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PC 압수, 허위 진술서 없이는 불가능했다

동양대 강사휴게실 PC 압수는 어떻게 가능했나

검사가 불러준 김 조교 진술서 내용, 전부 허위

김 조교는 해당 PC들에 대해 관리 권한 없던 상태

검찰이 압수 정당화 위해 진술서 받아쓰도록 강요

‘자발적 임의제출’은 김 조교가 아닌 정 처장 의사

정 처장, 매번 검찰 대변하며 ‘앞잡이’ ‘바지’ 역할

2024-06-27     박지훈 IT 전문가

[조국 사태의 재구성] 54. 강사휴게실PC 압수, ‘받아쓰기 진술서' 없이는 불가능했다

앞서 검찰이 2019년 9월 10일 당시 동양대 교양학부에서 강사휴게실PC들을 영장 없이 압수하는 과정에서 김민ㅇ 조교에게 불러주는 대로 진술서를 쓰라고 하고, 그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자 “징계줘야 되겠네”라며 위협까지 해서 원하는 대로 내용을 쓰게 했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 “얘 징계줘야 되겠네” 검사 위협에 받아쓴 조교 진술서

김 조교는 두 차례나 증인 출석을 하면서 이런 사실을 상세하게 증언했고, 이에 대해 공판에서 압수 현장에 있던 검사까지 포함된 검사들은 그 사실관계에 대해 부인이나 반박을 하지 못했다. 즉 검찰이 작성자의 의사와 다른 내용을 쓰라고 강요하고 위협까지 가했던 것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현직 검사가 수사 대상도 아닌 조교에게 불법적인 위협까지 가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진술서를 작성하라고 강요한 이유가 뭘까? 김 조교가 원래 진술하려고 했던 내용과 검사들이 강요로 받아간 진술서의 내용은 어떻게 달랐으며, 그게 의미하는 본질적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동양대 김민ㅇ 조교는 강사휴게실PC 압수 당시 검찰이 불러주는 대로 진술서를 썼다고 증언했다. YTN 보도 화면 캡처.

검사가 불러준 김 조교 진술서, 내용 전부 허위

아래는 김 조교가 1차 증인 출석 당시 증언에서 진술서 내용이 자신의 뜻과 달리 쓰여진 부분을 지적했던 부분이다.

김민ㅇ 조교/ 원래 처음에 불러주셨을 때 ‘인수인계 받았습니다’라고 했는데, ‘인수인계가 아니라 그냥 구두로 얘기해주셨다’라고 했는데, 인수인계 받았다라고 써라’라고 해서 ‘인수인계 받았습니다’라고 썼고요. ‘그래서 3월달에 임용받자마자 확인하였고’, 그런데 ‘이거 존재 자체만 확인을 했다’라고 했는데 ‘그게 확인한 거니까 그렇게 쓰고’, 그리고 ‘가지고 있었다’가 아니라 저는 ‘그냥 거기에 뒀다’라고 라고 얘기했는데 ‘가지고 있었다’라고 얘기하셔서 ‘그런데 이게 제가 가진 게 아닌데요’라고 했더니 ‘그래도 니가 지금 거기에 두고 있으니 가지고 있는 거다’라고 했는데, 이게 아 다르고 어 다른 건데 이렇게 쓰면 나중에 저 이거 거짓말 했다고 하면 어떻게 하냐’라고 했더니 ‘아니다, 이렇게 하라’고 해서 ‘학교 측에 니가 즉시 반납을 했어야 했는데 잊고 반납하지 않았습니다’. 이때 제가 교수님만 30명 관리하고 있어서 너무 바빠서 그냥 반납하지 못했다고 얘기 드렸는데 그렇게 얘기해서 그렇게 썼고, ‘자발적으로 임의제출 한다고 이렇게 쓰시면 돼요’라고 해서 그냥 그렇게 썼습니다.

요약하자면, 김 조교가 검사의 요구로 진술서에 받아쓴 내용은 강사휴게실PC들을 ①인수인계 받았다 ②확인하고 가지고 있었다 ③반납해야 했는데 하지 않았다 ④자발적으로 임의제출한다 등이다. 그런데, 이렇게 김 조교의 생각과 다르게 받아쓴 네 대목은 김 조교의 진술서 내용에서 자신의 신분을 서술한 첫 두 문장을 제외한 진술서 내용의 전부다. 사실상 이 진술서 전체가 검사의 뜻대로 작성된 것이다.

