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 정부 인증 충돌시험 조작 등으로 흔들
충돌시험 데이터 조작, 에어백 타이머로 작동 등
“거버넌스에 문제” 주가 하락, 시총 2조 엔 줄어
마쓰다, 혼다, 스즈키, 야마하도 유사 부정 발각
작년 다이하쓰 등 부정 탓 일본 GDP 줄어들어
오구마 에이지 “이대로 가면 일본 미래 위태롭다”
“일본경제는 ‘자동차 1강(强)’, 특히 ‘도요타 1강’으로 굳어져 왔다. 일본기업에 대한 신뢰가 고비를 맞고 있다.”(<아사히신문> 6월 3일)
일본의 이 ‘1강 기업’이 흔들리고 있고, 그 때문에 일본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고 있으며, 그 가장 큰 책임은 바로 그 기업 총수의 잘못된 ‘거버넌스’(관리, 통치)에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도요타 제품출하 인증 과정서 부정행위 잇따라 발각
도요타 자동차는 지난 3일 국토교통성의 요청으로 그 동안 실시해 온 자체 내부조사에서 자동차의 대량생산에 필요한 정부의 ‘형식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7개 차종에서 부정행위들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비슷한 부정행위가 발각돼 국토교통성으로부터 출하 중지 지시를 받은 도요타 계열사 다이하쓰 공업과 도요타 자동직기에 이어 그런 계열사를 관리 감독해 온 도요타 자체도 그와 다를 게 없는 실태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욱 컸다.
지금까지 밝혀진 부정 내용은 지금 생산중인 3개 차종 보행자 보호시험에서 거짓 데이터를 제출하고, 과거에 생산한 4개 차종의 충돌시험에서 시험차량을 부정하게 가공한 것 등이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와 거래가 있는 부품 업체들이 감산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도요타와 마쓰다의 거래처는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업체들까지 포함하면 도요타 거래처 1000개 사, 마쓰다 관련 2000개 사 등 총 3000개 사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기간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7일 <닛케이>에 따르면, 지난 3일의 부정행위 발표 이후 도요타 주가는 사흘째 약세를 보이면서 5일까지 5% 하락했다. 6일에 반등세를 보였지만 부정행위 발각 전에 비해 시가총액은 약 2조 엔(약 17조 6천억 원) 줄었다.
충돌시험 데이터 조작, 에어백 타이머로 폭발 등
일본의 자동차 형식인증제도는 자동차 제작자 등이 신형 자동차 등을 생산하거나 판매할 경우 미리 국토교통성 대신에게 신청 또는 신고를 하고 보안기준 적합성 등에 대한 심사를 받는 제도다. 브레이크 시험 등의 기준 적합성 심사와 품질관리(균일성) 심사를 받아 지정된 형식의 자동차에 대해 신규검사 때 현물 제시 절차를 생략하는 등 대량생산에 유리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제도다.
그런데 문제가 된 도요타의 총 7개 차종은 예컨대, 충돌시험 때 한쪽 면의 검사 데이터를 양쪽 모두의 것으로 기재하고, 에어백을 타이머로 폭발시키는 등의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지난해 부정이 발각된 도요타 계열사인 다이하쓰 등의 부정행위처럼 “기준에 맞추기 위해 검사결과를 조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코롤라 필더’와 ‘코롤라 악시오’ 그리고 인기 판매 차종인 ‘야리스 크로스’ 등 3개 차종이 3일부터 출하와 판매 중지를 당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도요다 아키오 회장은 “다이하쓰 공업, 도요타 자동직기에 이어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데 대해 도요타그룹 책임자로서 정말 죄송하다”며 사죄했다.
마쓰다, 혼다, 스즈키, 야마하도 부정행위 발각
다이하쓰는 같은 도요타 계열인 도요타 자동직기와 함께 인증 부정행위가 발각돼 지난해 12월에 생산과 출하를 전면 중지당했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다시 인증 부정행위들이 발각돼 도요타와 마쓰다, 야마하 발동기 생산 6개 차종에 출하 중지 지시가 내려지면서 사태가 더 커진 것이다.
