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물가 상승률, 속 터지는 세계 '동메달'

2월 상승률 7%…OECD 35개국 중 3위

상승률 27개월 만에 OECD 평균 넘어서

우크라 소강 국면에도 한국만 고공 행진

국제유가, 고환율 물가 압박 요인 줄이어

정부 "연간 목표 2.6% 변함없다" 큰소리

2024-04-21     유상규 에디터

지난 2월 기준 우리나라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반갑지 않게도 세계 3위를 기록했다. 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튀르키예와 아이슬랜드를 빼고는 가장 높았다. 더구나 먹거리 물가 상승률은 OECD 회원국 평균을 2년 3개월 만에 넘어섰다.

2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지난 2월 기준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은 6.95%로 나타났다. 35개 회원국 중 튀르키예(71.12%), 아이슬란드(7.52%)에 이어 세 번째다.

2월 기준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은 OECD 평균(5.32%)보다 높았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2021년 11월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식품 - 비주류 음료 물가 상승률 비교

세계 각국의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로 급상승했다. 러시아가 밀과 천연가스의 세계 최대 수출국이고, 우크라이나도 세계 3∼5위권 밀 수출국인 영향이다.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 심각한 가뭄 피해도 먹거리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했다.

이런 영향으로 2021년까지 5% 수준을 밑돌던 OECD 회원국의 평균 식품 물가 상승률은 2022년 11월 16.19%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식품 물가도 크게 올랐지만 상승률은 5∼7%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먹거리 물가는 다른 OECD 회원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OECD 회원국의 식품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9.52%) 10%를 하회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러시아-우크라 전쟁 이전 수준인 5%대로 떨어지는 등 빠르게 정상화하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먹거리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3.81%로 바닥을 찍은 뒤 지난해 10월 이후 다시 5∼7%대로 올라섰고 지난 2월에는 OECD 평균을 추월했다.

 

한국-OECD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 비교

우리나라의 먹거리 물가는 사과·배 등 과일이 주로 견인하고 있다. 지난달 사과 물가는 88.2% 올라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더구나 소비자 물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은 먹거리 뿐 아니다.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이 대표적이다. 최근 이스라엘·이란 충돌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소비자 물가를 압박하고 있다. 달러 환율도 불안 요인이다. 강달러 기조에 따른 고환율은 수입 원재료 가격을 끌어올려 최근 줄줄이 오름세인 버거·초콜릿·과자 등 가공식품 물가를 더욱 자극할 우려가 크다.

 

국제유가 상승 (PG) 연합뉴스

이런 사정으로 정부의 하반기 물가 안정 전망에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하반기에는 물가가 하향 안정화돼 올해 상승률이 2.6%로 수렴할 것이라고 기존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안 요인이 많이 있고 여러 상황은 더 봐야 하겠지만 근원 물가는 안정적이기 때문에 하반기 물가는 하향 안정화가 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희망 섞인 목표선 유지에도 불구하고 불안요소는 여전히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하반기 물가 전망에 대해서도 우려스러운 진단을 내놓고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의 고유가·강달러 현상은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들"이라며 "국제유가 불안,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2022년에 이은 2차 인플레이션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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