여기서 ‘인수인계’라는 검사의 표현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김 조교의 다른 증언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2019년 3월 1일 김 조교가 교양학부 조교로 근무를 시작할 당시 전임자로부터 자세한 ‘인수인계표’를 받았는데, 인수인계 대상으로서 강사휴게실의 물품들로 기재된 내용은 학교의 자산 기물인 소파, 컴퓨터, 책상, 티테이블, 의자까지 총 5가지 물품 뿐이었다. (여기서 ‘컴퓨터’는 강사용으로 책상 위에 배치되어 있던 PC로서 방치되어 있던 ‘강사휴게실PC’와는 다른 것이다.)

김 조교가 강사휴게실PC들은 인수인계 받은 대상이 아니었으므로 검사가 “인수인계 받았습니다”라고 쓰게 한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다. 또한 김 조교는 전임자로부터 강사휴게실PC들이 ‘거기에 그런 게 있다’라는 언급과 퇴직 교수가 두고 간 것이라는 추측성 발언을 들었을 뿐이고 거기 있는 사실을 들었을 뿐인데도 검사는 김 조교가 그 PC들을 ‘확인하고’ ‘가지고 있었다’고 쓰게 했다. 또, 어이없게도 ‘자발적으로 제출한다’는 내용까지도 받아쓰게 했다.

여기까지 종합하면, 김 조교가 밝히려고 했던 전체적인 취지를 알 수 있다. 자신은 해당 PC들에 대해 ‘관리 권한’이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거기 있다는 걸 알았던 것 외에는 자신과 아무런 관련성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김 조교의 추가 증언에 따르면 ‘퇴직자’를 거론한 부분(‘전임자가 퇴직자 교수님이 두고 간 거라고 들었다’)도 제대로 된 사실이 아니었다. 김 조교는 이에 대해 추가로 “주인을 알 수 없는 것”, “전임자도 잘 몰랐다”, “자기도 잘 모르겠으니까 그냥 떠넘기고 간 것 같다”라고 증언했다. 즉 ‘퇴직자 교수 것’이라는 전임자의 발언은 단편적으로 진술서에 기재되면 실제 사실관계가 크게 왜곡되는 내용이었음에도 검찰은 그렇게 받아쓰도록 한 것이다.

나아가서, 이어진 변호인 신문에서 김 조교는 역시 검사가 불러줬던 ‘PC를 학교에 반납했어야 했다‘는 진술서 부분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학교 소유가 아니라서 반납할 물건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김칠준 변호사/ 결국 강사휴게실에 있는 데스크탑 PC 본체 2대는 학교 측에 반납해야 될 물건은 맞나요?
김민ㅇ 조교/ 아니었습니다. 원래 반납을 하려면 자산코드가 있어야 되는데 자산코드도 없고 자산스티커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이런 사실은 진술서를 쓸 때 함께 있었던 정규ㅇ 처장도 당시 발언했던 내용이었다.

김칠준 변호사/ 증인이 제출했던 데스크탑 PC 본체 2대에도 학교비품 관리스티커가 부착되어 있었는가요?
김민ㅇ 조교/ 아니요. 그래서 진술서 쓸 때 정규ㅇ 차장님이 개인 컴퓨터이다, 왜냐하면 저희 학교에서는 삼성 데스크탑을 쓰는데 그것은 아수스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개인 컴퓨터일 수도 있다 하고,
김칠준 변호사/ 그런 이야기를 정규ㅇ 처장이 이야기를 했었다는 것인가요?
김민ㅇ 조교/ 예.
김칠준 변호사/ 그 이야기를 할 때 검사도 듣고 있었나요?
김민ㅇ 조교/ 같이 진술서 쓸 때니까 다 계셨습니다.

이런 김 조교의 압수 당시의 진술 그리고 법정에서의 증언들을 종합하자면, 문제의 강사휴게실PC들은 동양대 학교 측의 관리 대상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 김 조교의 사적, 공적 관리 대상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검사가 불러준 허위 진술 없이는 PC 압수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전에 자세히 살펴봤듯이 검찰은 조국 장관 임명 저지를 목적으로 인사청문회 당일인 9월 6일에 이미 ‘표창장 위조’ 혐의로 정경심 교수를 기소를 해버린 후였기 때문에 이 혐의 관련으로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받는 것이 불가능했다.

검찰로서는 그런 상황에서 김 조교가 설명했던 실제 사실관계가 김 조교의 진술서에 그대로 기록되면 임의제출 압수도 불가능해진다. 왜냐하면, 동양대가 관리하는 물건도 아니고 김 조교가 관리하는 물건도 아닌, 그 누구도 관리하고 있지 않은 PC들은 제출할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PC들을 압수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다.

