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극단선택' 폭증…고금리에 이자도 버거워

지난해 법인 파산신청 1657건 전년비 65% 늘어

올해도 2월까지 288건 40% 증가…급등세 계속

'노란우산' 폐업 사유 공제도 건수‧금액 모두 증가

정부는 각종 기업공제 확대 등 대기업 편들기 우선

2024-03-25     유상규 에디터
서울 서초구의 한 법률사무소에 붙은 파산 등 법률 상담 안내문.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기 부진과 고금리를 견디지 못한 중소기업들의 파산과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 파산 신청 건수가 전년 대비 65%나 늘어난 데 이어 올해에도 두 달 동안 40%가 넘는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소상공인 공제 제도인 '노란우산'의 폐업 공제금도 올들어 20% 이상 늘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이렇게 극한 상황에 처했지만, 정부 당국은 법인세율 인하나 투자세액공제 등에서 일방적으로 대기업 편중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25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은 1657건으로 전년(1004건)보다 653건(65.0%)이나 폭증했다. 올해 들어서도 2월까지 파산 신청 건수는 28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5건, 40.5% 늘어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하는 기업은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다.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지난 2020년 1069건에서 2021년 955건으로 감소했고, 2022년에는 1004건으로 5.1%의 소폭 증가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10년 전인 2013년(461건)의 3.6배 수준으로 폭증했다.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지속되는 고금리와 고물가 등으로 매출 부진과 수익 감소로 한계 상황에 몰리면서 파산 신청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법인 파산 신청 건수 추이. 자료 : 대법원

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폐업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 1~2월 '노란우산'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액은 311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5% 늘었다. 지급 건수도 16.4% 증가한 2만 4253건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액은 전년 대비 30.1% 증가한 1조 2600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었고 지급 건수는 20.7% 늘어난 11만 15건으로 10만 건을 처음 웃돌았다. '노란우산'은 소기업·소상공인의 생활 안정과 노후 보장을 위한 제도로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이 늘어났다는 것은 한계 상황에 물려 문을 닫은 소기업·소상공인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노란우산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 추이. 자료 : 양경숙 의원실

 

이처럼 중소기업·상공인들이 파산과 폐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지속되는 고금리로 불어난 대출금과 이자 상환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나타난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 잔액은 2월 말 기준 1006조 2000억 원으로 종전 최대 기록이었던 지난해 11월 말의 1003조 8000억 원보다 많아졌다. 중소기업의 대출 잔액이 역대 최대로 불어났다는 말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금리는 떨어질 기미없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한은이 집계한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지난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평균 5.28%로 2022년 10월 이후 16개월째 5%선을 유지하고 있다. 중소기업 은행 대출 금리는 지난 2021년 2.9%에서 2022년 1월 3.52%로 오른 데 이어 지난해 1월에는 5.67%로 급등했고, 올해도 5%대가 계속되고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이런 환경에서 파산이나 폐업 같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지만 정부 당국의 손길을 여전히 대기업에 쏠려 있다. 지난해 법인세율 인하와 각종 세금 공제 등 대기업 감세 정책을 이어간 데 이어, 총선을 앞둔 올해에도 대기업 편중 공제혜택을 쏟아내고 있다. 당초 지난해 만료된 임시투자세액공제 적용을 올해 말까지로 연장한 데 이어 세액공제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것도 대기업 감세, 부자 감세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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