짜 피해자라면서 '성적 권리'(gender rights)를 놓고 서로 다투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사에 따르면, 한 여론조사에서 18~39세 남성의 86%가 가장 심각한 문제를 '남성 혐오'를, 18~39세 여성의 86%가 '여성 혐오'를 각각 선택했다. 이런 반목과 대립은 특히 온라인 플랫폼들에게 치열하다. 국제인권기구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한국에서 '성 기반 폭력'은 "충격적으로 확산"했고, 이 중 피해자의 약 90%가 여성이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이 1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대응 국제 학술대회'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4.7.1 [여성가족부 제공] 연합뉴스

윤석열, 대선서 '남녀 갈라치기' 무기화

폴리티코, '윤석열 한국' 평가는 낙제 수준

한국의 남녀 대립 현상을 크게 악화시킨 결정적 계기로 폴리티코는 2022년 대선전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지목했다. 잡지는 "2022년 대선 레이스에서 한 대중영합주의 후보가 남녀 간 정치적 대립에 불을 지펴 이득을 봤다"고 썼다. 이어 "대선전 시작 당시 보수당 후보이자 자칭 '안티-페미니스트'인 윤석열은 '성에 기반한 구조적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발언했다. 이것은 사실은 아니었지만, 한국의 젊은 남성들이 진짜 듣고 싶었던 메시지였다"고 덧붙였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대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윤 후보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밀리고 있었다. 윤 후보로선 형세 역전을 위해 폭탄선언이 필요한 때였다. 그래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짤막한 내용을 포스팅했다.

젊은 남성층에서 폭발적 반응이 나왔다. "좋아요"가 4만이 넘었고, "왕의 귀환" "꿈은 이루어진다" 등의 코멘트도 거의 1만 개가 달렸다. 며칠 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이 후보를 2.3%포인트 앞섰다. 폴리티코는 "윤은 자신이 하는 일을 알았다"며 "경제불황 속에서 뒤처졌다고 느끼고 급격한 성평등 추진에 불만을 지닌 젊은 남성들에게 직접 말하고 있었다"고 풀이했다. 그 결과, 젊은 남성들은 윤 후보와 그의 국민의힘에 60%에 가까운 압도적 표를 몰아줬고, 윤 후보는 0.73%포인트의 미세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3.3.8. [공동취재] 연합뉴스

일베 젊은 남성들, 대선서 윤석열 '광적'지지

과도했던 미투 운동, 젊은 남성들 반발 불러

특히 '여성 혐오' 분위기가 지배적인 극우 일베 저장소의 젊은 남성들이 "광적으로" 윤석열 을 지지하고 나섰다. 폴리티코는 "윤의 안티-페미니스트 선언에 고무된 이들 온라인 커뮤니티는 젊은 남성 유권자들을 윤에게 몰아주는 운동을 주도했고, 그 결과 젊은 남성 다수가 윤에게 투표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윤석열의 출마는 정치인들이 성차별을 부추기고 무기화하는 현대 성차별의 새로운 단계로 간주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2018년 최고조에 달했던 과도했던 한국의 '미투 운동'도 젊은 남성들의 반발을 불렀다. 미투 운동은 오랜 가부장제 역사를 지닌 한국에서 성차별 극복과 성인지 감수성 향상에 도움이 된 측면도 있지만, 특정한 일부 남성의 문제를 남성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하는 한편 남성 전체를 잠재적 성범죄자로 매도한다는 광범위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미투 운동 때 성년이 된 남성은 2018년엔 77%가 미투 운동을 지지했지만, 2021년엔 29%로 뚝 떨어졌다.

한국 내 미투 운동에 대한 반작용에 관한 보고서를 낸 미 클렘슨대의 문미영 강사는 "고정 관념은 페미니즘은 나쁘다는 것"이라며 "(남성들은) 여성운동 행동가들이 이익집단 구성원과 같고 오로지 여성의 이익만 위해 복무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왼쪽 목 부위에 습격을 당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2024. 01. 02 연합뉴스

"젊은이 허무주의 폭력, 한국 보수층의 탄약"

이재명에 대한 살인미수, 배현진 폭행 거론

폴리티코는 한국 내에서 증가하는 정치 폭력도 다뤘다. 지난 1월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살인 미수 사건과 3주 후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에 대한 기습 폭행 사건 등을 거론한 뒤, 정치적 스펙트럼 전반에 걸쳐서 정치 폭력이 일어나고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을 짚었다. 미 국 퀸시연구소 한국 연구자인 나단 박은 "이런 형태의 허무주의적 폭력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시작돼, 한국 보수층의 탄약이 됐다"며 "가장 우려스러운 전개"라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한국의 문제는 미국에 경고성 얘기가 된다. 미국에서도 젊은 남녀 간의 당파적 차이가 벌어지고 있고 정치인들은 분열을 촉발할 이슈로 젠더를 활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거론한 뒤 "일부 미국 정치인은 이들 분노한 젊은 남성들에 영합하고자 비상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한국에서처럼 미국에서도 소셜 미디어는 젊은이들에 젠더(성) 관련 극단적 얘기들을 확산시킨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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