이는 임의제출 압수의 두번째 요건, ‘제출자의 자격’과 직결된 문제다. 앞서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라 임의제출 압수를 위해서는 ①’임의성’과 ②’제출자의 자격’이 필수라고 설명한 바 있다. 임의제출을 위해서는 소유자, 소지자, 보관자 중 하나여야 하고,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은 물건을 수사기관에 임의제출 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

김 조교가 해당 PC들의 소유자가 아닌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은 그 PC들이 거기에 있는 사실만 알았을 뿐 자신의 업무 소관도 아니며 어떻게도 관리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증언했다. 따라서 소유자, 소지자, 보관자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으므로 검찰이 김 조교를 제출자로 해서 해당 PC들을 압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압수 당일 검사가 받아쓰라고 강요했던 진술서의 허위사실들은, 임의제출 압수가 정당한 것으로 거짓으로 꾸미기 위해 검찰에게 반드시 필요했던 내용들이었다. 당시 그 PC들이 동양대의 직원인 김 조교의 관리 하에 있거나 학교의 관리 대상이라고 주장할 수 있어야만 해당 PC들을 가져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실제 제출자인 김 조교의 입장은 전혀 달랐다. 해당 PC들은 그냥 거기에 있었던 것이지 자신이 조교로서 직무상 관리한 것도 아니고 학교 재물로 잡히지도 않은 것들이므로 학교로 반납할 대상도 아니었다.

검사들과 김 조교의 이런 입장 차이는 1차 출석 증언의 후반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검사 측 원신혜 검사는 김 조교에게 강사휴게실에 있는 물건은 당신 관할이 아니냐, 당신 외에 그 관리 업무를 한 사람이 없지 않느냐며 김 조교에게 관리 권한을 인정하도록 종용했다.

원신혜 검사/ 그런데 교양학부 소속 사람들 중에서 직원이나 교수들을 포함해서 강사휴게실에 있는 물건을 관리하거나 내지는 청소하는 등의 업무를 배정받은 사람 내지는 그것을 현실적으로 하는 사람은 증인이었던 것은 맞나요? 증인 이외에 다른 사람이 그것을 한 사람이 있었나요?

하지만 이런 몰아세우기 신문에 대한 김 조교의 반응은 오히려 전보다 더 강경해진 반발이었다.

김민ㅇ 조교/ 가끔 강사님들도 치우시고 하시는데, 관리라는 것이 정확하게, 관리라고 하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누가 물건 가져갔으면 그거 쓰고 이렇게 해야지, 관리인데 저는 그냥 교수님 재물 잡힌 게 망가지면 고쳐달라고 수리 요구를 할 수 있고 그런 것인데, 그냥 거기에다가 제가 재물 잡혀 있는 곳에 아무 교수님들이 서적이나 이런 것을 가져다놔도 제가 관리하는 것이 되나요?

김 조교의 이런 반문은 매우 적절하고 합당한 것이었다. 실제로 강사휴게실PC에는 교양학부의 여러 교수들이 운동기구나 서류 등 자신의 사물들을 마구잡이로 쌓아두고 있었고(현재까지도 마찬가지), 그 관리 주체는 당연히 각각의 교수들이었다. 김 조교는 증언에서 실제 한 교수가 자전거를 강사휴게실에 가져다놓고 가끔씩 쓰면서도 자신에게 따로 얘기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강사휴게실PC 역시 같은 케이스로서, 누구의 것인지는 몰랐을 뿐 자신이 그것들을 관리했다고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자발적으로 임의제출’, 김 조교 아닌 정 처장 의사

그러면, 역시 검사가 불러줘 받아쓴 진술서의 부분 ‘자발적으로 임의제출 한다’라는 부분은 어떨까. 김 조교는 정말로 자발적으로 이 PC들을 제출한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래는 김 조교의 1차 증인 출석 당시의 문답 내용 일부다.

양재영 검사/ 당시 검찰은 처음에 강사휴게실 컴퓨터 2대를 포함해서 증인이 조교실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안의 전자정보를 가져간다고 하였고 증인은 이에 동의한 사실이 있지요?
김민ㅇ 조교/ 봐야 한다고 하셔서, 처장님이 무조건 해줘라, 최대한 그거 하라고 하셔서, 예.

보다시피 김 조교는 자신의 의사로 임의제출에 동의한 것이 아니라, 최성해의 측근으로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던 정규ㅇ 처장의 지시에 따라 동의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정황은 이후에도 이어진다.

