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대승적 결정에 이재명 "고맙다"…이낙연은 실망

공천 반발하던 임종석 "당 결정 수용"…탈당 않기로

한때 이낙연과 회동, '새로운미래' 합류 유력해보여

'비명계' 연쇄 탈당 촉발, 총선 전선 흐트러질 위험

거취 숙고 끝 '윤석열 정권 심판' 대승적 판단 우선

이재명 "어려운 결단, 매우 고마워…힘 합쳐주기를"

공천 관련 언론 편파 보도엔 "옳지 않다" 강한 비판

2024-03-04     김호경 에디터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8일 더불어민주당의 공천배제 재고 촉구 기자회견을 위해 국회 소통관에 입장하고 있다. 2024.2.28. 연합뉴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결국 민주당을 탈당하지 않고 당의 공천 배제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임 전 실장은 4일 오전 페이스북에 "당의 결정을 수용합니다"라는 짤막한 글을 올렸다. 임 전 실장은 지난달 11일 "4월 총선에서 성동구(중‧성동갑)에 출마하기로 했다. 성동구는 제가 정치를 시작한 곳이고 저를 키워주신 곳"이라며 페이스북을 통해 일방적으로 출마 선언을 했으나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하자 강력 반발해왔다.

지난 2일에는 "심야 최고위원회를 열었는데 임종석의 요구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재명 대표의 속내는 충분히 알아들었다"는 글을 올렸고, 이어 서울 모처에서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와 회동하면서 임 전 실장이 새로운미래에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대두됐다. 새로운미래 측은 임 전 실장이 탈당하겠다고 이낙연 대표에게 '약속'까지 했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임 전 실장이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선언을 한다"면서 "탈당 이후 '이재명의 민주당'과 본격적으로 각을 세울 계획"이라는 '단독'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임 전 실장이 거취 문제를 숙고하다 결국 당에 남기로 선택한 것은 윤석열 정권 심판의 분수령인 4월 총선을 앞두고 자신으로 인해 민주당이 더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대승적 판단이 앞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설훈 의원은 민주당 탈당파들로 가칭 '민주연합'을 구성하겠다고 목청을 높여 왔는데, '친문계'를 대표하는 임 전 실장까지 민주당을 박차고 나갈 경우 '비명계'의 연쇄 탈당을 촉발해 당이 쪼개지고 국민의힘과의 전선이 흐트러질 위험성이 있었다.

친문계에서도 임 전 실장을 만류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고민정 의원은 "민주당을 패배하게 하는 길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고,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도 "탈당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또 그러면 안 된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당장 선거운동에 나서야 할 전현희 전 위원장은 "임 전 실장의 아픔과 허탈감을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공감한다"면서 "총선이 40일 정도 남았기에 1분 1초가 매우 아까운 절박한 상황이다.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다는 대승적인 마음으로 당의 뜻에 따라주시면 좋겠다"고 호소해왔다.

임 전 실장의 민주당 잔류에 새로운미래 측은 낙심한 분위기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임 전 실장이 몹시 고통스러웠을 시기 2∼3일 저와 고민을 나누고 생각을 공유했던 건 고맙게 생각한다"며 "그동안 민주 세력의 확산을 위해 길을 넓히려 많이 노력했지만 이젠 더 이상 좌고우면할 수 없다. 직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공동대표는 임 전 실장 합류 가능성 때문에 미뤘던 광주 출마 공식 선언을 이날 오후 3시 광주시의회에서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은평구 한 헬스장에서 직장인 정책간담회 전 런닝머신을 하고 있다. 러닝머신 화면에 같은 시간 국회 소통관에서 공천 관련 기자회견 중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뉴스가 나오고 있다. 2024.2.28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임 전 실장이 탈당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두고 "어려운 결단이었을 것"이라며 "당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해 준 데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본인이 원하는 그런 공천을 해드리지 못했고, 이 점에 대해서는 임 전 실장 입장에선 매우 안타까웠을 것"이라며 "(임 전 실장이) 모든 면에서 훌륭한 후보지만, 민주당 입장에서 전략적 판단으로 해당 지역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훨씬 더 필요한 후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권 심판이라고 하는 현재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함께 힘을 합쳐주면 더욱 고맙겠고, 모두가 힘을 합칠 수 있도록 우리 당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천에 관한 언론의 편파 보도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기사의 제목에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국민의힘 조용한 공천 속 일부 소란…당사 앞 분신 시도도>. '조용한 공천'이 분신 시도까지라면, 내홍·갈등 어쩌고 하는 민주당 공천과 관련해서는 당사 앞이 어떨지 참 걱정이 돼서 제가 금요일 날 저녁에, 최고위 회의 전에 약 45분 전쯤 미리 갔습니다. 농성을 하거나 항의하는 분들이 계시면 목소리를 한번 들어보려고 일부러 갔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무도 없었습니다.

어제도 우리 최고위원회의가 비공개로 있어서 가는 길에 좀 이야기를 들어 보려고 찾아봤는데, 한 분도 항의하는 분이 없었습니다. 민주당 공천에 대해서 왜 항의가 없겠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무리하게 공천하지 않았습니다. 최대한 경쟁을 보장했습니다. 그런데 언론들은 이렇게 표현을 합니다. 물 흐르는 소리를 소음이라고 하고, 고인 물 썩는 소리는 외면을 합니다.

(국민의힘은) 돈 봉투 받는 장면이 영상에 찍힌 정우택 국회부의장도 후보로 과감하게 선정했습니다. 제가 이 말을 했다고 무슨 법적 조치 운운하는 발언도 있는 것 같던데, 나중에 돌려줬다고 하지 않습니까? 돌려줄 봉투를 왜 받습니까? 카메라 있는 데에서는 받아 가지고, 카메라 없는 데에서 돌려줬다? 일부러 그런 것입니까? 쇼를 해도 뭐 그런 쇼를 합니까?

검사 공천, 지금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용히. 언론들이 조용한 공천이라고 칭찬하는 속에, 정말로 몰래 조용히 1위 후보들을 배제하고 측근 인사 공천을 국민의힘이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혁신 공천은 불가피하게 소리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의 이 무리한 검사 공천, 측근 공천, 입틀막 공천, 그리고 썩은 물 공천은 엄청난 소음이 발생합니다. 분신에, 삭발에, 항의에, 난장판 아닙니까? 이 난장판 공천은 조용한 공천의 극히 일부분으로 취급하고, 민주당의 혁신 공천 과정에서 생기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는 불평의 소리를 침소봉대해서 마치 엄청난 대란이라도 발생한 것처럼 이렇게 만드는 것, 결코 옳지 않다 말씀드립니다.

 

경찰이 2일 국민의힘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분신을 시도한 장일 전 서울 노원을당협위원장을 제압하고 있다. 2024.3.4. 연합뉴스

민주당은 국민들께서 바라시는 바대로 새로운 인물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모든 후보가 유능하고 또 국민에게 봉사할 충직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 그런 양질의 후보들이지만, 그중에서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시대에 정말 새로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더 나은 후보들을 고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들께서 누군가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조작된, 왜곡된 정보가 아니라 실체를 봐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결국 조만간 대진표가 완성될 것입니다. 공천의 내용도 비교가 가능할 것입니다. 불가피한 진통으로 더불어민주당 후보, 많은 분이 경선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또는 후보가 되지 못했습니다. 함께하지 못한 점,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하고 그 아픔들을 최대한 신속하게, 정말 총력을 다해서 치유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