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논문 검증 3년째…숙대, 참담한 권력 눈치보기

표절 명백한데 28개월째 결과 안 내놔…대학 맞나

숙대 규정엔 '본조사는 판정 포함 90일 이내 완료"

극심한 '용산 눈치보기'…윤 정권 끝나야 발표할 듯

숙대 망신 넘어 학계의 수치, 학술 체계 근간 흔들어

장윤금 총장 연임 시도까지…"표절 방탄" 비판 쇄도

민주 김영호‧문정복, 사퇴 촉구…국정감사 경고도

장 총장, 후보자 토론회서도 "규정대로 진행" 강변

숙명민주동문회 "무조건 회피, 학교 조롱거리 전락"

2024-06-06     김호경 에디터
숙명여대 교수들이 표절률 48.1~54.9%로 분석한 김건희 씨의 석사학위 논문 '파울 클레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 일부. 빨간색으로 표시된 문장이 표절로 판정된 부분이다. 숙명민주동문회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는 표절 논문까지 신성불가침의 영역인가.

아무리 보수적으로 검증해도 표절률이 50%에 달한다는 김건희 씨의 석사학위 논문 '파울 클레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를 두고 숙명여대가 28개월째 공식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국민대는 역시 표절로 거의 누더기 상태인 김건희 씨의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박사학위 논문과 이른바 'Member Yuji' 논문 등 총 4편에 대해 지난 2022년 8월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검증 불가" 등 황당무계한 이유를 대면서도 어쨌든 예비조사를 시작한 지 12개월 만에 결론을 내긴 냈다.

그런데 숙명여대는 불과 58쪽짜리 석사 논문 한 편에 대해 2022년 2월 예비조사에 착수해 그해 12월부터 본조사에 돌입했는데도 여태 "절차에 따라 조사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하며 전 국민을 상대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기만극을 지속하는 중이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연구부정행위 검증 기간은 사립대학의 경우 137.7일, 국공립대학은 147.2일이었다. 통상 5개월이 걸리지 않는 것이다. 이에 비춰보면 숙대의 김건희 씨 논문 검증은 터무니없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하다. 이 대학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규정에도 '본조사는 판정을 포함하여 조사 시작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완료하도록 한다'고 적시돼 있다.

게다가 종료 시점이 언제일지 아무도 모른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지금껏 숙대 당국의 '용산 눈치보기' 행태로 볼 때 윤석열 정권이 끝날 때까지 검증 작업을 미루거나 결과 발표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숙대의 망신을 넘어 대한민국 학계의 수치이고, 엄정한 논문 심사 및 부정행위 엄단이라는 학술 체계의 근간을 위협하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윤금 총장(문헌정보학과 교수)이 연임 도전에까지 나서자 학교 구성원들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김건희 표절 논문 방탄을 위한 연임 시도"라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가운데)·문정복 의원이 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은 김건희 여사 표절 논문 방탄을 위한 연임 시도를 당장 멈춰라'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6.5. 연합뉴스

21대 국회에서 교육위원회 민주당 간사였던 김영호 의원과 22대 국회 교육위 민주당 간사로 내정된 문정복 의원은 5일 국회 소통관에서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은 김건희 여사 표절 논문 방탄을 위한 연임 시도를 당장 멈춰라>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히 김영호 의원은 모친과 아내가 다 숙대 출신인 '숙대인 가족'이다. 김 의원은 회견문에서 "지난 21대 국회의 2년 연속 국정감사 출석 요구에 도피성 해외 출장과 국정감사장에서의 유체이탈 화법으로 김건희 여사 표절 논문 의혹을 비호하기 바빴던 장윤금 총장의 모습을 국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그런 장윤금 총장이 숙명여대 총장직을 연임하겠다고 나섰다. 이는 숙대 동문들을 기만하고 국민을 조롱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숙대는 60쪽짜리 석사 논문 하나 검증할 능력이 없는 대학임을 자인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장윤금 총장이 있다"면서 "장윤금 총장에게 묻겠다. 명문사학 숙대 동문의 자긍심을 짓밟고 대학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면서까지 총장직을 유지하려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 학교의 명예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명예와 욕망을 위해 권력에 편승해 김건희 여사의 표절 논문 의혹을 끝까지 은폐하기 위함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김 의원은 "대학의 명예보다 김건희 여사의 명예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한 장윤금 총장은 대학이라는 교육연구기관의 기관장으로서 일말의 자격도 없다"고 단언했다.