양재영 검사/ 당시 증인과 정규ㅇ 행정처장은 해당 컴퓨터에 대한 임의제출 동의서에 각각 서명 날인하였지요?
김민ㅇ 조교/ 예. 정규ㅇ 행정ㅇ처장님이 먼저 쓰신 다음에 옆에 제 이름만 적으면 된다고 하셔서 하고, 저 ‘참관하지 않음’이라는 체크도 정규ㅇ 처장님이 하셨습니다.

이 내용은 앞서 살펴본 진술서보다 먼저 작성했던 ‘임의제출 동의서’에 서명 날인한 경위에 대한 문답이다. 양 검사는 상세한 경위는 제쳐놓고 ‘어쨌든 동의서에 서명하지 않았냐‘라고 질문했지만, 김 조교는 정 처장이 먼저 쓴 후에 자신에게는 그 옆에 이름만 쓰라고 지시해서 썼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참관하지 않음’ 체크란 ‘임의제출 동의서’와는 별개의 문서인 ‘참관여부 확인서’에 대한 내용인데, 별도로 매우 중요한 내용이어서 다음 회에서 따로 살펴볼 것이다.)

즉 강사휴게실PC의 임의제출 의사 결정은 김 조교가 아닌 정규ㅇ 처장이 한 것이고 김 조교에게는 동의하라고 지시를 해서 제출자로 두 사람의 이름을 올린 것이다. 상식적으로 봐도 이 과정에서 김 조교의 자발적 의사는 없었다.

더욱이, 정 처장은 이 PC에 대해 티끌만큼의 관련성도 없었다. 어떤 권한이 있거나 관리를 한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런 게 강사휴게실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검찰 수사팀이 발견한 후 멋대로 조작을 하고, ‘뻑났다’ 상황까지 지난 후에야 교양학부에 나타났다. 간단히 말하자면, 강사휴게실PC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인 것이다.

교양학부 조교로 임용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던 김 조교는 압수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대학 본부 소속인 정 처장과는 업무상 상하관계가 아니며, 그의 직무상 상급자는 당시 교양학부장이었던 강구ㅇ 교수였다(이 강 교수는 이 압수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김 조교는 정 처장이 교양학부에 아무런 권한도 없다는 사실을 압수 시점 이후에야 알았지만, 동양대에 장기간 근무했고 대학 본부의 처장인 정 처장이 그걸 몰랐을 리는 당연히 없다. 즉 정 처장은 자신이 해당 PC들에 아무 권한도 관련도 없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임의제출자로 나서고 또 자신과 업무 지휘 관계도 없는 김 조교에게도 서명할 것을 지시한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아무런 관련도 없는 정 처장이 도대체 왜 해당 PC들의 임의제출자로 이름을 올렸을까? 상상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다. 검찰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것이다.

정 처장, 고비마다 검찰 대변하며 ‘앞잡이’, ‘바지’ 역할

이쯤 되면, 대학 본부의 직원인 정 처장이 자신과 아무 관련도 없는 교양학부에 퇴근 시간도 지난 저녁 7시 10분경에 갑자기 나타난 것도 이상하게 볼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검찰이 정 처장을 불렀기 때문이다. 아래는 1차 증인 출석 당시의 문답 일부다.

양재영 검사/ 당시 정규ㅇ 행정처장이 외부 출장 중이었는데 검찰에서는 정규ㅇ 행정처장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지요?
김민ㅇ 조교/ 예, 그때도 컴퓨터 계속 제 것 이미징 하시고 그 다음에 본체 2대 중에 1대 계속 연결하려고 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양재영 검사/ 그 이후에 나중에 정규ㅇ 행정처장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지요?
김민ㅇ 조교/ 7시 10분쯤에 오셨습니다.
양재영 검사/ 그리고 증인과 정규ㅇ 행정처장이 같이 있는 자리에서 해당 컴퓨터에 대한 임의제출 및 상황설명을 하고 진술서 작성을 요청한 사실이 있지요?
김민ㅇ 조교/ 예.

보다시피, 신문을 하는 양 검사가 적극적으로 ‘우리는 정 처장이 올 때까지 기다려서 임의제출 요청을 했다’라며 반복적으로 김 조교에게 사실확인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이 임의제출에 정 처장을 개입시키려 했던 의도에는 의문의 여지가 전혀 없다.

