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를 비판한다는 것, 짜증 나지만 그래도!

불신 1위에 너무 많은 오보와 극우적 정치편향

비판해도 변화없어…시민들 "비판해서 뭣하나"

그럼에도 공론 오염 줄이고 나쁜 보도 기록해야

민주당 방송3법을 '방송장악'으로 적반하장 호도

오로지 '수구기득권' 위해 사실 왜곡 나쁜 보도

2024-07-01     김성재 에디터

요즘은 주류 언론에서 언론 상호비판이나 자기비판이 거의 사라졌지만, 언론에 대한 비판은 언제나 중요하고 또 반드시 필요하다. 막강한 권력으로 정치·경제·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언론이 감시받고 비판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언론이 국민들로부터 이토록 신뢰를 잃고 있는 요즘은 더 그러하다.

그러나 언론 비판 중에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일은 썩 내키지 않는 일이다. 수많은 국민들이 조선일보를 가장 불신하고(매년 신뢰도 꼴찌) 또한 문제를 가장 자주 지적하는데 왜 이를 비판하는 게 내키지 않을까? 그 이유는 역설적이다. 첫째, 조선일보에는 악의적 보도, 심각한 왜곡과 오보, 선정적 보도, 혐오 보도 등 비난받아 마땅한 보도가 너무 많고, 둘째, 논조와 프레임에서 항상 그리고 과도하게 편향적이다. 그래서 이를 매번 비판하다보면 다른 일을 하지 못할 지경이다.

셋째, 비판한다고 해서 과연 조선일보가 조금이라도 변화하거나 하다못해 성찰을 하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악의적 왜곡, 오보, 혐오보도는 줄지 않고 편향성은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그래서 조선일보를 성의껏 비판해도 여러 독자들이 ‘지겹다’ ‘비판해서 뭐하나’라는 부정적 반응을 보내온다. 맥 빠지는 일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현, 조국혁신당 이해민, 진보당 윤종오 의원 등이 지난 6월27일 오후 국회에서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 야5당 공동발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조선일보 비판은 계속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는 자칭 ‘1등 신문’이다. 과장이긴 하지만 발행부수가 국내 종이신문 중에 제일 많다. 여론 주도력이 계속 떨어지고는 있으나 이른바 오피니언 리더를 포함해 기득권층이 이 신문을 많이 보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매체가 악의적이고 저질의 오보·왜곡보도·혐오보도를 쏟아내고, 권력 비판은커녕 특정 정치세력(수구기득권)의 주구(走狗) 노릇을 한다면, 누구든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쁜 영향력이 확산되지 않도록 비판해야 한다. 그래야 공론의 장이 오염되고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겠는가.

또한, 조선일보가 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매체의 온갖 나쁜 보도들은 기록해둠으로써 잘못된 저널리즘의 사례로 남겨야 한다. 국민들에게 ‘이런 보도는 믿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주고, 다른 언론인들에게도 ‘이렇게 보도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사례로 삼아야 한다. 그동안 이런 지적과 비판을 한 언론 비평가들이 많았다. 관련된 책도 여러 권 출간됐다. 깨어있는 시민들은 교훈을 얻어 이미 오래전부터 ‘안티조선 운동’을 벌였다. 지금도 상식이 있는 시민들은 조선일보를 거의 신뢰하지 않고 있다.

(내키지는 않지만) 잘못된 보도, 올바르지 않은 언론의 전형을 보여주는 조선일보 보도 중 최근 사례 한 가지를 소개한다. 이 신문이 6월29일자로 보도한 “한 방송사 구사대 같은 민주당” 제목의 사설이다.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최근 방송3법· 방통위법 개정과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을 추진하는 민주당을 ‘MBC 사장을 지키려는 구사대’에 비유해 조롱하고 비난하고 있다.

이 사설은 조선일보가 그동안 늘 그래왔던 것처럼 ‘친(親) 윤석열·친 국민의힘’과 ‘반(反) 이재명·반 민주당’이라는 일관된 정치적 편향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교묘하게 비틀어 진실을 왜곡·호도하고 있다. 팩트도, 저널리즘의 원칙도, 언론으로서 양심도 모두 내다버린 사설로, 오히려 조선일보가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려는 구사대’임을 보여주는 수많은 사례 중 하나에 해당된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민주당의 방통위원장 고발과 탄핵이 방통위를 마비시켜 MBC 사장 교체를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법은 안중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왜 김홍일 방통위원장을 고발하고 탄핵하려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단 한 줄도 없다.

김홍일 방통위원장이 고발·탄핵에 몰린 것은 그의 ▲위법적인 2인 체제 운영과 의결에 의한 직권남용 ▲역시 위법적 2인 체제에 의한 YTN 대주주 변경 승인 ▲청부민원 등을 저지른 방심위 관리소홀 등 직무유기 ▲국회 자료요구 거부 ▲TBS에 대한 관리소홀 때문이다. 이 가운데 특히 ‘2인 체제 방통위’의 위법성은 이미 법원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방통위 운영이 위법적이라면 국회는 당연히 이를 지적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이런 사실과 맥락은 쏙 빼고 오로지 민주당의 고발·탄핵만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나쁜 보도, 저질 저널리즘의 전형이다. 

