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북한 개입설 망언 후보가 “다양성”이라는 국힘

친박 변호사 도태우 망언 옹호하는 국힘

공천 시스템 도덕성 검증 구멍나

2억 금품 수수 의혹 박일호 후보 취소

2024-03-08     김성진 기자
도태우 변호사. 2021.5.17.연합뉴스 자료사진

“다양한 의견을 존중했다.”

‘5·18 북한 개입설’ 망언으로 문제가 된 도태우 변호사 공천과 관련,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한 답변이다. 그는 8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다양성을 중시하는 당”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위원장은 “(5·18 망언이) 충분히 검토됐다”면서 “후보가 되면 당의 전체 가치를 중요시해서 해 나갈 거니까 별로 문제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국민의힘으로부터 대구 중·남구 공천장을 받은 도 변호사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 형사 재판을 맡았던 인물로, 공천 자체로도 뒷말이 무성하지만 최근 과거 ‘5·18 북한 개입설’ 망언이 공개돼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MBC에 따르면 도 변호사는 지난 2019년 2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게재한 ‘5.18이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한다’는 제목의 영상에서 “(5·18에 대해) 굉장히 문제적인 부분들이 있고, 특히 거기에는 북한 개입 여부가 문제된다라는 것이 사실은 상식입니다. 우리가 재조사를 해보면 당시 과연 북한의 광범위한 개입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라고 말했다. 또 같은 해 1월 공개 강좌에선 “체제 부정적인 흐름이 북과 단 하나의 연결도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좀 사실을 무시한 것”이라고 했다.

도 변호사는 ‘5·18 북한 개입설 망언’을 비판하면 “그건 정말 오히려 마녀사냥식의 몰아붙이기입니다. 이게 어떻게 지역감정입니까(2019년 2월)”라고 따지기도 했다. 오히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5·18 성역화는 자유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며 “헌법 질서를 무시한 ‘전두환 악마화’도 ’5·18 성역화’와 궤를 같이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5·18을 학살로 규정하는 것은 허구적 신화에 가깝다”며 “양면성을 지닌 복합적 사건이었음이 분명히 공론화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국민의힘의 공식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월 4일 광주를 방문해 “국민의힘의 공식 입장은 5·18정신이 민주주의를 지킨 헌법정신과 정확하게 부합한다는 것”이라고 천명하면서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광주 시민과 약속한 사안이기도 하다. 도 후보의 발언은 당의 입장과 대치될 뿐 아니라 헌법 정신을 부인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다양성 존중”이라며 공천을 합리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공직 후보자가 되기 전의 어떤 사안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가질 수 있다”면서 “그러나 공직 후보자가 되면 공직 후보자로서의 책임과 여러가지 무게감이 있기 때문에, 공직 후보자로서 신중한 언행을 할 것으로 기대를 하고, 당의 공직 후보자가 된 만큼 당의 여러 입장이나 당의 여러 공식적인 입장을 고려하면서 여러 정치활동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미 지나간 과거 발언이라는 듯 해명했지만, 애초에 후보의 망언조차 거르지 못한 공천 시스템 자체가 문제로 보인다.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6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3.6. 연합뉴스

한편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박일호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고, 박상웅 후보 추천을 재의결한다고 밝혔다. 박일호 후보가 밀양시장 재직 시절 2억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 됐기 때문이다.

정 위원장은 “당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추천 규정’ 제30조에 의하면 후보자로 확정되었더라도 금품수수 등 현저한 하자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을 경우에는 비대위 의결로 후보자 추천을 무효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일호 후보는 밀양시장 재직 당시 부적절한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로, 공관위가 어제 이해관계자들을 불러 직접 충분히 진술을 들었다”며 “이는 국민의힘이 강조해 온 도덕성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안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서 도덕성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위원장은 박일호 후보의 검찰 수사를 사전에 인지했는지에 대해 “파악이 됐었다”며 “그때(검증할 때)는 언론이라든가 우리가 조사할 수 있는 한도에서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어제(7일) 이해 관계자들을 불러 가지고 직접 저희들이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고 최종적으로 (공천 취소를) 결정한 것”이라며, 다만 “형사적인 것이 아니라 도덕성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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