문정복 의원도 "다시 한번 숙대 장윤금 총장에게 강력히 경고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음을 명심하라"며 "김건희 여사 표절 논문에 대한 방탄 호위무사 역할을 당장 그만두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기 바란다. 그리고 결자해지하라"고 직설적으로 사퇴를 촉구했다. 또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검증이 사상 유례없이 지연되고 있는 사유를 숙대 동문들과 국민들 앞에 명명백백히 밝히라"면서 "짓밟힌 숙명인의 자긍심과 대학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문 의원은 "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교육위원회는 지난 21대 민주당 교육위원회의 의지를 이어받아 김건희 여사 표절 논문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을 계속해 나갈 것을 분명하게 밝힌다"며 "다가오는 10월, 제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장윤금 총장이든 전 총장이든 필요하다면 다시 국회로 불러 국민 앞에 서게 할 것이다. 장윤금 총장의 연임 도전, 숙명여대의 28개월간 실추된 명예를 위해서라도 포기하라"고 압박했다.

기자회견을 마치면서 김 의원은 "숙명여대 장윤금 총장, 또 국민대 이사장에게 공개적으로 말씀드린다. 국정감사가 10월 전후에 예정돼 있는데 이번만큼은 9~10월에 해외 출장 계획을 잡지 말아달라"면서 "국민대 이사장은 2년 연속 국정감사 증인 채택에 불응하고 외유성 출장을 나가 국민의 공분을 샀었다. 이번 2024년도 국정감사에 국민대 이사장과 숙명여대 총장은 꼭 출석해서 김건희 여사 표절 논문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주기 바란다"고 거듭 요구했다.

 

장윤금 숙명여자대학교 총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의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2023.10.26. 연합뉴스

5일 오후 숙명여대 제2창학캠퍼스 눈꽃광장홀에서 제21대 총장 입후보자 소견 발표 및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숙명여대 홈페이지

그러나 장윤금 총장은 60쪽이 채 안 되는 논문의 표절 여부를 판정하는 데 2년이 훨씬 넘는 기간이 지나도록 결론이 안 나와 학교 구성원들이 공분을 터뜨리는데도 불구하고 '규정과 절차'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해당 논문의 필자가 김건희 씨가 아니라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지극히 예외적이고 작위적인 상황에 대해 상식 밖의 항변으로 일관하며 '총장은 관여하고 있지 않다'는 식으로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오후 숙명여대 제2창학캠퍼스 눈꽃광장홀에서 열린 제21대 총장 입후보자 소견 발표 및 정책토론회에서 사회자는 학교 구성원들로부터 사전에 접수한 질의서를 토대로 "김건희 여사의 석사 논문 심사 연기로 100년 사학의 명예가 실추되고 '논문 맛집' '표절 맛집'이라는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논문 심사를 안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왜 미루는지 납득할 만한 이유와 심사 일정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요청한다"는 공통 질문을 던졌다.

이에 장 총장은 "이 질문은 제가 먼저 대답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구체적인 진행 과정을 여기서 말씀드리기는 참 어렵다. 하지만 총장의 명예를 걸고 우리 대학의 규정과 절차에 의해서 모든 것이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검증을 지연시켰다거나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위원님들에게 굉장히 모욕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 일에는 총장이 관여하고 있지 않다. 본조사위원회라든지 윤리위원회 위원들이 일을 진행하고 있고 제가 그분들이 선정되거나 일하는 데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다"면서 "저도 (논문 검증이) 지연되고 있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규정과 절차에 전혀 어긋남이 없이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음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반면 문시연 후보(프랑스언어·문화학과 교수)는 한층 분명한 현실 인식과 함께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을 인용해 조속한 매듭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자유와 진리를 탐구하는 곳이 대학이다. 자율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다른 곳보다 대학은 정직성과 윤리성이 더 요구된다. 정직하지 않고 비윤리적인 자유는 위험하기 때문"이라며 "논문 표절 문제는 대학의 가장 중요한 가치와 연결된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구성원 모두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논문 표절 여부 심사 결정이 매우 지체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상황이 우리 숙명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표절 여부의 판단은 독립적인 위원회가 자율적으로 판단할 사항이지만,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의 격언이 있다. 제가 만일 총장이 된다면 우선 진상 파악부터 해보고 우리 숙명이 정하고 있는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정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숙희 후보(영어영문학부 교수)는 "이 논문에 대해 지난 몇 년간 교내외적으로 많은 문제가 제기됐고 구성원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 학교의 중요한 화두"라며 "제가 만약 총장이 된다면 모든 것에는 학교의 규정과 정관과 절차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한치도 다른 생각이 있지 않도록 정확하게, 공정하게, 투명하게, 명확하게 하겠다. 모든 것은 학교를 위해서, 또 우리 숙명 구성원들을 위해서 규정과 절차에 맞게 공정하게 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숙명민주동문회 유영주 회장(왼쪽) 등이 5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제1캠퍼스 정문 앞에서 김건희 씨 석사 논문 표절 심사 결과를 발표하라고 학교 당국에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영주 회장 제공