마쓰다의 경우 2014년부터 올해 4월까지 생산한 3개 차종에 대해 에어백 기능을 확인하기 위한 충돌시험 차량을 불법적으로 가공했고, ‘로드스타 RF’ 등 지금 생산 중인 2개 차종은 엔진 제어 소프트를 양산할 때와는 다른 사양으로 시험하는 부정을 저질렀다.
혼다도 과거 22개 판매 차종들의 소음 시험 때 조건 설정을 엉터리로 하거나, 출력 시험 성적표를 개작했다. 혼다의 미베 도시히로 사장은 “동일한 부정에 대해서는 검증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실제)데이터와 시험성적표를 대조해 보고 (잘못된 것을) 비로소 알게 됐다”고 변명했다.
스즈키는 2017년까지 판매했던 1개 차종의 브레이크 시험 때 실제 결과와 다른 수치를 써 넣었으며, 2016년에 연비와 배출가스 시험 때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가 발각됐다.
야마하 발동기는 2020년부터 판매하고 있는 2륜차(오토바이 등)의 머플러(소음기) 성능 확인시험에서 규정과는 다른 설정을 하는 등의 부정을 저질렀다.
이런 부정행위들이 최근 몇 년간 계속 저질러졌다.
지난해 다이하쓰 등의 부정으로 일본 GDP 마이너스
“자동차산업은 저변이 넓다. 생산과 출하 정지가 길어지면 완만한 회복세를 보여 온 일본경제에 무거운 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자동차공업회에 따르면, 자동차산업의 제품 출하액은 제조업 전체의 약 20%를 차지한다. 연구개발비는 부품을 포함해서 30%에 가깝고, 모두 제조업 1위다. 관련 산업까지 포함해서 취업인구가 550만 명이 넘는다.
제국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 8개 사의 공급망에 포함된 기업 총수는 5월 현재 5만 9193개 사, 총 거래액은 41조 9970억 엔(약 37조 원)으로 추산된다. 도요타자동차만으로도 3만 9113개 사, 20조 7138억 엔(약 18조 2300억 원)에 이른다.”(<니혼게이자이신문> 6월 4일)
지난해의 다이하쓰 공업 등의 인증 부정 문제로 일부 차종의 자동차 생산 출하가 정지되면서 올해 1분기(1~3월)의 일본 국내총생산(GDP) 마이너스 성장에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2분기(4~6월)에 GDP가 다시 플러스 성장을 회복할 것이라는 예상들이 많았으나 이번 조치로 다시 전망이 흐려졌다.
경제산업성의 광공업 생산지수에 따르면 그 때문에 올해 1월의 일본 자동차공업 생산이 전월(12월)에 비해 15.9% 줄었고, 2월에는 8.1% 줄었다. 이번 출하 중지 조치로 도요타와 마쓰다의 감산규모는 2개월 간 2만~3만 대에 이를 가능성이 높고, 5~6월로 예상된 정상화로 가는 속도가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그 영향은 철강이나 전자부품 등 다른 업종으로 폭넓게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광공업 생산지수는 2분기(4~6월)에 전기 대비 2.2%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라쿠텐 증권이 시산한 바에 따르면, 이번 출하 중지 영향으로 2분기는 1.2% 상승에 그칠 것이고, 중지 처분 기간이 길어질 경우 3분기(7~9월)의 생산이 전기 대비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수송기계공업 예측 지수를 적용해 시산한 승용차 지수는 6월에 전월 대비 마이너스 9.4%로, 전월 대비 마이너스 4.8%였던 예측치보다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인증 부정이 도요타에 끼칠 영향 미미”
그렇지만 인증 부정이 도요타의 실적에 끼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들이 많다.
‘야리스 크로스’ 등 3개 차종 생산을 중지했으나 그 3종의 생산대수는 연간 약 13만 대로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도요타의 1000만 대 이상의 1% 정도다. UBS증권의 분석가 다카하시 고헤이는 3일의 보고서에서 “1개월의 판매 중지로 영업이익 100억~150억 엔 감소”라 썼고, 미즈증권의 이시야마 요시타카는 생산 중지 영향이 매월 약 90억 엔, 공급자에 대한 보상은 최대 매월 220억 엔으로 시산한다. 다 합쳐봤자 그것은 도요타의 2025년 3월 영업이익 전망치 4조 3000억 엔의 1% 이하다.