김홍일 위원장은 5개 야당이 공영방송 ‘정치후견주의’를 개선하기 위한 이른바 ‘방송3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서둘러 MBC 대주주 방문진 임원교체를 감행했다. 이는 지난해 KBS 이사회와 사장 교체를 통해 KBS를 ‘땡윤방송’ ‘관영방송’으로 만든 것과 똑같은 수법으로 MBC를 장악하겠다는 의도임을 삼척동자도 안다. 조선일보는 이런 사실은 절대 말하지 않는다. 게다가 야당은 고발과 탄핵 절차를 ‘법대로’ 추진하고 있는데도 야당이 마치 법을 어기고 밀어붙이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이 방통위원장과 부위원장 2인 운영 체제가 위법이라고 하지만 후임 방통위원장을 추천하지 않은 것은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난해 후임 방통위원으로 최민희 현 국회의원을 추천했지만 대통령이 끝내 임명하지 않은 것이다. 너무나 명확한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정반대로 우기는 뻔뻔한 거짓말도 조선일보의 특기 중 하나다.

“(방송3법이) MBC 등 공영방송 사장을 해임하지 못하게 하고 이사진을 자신들 뜻대로 좌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방송3법’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당의 입김을 줄이기 위해 3개 공영방송 이사의 수를 대폭 늘린 것이다. 여기에는 언론학계, 시청자위원회, 방송직능단체 추천 이사들이 포함되는데, 이들 단체가 ‘야당 뜻대로 좌우할 수 있는’ 인사만을 추천한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지금처럼 여당 국힘당이 공영방송을 장악할 수 있는 단순한 구조가 제일 좋다는 얘기다.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2인에서 4인으로 확대해 민주당 추천위원이 반대하면 의결을 못하게 하는 방통위법도 단독 처리했다”는 사설의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방통위는 본래 5인 합의제 기구인데, 윤석열 정권에서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법원이 여러 차례 위법성을 제기한 것이다. 의결 정족수를 2인에서 4인으로 확대한 것은 ‘합의제’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한 것일 뿐, 원래대로 5인 체제가 이뤄지면 야당 추천위원 2명이 반대해도 해도 나머지 여당측 인사 3명의 찬성으로 얼마든지 여당의 뜻을 밀어붙일 수 있다.

이어 “민주당은 정권을 잡자 거꾸로 KBS와 MBC 사장을 폭력적 방법으로 내쫓았다”며 “(방송3법 등이) 말로는 언론개혁이지만 실제로는 방송장악”이라고도 했다. 조선일보는 최소한의 공정함과 언론의 양심을 지니고 있는가?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임명한 KBS·MBC 사장들이야말로 불공정 친정부 방송을 일삼고 이에 저항하는 기자·PD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내쫓았다가 총파업 등 공영방송 사상 유례없는 거센 반발을 샀다. 당시 한국방송기자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자의 90.5%가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임명한 사장이 방송의 저널리즘을 무너뜨렸다’며 퇴진을 주장했다. KBS 양대 노조와 사내 10개 직능협회의 전 직원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무려 88%가 박근혜 정권이 임명한 사장 사퇴에 찬성했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 뒤 KBS·MBC 사장은 이런 여론 속에서 해임된 것이지 ‘정권의 폭력적 방법’으로 내쫓긴 것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방송3법이 '방송장악'을 위한 법이라고 주장하는데 기가 막힌 소리다. 공영방송 장악은 조선일보가 끔찍히 좋아해 마지않는 국힘당 계열 정당이 집권할 때 예외없이 벌어졌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그랬고 윤석열 정권도 이미 공영방송 KBS를 장악해 친정권 ‘땡윤 방송’으로 바꿔놓았다. ‘2인 방통위 체제’를 이용해 준공영방송인 YTN을 장악한 데 이어 이제 MBC까지 장악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오히려 특정 정치세력의 방송장악을 막을 수 있는 야당의 방송3법을 ‘방송장악법’이라는 적반하장의 주장을 하는 것이다. 

 

한국일보(왼쪽)과 한겨레의 6월29일 사설 갈무리. 

같은 날(6월29일) 한겨레는 사설에서 김홍일 방통위가 ‘2인 체제’로 MBC를 장악하려 하는 것을 “국회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비난했다. 한국일보도 사설을 통해 “야당 추천 방통위원은 임명하지 않은 고의적인 2인 체제는 정상이라 할 수 없다”면서 “합의제 원칙 먼저 지켜라”고 주장했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에 대해 이렇게 주장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오히려 사실을 왜곡하고 호도해가며 권력의 방송장악을 열렬히 옹호하고 있는 것이다. 사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편향과 왜곡으로 점철돼있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니 놀라거나 흥분할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판의 대상에서 제외해서도 안된다. 권력 감시·비판이라는 언론 본업과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을 망각한 사례로, 그리고 거짓말과 왜곡으로 기득권 수호에만 열을 올리는 나쁜 언론의 사례로 비판하고 빠짐없이 기록해둬야 한다. 좀 귀찮고 지겹고 짜증이 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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