앞서 숙명민주동문회(회장 유영주)는 지난 3일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의 '숙명인 게시판'에 <21대 총장 후보 장윤금 총장님께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민주동문회는 우선 장 총장이 지난 2022년 국회 교육위원회의 국정감사 출석 요구에도 회피성 국외 출장을 떠났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마지막 날 종합감사에 출석했던 일, 그리고 2023년 국감 때는 20개월째 논문 심사 결과 발표를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지적을 받았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이렇게 따져 물었다.

"장윤금 총장님, 우리 숙대가 그렇게 무능합니까? 60쪽짜리 석사 논문 하나 심사하고 결과 발표하는데 3년 가까이 걸릴 정도로 인적, 행정적 능력이 부족한 것입니까? 118년의 역사 속에서 우리 숙명 구성원들은 그 능력을 의심받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2년간 장윤금 총장님의 판단과 무능으로 인해 우리가 조롱거리가 된 것 아닌가요?

2022년부터 관련 기사에 달리는 댓글은 온통 숙대를 무시하고 조롱하는 내용 투성이였습니다. 장윤금 총장님은 온갖 은어와 비속어, 모욕 속에 우리 구성원들을 몰아넣으시고, 규정의 미비함 속에 숨어 아무것도 안 하고 계십니다. 동문들이 직접 다른 표절 대상 논문들과 도서의 내용을 하나하나 비교하여 발표한 논문 표절률 조사도 부정하며 우리를 비전문가 취급하셨습니다. 60쪽짜리 논문 구문 비교는 '숙명'을 나온 사람이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논문 표절 심사를 원칙에 따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누가 숙명 학위의 권위를 인정할까요? 잘못을 찾아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이 대학의 권위이고 학문을 펼치는 사람들의 자격입니다. 장윤금 총장님의 무조건적인 회피로 많은 구성원이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장윤금 총장님은 정년이 2년 남은 상황에서 4년 임기의 총장 후보로 또 나서셨습니다.

장윤금 총장님께 묻습니다. 지난 28개월간 일어난 일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지실 겁니까? 과연 이번 총장 후보로 나설 자격이 있으신가요? 또한 다른 후보님들에게도 묻습니다.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심사, 학교와 학문의 명예를 위해 해결하시겠습니까?"

숙명민주동문회의 이 게시글에는 "윤 정권이 살아 있을 때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을 인정해 학교가 불이익을 당하는 것이 숙대를 위하는 길인지 숙고해 보라. 정치적 문제를 결부시켜서 총장 선거를 혼탁하게 하지 말라"는 학교 당국의 인식이 담긴 댓글도 달렸지만, "온라인상에서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총장의 책임이 크다. 정년퇴임이 2년밖에 남지 않은 총장이 다시 4년 임기의 총장에 도전한다니 상황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대책을 구성원들에게 납득 가능하게 설명해야 할 것" "수준 이하의 표절 논문 하나 검증 못해 100년 사학의 명예를 실추시킨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거냐" 등 지지와 연대의 댓글도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환영 오찬에 참석하고 있다. 2022.11.18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지난 2022년 8월 민주동문회 소속 숙대 교수들은 김건희 씨가 1999년 숙대 교육대학원에 낸 석사학위 논문 '파울 클레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에 대해 자체 검증 작업을 벌인 결과 50% 안팎의 표절률이 나왔다며 학교 측의 조속한 심사를 촉구한 바 있다. 교수들은 참고문헌 목록을 포함한 58쪽 분량의 해당 석사 논문에서 다른 연구자료를 표절한 것으로 보이는 문단·문장을 수작업으로 골라낸 뒤 3단계에 걸쳐 대조 작업을 진행했다.