18일 주총에서 해외 자문사들 회장 반대 권장
하지만 3일의 부정발각 발표를 계기로 주가 하락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시장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도요타의 실적에 대한 악영향보다 총수 등의 거버넌스 문제”라고 SBI증권의 엔도 고지는 지적했다. 히노 자동차와 다이하쓰 공업, 도요타 자동직기 등 계열사들의 일련의 부정행위로 그룹 거버넌스를 주도해 온 도요다 자신도 인증 부정을 저지른 것은 “거대한 부메랑이 돼 주가에 서서히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도카이도쿄 인텔리전스연구소의 스기우라 세이지는 지적했다.
골드만 삭스증권의 유자와 고타도 “법령 준수의 관점에서 앞으로 한층 더 거버넌스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정행위를 찾아낼 수 없는 체제에서는 “다음에 또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경계 때문에 (제품을) 사기 어려워진다”는 불안이 시장에는 있다는 것이다. 품질관리 거버넌스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도요타의 주가가 하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오는 18일에 열릴 정기 주총에서도 이 문제가 초점이 되고, 도요다 아키오 회장 재선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해외 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에 일정한 영향력을 지닌 글래스 루이스(Glass,. Lewis & Co., LLC)와 ISS와 같은 해외의결권 자문사들의 도요다 아키오 반대 권장 영향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얘기다. 외국법인 등의 도요타 주식 점유율은 3월 말 현재 4분의 1(25%)을 넘는다.(<닛케이> 6월 7일)
오구마 에이지, “이대로 가면 일본 미래가 위태롭다”
역사사회학자 오구마 에이지는 “(도요타는) 지금 일본에서 몇 안 되는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그런 기업이 이런 상태라면 일본의 미래가 위태롭다”며,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회장의 관리능력, 즉 ‘거버넌스’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아사히> 6월 5일)
오구마는 도요다 회장이 3일의 기자회견에서 시종일관 ‘내 책임이 아니야’라는 식으로 이번 사태를 ‘남 탓’으로 돌렸다면서, 예컨대 부정행위가 발각된 산하 기업에 대해 “브루투스 너마저, 라는 느낌”이라고 한 것을 두고 “정보 흐름이나 우선순위를 도요타 자동차만이 아니라 어느 회사의 것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며 그럴 바에야 왜 회장 자리에 앉아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쏘아 붙였다.
또 도요다 회장이 “이번 일을 계기로 나라와 자동차회사가 의견 조정을 해서 무엇이 고객과 일본 자동차업계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지, 제도 자체를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해 가면 좋겠다”고 한 말에 대해서는 “벌린 입을 다물 수 없다”며 “(이건 도요타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제도가 잘못돼 있다’고 얘기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인증제도를 도요타 기준에 맞추라는 얘기
오구마는 2023년 1월 5일에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자동차 회사가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일본에서는 ‘고맙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발언을 한 것을 떠올리며, “도요타가 일본에 남아 있어 주기를 바란다면 기준을 완화하라”는 것이 그 혼네(본심)가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도요타와 그 계열사들의 인증 심사 부정행위가 계속 불거져 나오는 것은 실수나 과오 때문이 아니라 인증제도 자체가 잘못돼 있기 때문이니 제도를 도요타 기준에 맞게 바꾸자는 얘기라는 것이다.
지난 4일 우시지마 신 변호사는 “강한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움직이는 도요다 씨가 너무 잘난 탓에 부하들은 말을 하기 어렵다. 그런 공기가 사내에 만연해 있는 게 아닐까”라며, “거버넌스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구마는 우시지마 변호사의 이 발언을 인용하면서 “자동차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인 것은 분명하겠지만, 이 사람이 회장 자격으로 기자회견에서 그런 말을 계속하면 기업 거버넌스에 문제가 있다고 안팎에서 보지 않겠나”라면서 생각을 고쳐 기업통치를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도요타와 그 계열사의 부정행위가 발각된 것은 내부의 통보 때문이 아니라, 부정행위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국토교통성이 도요타에 자체 조사를 요구한 결과였다. 설사 내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누군가 알아챘다 한들, 인증제도 자체가 잘못돼 있다고 생각하는 회장 아래에서 누가 자신의 자리가 날아갈지도 모를 ‘이실직고’를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