그런데 이 시점은 이미 검찰이 ‘뻑났다’ 소동을 일으킨 후였다. 즉 정 처장이 왔을 때는 강사휴게실PC와 관련한 모든 상황, 즉 휴게실에서 PC들 발견, 검찰의 경위 등 질의, 교양학부 사무실로 이동, 증거 절차 무시하고 PC 부팅, '뻑났다' 소동까지 모든 사건들이 다 끝난 후였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 처장은 이 PC들에 대해서는 사후에 상황을 전해들었을 뿐 아무것도 아는 것도, 본 것도 없었다. 그의 역할은 오직 '임의제출 동의' 하나뿐이었다.

이 관련의 추가 증언들을 정리해보면, 김 조교는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뻑 난 후) 정규ㅇ 처장님이 오실 때까지 계속 그걸 해봤거든요”, 또 “처장님과 들어가서 얘기를 하시더니 ‘가져가야겠다’, ‘써드리겠다’”는 말이 나왔다고 했다. 정 처장이 온 후 “대략 20~30분” 후의 일이었다.

정리하면, 먼저 PC ‘뻑났다’ 소동이 있었고, 다음으로 ‘정 처장이 올 때까지 기다렸고’, 검찰이 정 처장과 따로 얘기를 한 후에 업무 관련도 없고 상황을 직접 보지도 못한 정 처장이 임의제출 의사를 밝히고, 김 조교에게도 함께 서명하도록 종용한 것이다.

또 그보다 이전, 당일 점심 때쯤 사전에 정 처장이 김 조교에게 ‘검찰이 갈 것이니 협조하라’라고 미리 언질을 했던 것도 당연히 이상하다. 정 처장의 관여는 이뿐만이 아니다. 임의제출 압수 한 달 후인 10월 15일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조사를 받으러 갈 때도 정 처장이 나서서 김 조교에게 종용했다. 또 2차 증인 출석 당시 증언에 따르면, 김 조교의 1차 증인 출석이 임박한 이듬해 2월에는 김 조교에게 다시 검찰에 들러 검사와 면담할 것을 종용하고, 자신이 같이 동행해 김 조교를 데리고 가기까지 했다.

 

정규ㅇ 처장이 김민ㅇ 조교에게 2019년 10월 15일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가라고 전날 종용했던 문자. 양재영 검사 대신 나서서 연락한 사실이 확인된다.

보다시피, 최성해 총장의 측근인 정 처장은 강사휴게실PC 압수의 모든 크고 작은 국면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해 검찰의 입장에서 김 조교를 움직였다. 김 조교의 증언에 따르면 정 처장은 검사들과 자주 연락하는 것으로 보였고, 일례로 김 조교가 검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자 “아, 그거 검사가 미안하다고 한다”라고 전해주는 등 자발적으로 검사들을 대변하기까지 했다.

정리하자면, 강사휴게실PC 임의제출 압수에서 아무 권한도, 관련도, 아는 것도 없는 정 처장의 역할은 단 하나였다. 임의제출자가 될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유일한 사람인 김 조교를 종용하고 자신이 먼저 서류에 서명 날인하는 등 앞장 서는 ‘앞잡이’ 역할이자, 실제로는 전혀 제출자가 될 수 없음에도 이름을 올리는 ‘바지’ 제출자 역할이다. ‘바지 사장’ 수사에 익숙할 검찰이 ‘바지 제출자’로 정 처장을 앞세워 정 처장으로 하여금 김 조교를 제출자로 끼워넣게 한 것이다. 검찰이 임의제출의 당사자를 ‘세탁’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럼 검찰이 정 처장을 내세워 김 조교를 압박하지 않았다면 일은 어떻게 됐을까? 당장 압수 당일 교양학부에 대한 검찰의 임의 수사 행위, 임의제출 동의서와 참관여부 확인서 서명, 중앙지검 방문 조사 등, 정 처장은 모든 단계에 결정적으로 개입했다.

반면 김 조교는 사회 경험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이었음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하려 노력했고 또 실체적 사실 그대로를 관철하려 무던히 애썼다. 따라서 동양대 고위직이랄 수 있는 정 처장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건건마다 검찰에 협조하지 않았다면 임의제출은 단계마다 줄줄이 벽에 부딛혀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살펴본 김 조교의 증언들을 모두 법정에서 청취하고 여러 차례 직접 질의하기도 했던 1심 재판부가, 정 처장이 이렇게 검찰을 위해 임의제출 압수의 ‘바지’ 역할을 해서 기만적인 임의제출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을 수가 있을까? 검찰의 이런 꼼수 연발 행태를 세세히 듣고도 임의제출에 ‘임의성’ 즉 자발성이 있었다고 재판부가 판단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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