먼저 1단계로 표절 문단 내에 동일한 인용문과 각주를 제외하는 '매우 보수적' 기준을 따르더라도 표절률이 48.1%였다. 2단계로 동일한 인용문을 포함해 표절률을 계산했더니 53.7%가 나왔다. 타인의 논문·저서와 내용 전개 방식 및 핵심 논지 서술의 유사성을 검증한 3단계 조사에서는 표절률이 54.9%에 달했다. 이 밖에 참고문헌 목록에 없는 타인의 논문 4건이 인용 표시 없이 쓰인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민주동문회는 이 같은 결과를 발표하면서 "논문 표절 여부에 대한 예비조사 결과를 알리지 않고 본조사를 실시하지도 않는 학교의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자체 표절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항목에 따라 표절률이 48.1~54.9%였다"며 "40% 이상 표절률을 보이는 논문의 학위를 유지하거나 표절 심사를 회피하는 것은 매우 엄중하고 심각한 사안이다. 이는 숙명여대와 (박사학위를 준) 국민대뿐 아니라 한국의 대학 정체성과 대학 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밝혔다.

민주동문회는 해당 논문에 대한 조사를 정식 요청하는 공문과 함께 자체 조사한 표절 검증 자료를 숙대 총장 및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보냈지만 학교 측은 지금껏 감감무소식이다. 학교 당국은 이미 2022년 2월 김건희 씨 논문에 대한 예비조사를 시작해 3월 '본조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지만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 교수들의 자체 조사 결과 발표 뒤 마지못한 듯 그해 12월 본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3월 조사 기간을 연장한다는 공문을 동문회에 보냈으나 아직까지 논문을 쥐고만 있을 뿐 가타부타 아무 말이 없는 상태다.

('예비조사'는 연구 부정행위 의혹에 대해 공식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절차를 말하고, '본조사'는 부정행위의 사실 여부를 입증하기 위한 절차를 말한다. 아울러 '판정'은 조사 결과를 확정하고 이를 제보자와 피조사자에게 문서로써 통보하는 절차를 말한다. 숙명여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규정에는 예비조사는 30일 이내에, 본조사 및 판정은 90일 이내에 완료하도록 명시돼 있다.)

 

숙명여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규정 중 연구부정행위 본조사 기간 등에 관한 조항. 숙명여대 홈페이지

학회에서 오랜 기간 연구윤리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김건희 씨 논문 검증에 참여했던 숙대 신동순 교수(중어중문학부)는 지난해 6월 오마이뉴스 윤근혁 기자(현재 '교육언론 창' 취재본부장)와의 인터뷰에서 "교수 여럿이 나흘간 검증했다. 58페이지 논문 검증하는 건 간단하고 용이했다. 이 논문은 몇 건의 학위논문과 몇 권의 책에서 그 내용을 뭉텅이로 갖고 온 것이기 때문에 그랬다"며 "학회 검증이면 한두 달, 대학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라면 4~5개월이면 충분하다. 숙대는 빨리 명백한 표절 논문에 대한 검증 결과를 내놓고 학위 취소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이런 짧은 분량의 논문 검증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가 없다. 이건 직무태만이고, 발표를 미룰수록 숙대 구성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다. 총장과 연구진실성위원장은 그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발표를 미루는 이유는) '용산' 때문 아닌가. 영부인 김건희 씨에 대한 눈치 보기라고 생각한다. 이 석사 학위 논문은 김 씨에게 매우 중요하다. 학위 취소가 되면 국민대 박사 학위도 자동으로 취소되고, 대학 비정규 교수 이력도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개탄했다.

"나흘간에 걸친 논문 검증을 끝내고 나니 마음이 힘들었어요. 중복된 곳을 색연필로 표시하니 논문이 온통 벌겋고 멀쩡한 곳이 몇 개 안 됐어요. (최대 54.9% 표절률도) 우리가 정말 보수적으로 접근한 것입니다. 거의 모든 페이지에서 표절 문장이 발견됐어요. 몇몇 사람 글을 훔쳐서 짜깁기한 것이고 남의 글을 도둑질한 것이죠. 김건희 씨의 석사학위는 반드시 취소되어야 합니다. 대학이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자기 위상을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어떻게 우리가 교육을 할 수 있겠어요? 학생들과 다른 청년들한테 미안합니다."

숙명여대 제21대 총장 선거는 현 장윤금 총장을 비롯해 문시연‧이숙희 교수가 출마한 가운데 오는 10일부터 이틀간 투표가 진행된다. 투표 반영률은 교수 82%, 학생 7.5%, 직원 7.5%, 동문 3%다. 숙대는 4년 전인 2020년 7월 처음으로 직선제 총장 선거를 실시했는데, 당시 장윤금 교수가 결선투표에서 전체 유효 투표수의 51.55%를 득표해 문시연 교수(48.45% 득표)를 제치고 제20대 총장 자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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