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이 김건희 사진 5시간 50분 만에 공개한 이유?
153일 만에 활동 재개했는데 사진은 저녁 다 돼 공개?
전속 촬영도 했다는데 6시간 가까이 비공개 이유는?
명품가방 수수, 주가 조작 의혹 '특검' 여론 의식한 듯
외교 명분삼아 활동 이어갈 듯…최소범위 대응 전망
야당 "김건희 씨가 가야할 곳은 오찬장 아닌 검찰"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153일 만에 잠행을 깨고 공개 활동을 재개했다. 1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건희 씨는 이날 낮 12시쯤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캄보디아 정상 부부 오찬에 참석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오후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양국 정상 오찬에 양국 내외분이 함께 참석해 오찬 행사를 했다"며 "그 직전 훈 마넷 총리의 배우자와 별도로 친교환담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김수경 대변인은 오찬 관련 서면 브리핑을 내고, 김건희 씨가 2022년 캄보디아에서 만난 옥 로타 군을 한국에서 심장 수술을 받게 해준 데 대해 훈 마넷 총리가 감사를 표했다고 전했다. 또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는 오찬이 끝난 뒤 로타의 심장 수술을 한 서울아산병원 박승일 원장과 건강의학과 최재원 교수를 훈 마넷 총리에게 소개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김건희 씨는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순방 이후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전투표도 비공개로 홀로 했으며, 총선 직후 루마니아와 앙골라 정상이 방한했을 때도 영부인 친교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김건희 씨가 이번에 공개일정을 가진 것은 로타 군을 고리로 한 캄보디아와의 인연 때문으로 보인다. 외교활동과 봉사가 공개 명분으로 타당하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캄보디아 정상 부부간 오찬은 이날 낮 12시쯤부터 시작됐지만, 오찬이 진행된 뒤 5시간 50분 동안 김건희 씨 사진은 단 한 장도 공개되지 않았다. 공개였지만, 비공개였던 셈이다.
대통령실은 오찬이 끝난 뒤 윤 대통령과 훈 마넷 총리의 오찬 건배 사진, 윤 대통령의 오찬사 사진만 공개하고, 김건희 씨와 캄보디아 총리 배우자 사진은 별다른 이유도 없이 공개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언론에서 김건희 씨 사진이 비공개된 이유에 대해 묻자, 오찬이 열린 지 5시간 50분이 지나서야 3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오찬 행사와 관련도 없었다. 대통령실 공개한 사진은 대통령실 청사 내에서 김건희 씨가 캄보디아 총리 부인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걷는 장면뿐이었다.
애초 취재부터 통상적인 관례를 따르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기자단에 공개한 정상회담 일정에 오찬은 대통령실 기자단이 아닌 대통령실 전속 촬영 담당자만 취재한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통상 오찬은 오찬사나 건배 등 세리머니 정도까지 기자들에게 공개하고, 대통령실 기자단이 전반부 정도만 풀(POOL) 취재한다"며 "전체를 비공개로 하고, 전속이 담당한 것은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세간에 '브이아이피 원'(VIP1)이라 불리는 김건희 씨가 5개월 만에 공개활동을 했지만, 대통령실이 기자들의 취재도 막고 사진도 뒤늦게야 일부만 낸 것은 주가조작 의혹, 명품가방 수수 등 특검 여론이 거센 영향으로 보인다. 아울러 여론 떠보기 성격도 있어 보인다. 일부만 공개하면서 여론 추이를 보며 공개 범위를 결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씨는 총선을 앞둔 지난 2월에도 윤 대통령,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 배우 이정재와의 관저 초청 오찬에 동석했지만, 기념사진에선 빠지는 방식으로 활동 사실만 알린 바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5일 대통령실 주관 어린이날 행사, 7일 청와대에서 열린 KBS 열린음악회 등을 계기로 김건희 씨의 공개활동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씨는 실제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날(15일)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도 김건희 씨의 참석이 검토됐지만, 끝내 불참했다. 대신 대통령실은 김건희 씨가 고려시대 사리를 국내로 다시 들여오는 데 역할을 했다는 불교계의 감사 인사를 전하는 정도만 홍보했다. ☞관련기사 : 용산, '방탄 모드' 돌입…김건희 잠행 깨고 나오나
김건희 씨가 이번 한-캄보디아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활동을 시작한 만큼 그의 행보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당장 이달 말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의에서도 모습을 드러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야당이 김 씨의 특검을 정조준하고 있는 만큼 김 씨는 한동안 여론 향방을 보며 공개 수위나 시점 등을 조절하며 로키(Low key·최소 대응)로 홍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김건희 씨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자 야권은 '김건희 씨가 가야할 곳은 오찬이 아닌 검찰'이라며 강력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최민석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내고 "총선 민의는 김건희 여사가 아무 일 없었던 듯 대통령부인 역할을 수행하라는 것이 아니라 특검 수사를 수용하라는 것"이라면서 "특검법을 수용해 김건희 여사 의혹을 규명하라는 민의에 맞서, 내 가족은 털 끝 하나 건드릴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의 오기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 대변인은 "오늘로써 윤석열 대통령은 남은 3년을 민의에 귀 막고 국정이 어떻게 되든 가족 수사만 막는데 쓰겠다고 밝힌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의 대표 변호인이 되기로 결정한 이 순간부터, 윤 대통령은 용암처럼 터져 나올 국민의 분노를 온 몸으로 감당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쏘아붙였다.
조국혁신당 강미정 대변인은 "김건희 여사가 먼저 가야할 곳은 정상 오찬장이 아니라 검찰"이라며 "검찰총장도 '패싱'한 '김건희 방탄 인사' (검사) 발령장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공식 행보에 나선 그 용기가 가상하다"고 비아냥했다.
조 대변인은 "그간의 행태를 보면 윤 대통령 부부가 이번 정상회담 공식행사를 시작으로 '정면 돌파에 나섰다'고 '친윤언론'들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김 여사는 검찰 수사와 '김건희 특검법'을 정면 돌파 하려는 게 아니다. 4·10 총선에서 표출된 민심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조 대변인은 "국민의 명령을 거부하고 민심에 맞서다 처참한 말로를 맞았던 전직 대통령의 사례는 윤 대통령 부부에겐 남 일이냐"며 "김 여사는 △디올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양평고속도로 의혹부터 벗으시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