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약세 지속, 올해 1인당 명목소득 사상 첫 한일 역전

IMF, 2024년 1인당 명목GDP 한일 역전 전망

엔 시세, 2달 반 만에 다시 1달러=149엔대

엔 약세 토대의 수출 대기업 주가는 최고치

일본은행, 탈아베노믹스 하더라도 저금리 지속

2024-02-09     한승동 에디터
일본의 1천 엔짜리 지폐. 2022.6.15.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엔이 8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한때 1달러당 149엔대에 거래됐다. 엔은 이날 전날보다 1엔 16전이 더 내려간 1달러당 149.28~38엔에 거래돼 2개월 반만에 달러당 149엔대로 다시 내려가는 약세를 보였다.

2달 반 만에 다시 1달러=149엔대

이는 이날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가 일본은행이 지난 10여년 간 지속해 온 대규모 금융완화정책(아베노믹스)을 장차 전환한다 하더라도 완화 기조를 당분간 유지해 나갈 것이라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급격한 금리인상 조치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시장이 판단하면서 엔 매도 달러 매입 장세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날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 평균주가가 크게 반등해 전날보다 743.36엔(2.06%) 오른 3만 6863.28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9일에는 한때 3만 7천엔대까지 갔다.

 

지난달 24일 일본은행 부총재에 지명된 우치다 신이치가 중의원(국회)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2.24. 로이터 연합뉴스

닛케이 지수 34년만에 최고치

이는 거품경제 시기인 1990년 2월 이후 약 34년 만의 최고치다. 이는 우치다 부총재가 대규모 금융완화정책에서 정책을 바꾸더라도 완화추세 환경은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생각을 밝힌 것이 투자자들 사이에 안정감을 확산시킨 결과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오는 4월 또는 3월에 10여년을 지속해 온 대규모 금융완화정책을 전환해, 그 기둥 가운데 하나인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해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런데 우치다 부총재의 발언으로 급격한 금리인상과 금융긴축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이 누그러지면서 엔 약세 달러 강세 속에 주식 매입 추세가 이어졌다. 여기에는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서 다우 공업주 평균주가가 이틀 연속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일본의 대기업들의 대외 수출 조건이 개선돼 대기업들 중심의 주식들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대기업들 주가가 올라가더라도 그것이 일본 내 총 기업수의 99.7%를 차지한다는 중소기업들 활황으로 바로 이어지진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8일 도쿄 외환시장의 엔 거래 종가 수치를 보여주는 전광판. 이날 닛케이 평균주가는 엔 약세 기조 지속 전망 속에 급반등했다.  2024.2.8. AFP 연합뉴스

IMF, 2024년 1인당 명목GDP 한일 역전 전망

이런 상황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월에 발표한 올해(2024년) 일본의 개인소득이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 뒤쳐질 것이라는 전망(예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IMF가 발표한 2024년 일본의 1인당 명목 GDP(국내총생산)는 3만 4550달러다. 이는 한국의 올해 정망치 3만 4650달러보다 적다. 대만은 올해 3만 4050달러, 중국은 1만 3160달러로 IMF는 전망했다.

한국이 개인 명목소득에서 일본을 추월(역전)하는 것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며, 아마도 근대 일본의 조선침략과 강점 이래 처음일 것이다.

물가 등을 감안한 구매력평가지수(ppp) 기준 1인당 GDP(실질소득)는 2017년에 이미 한국이 일본을 추월했다. IMF의 올해 ppp기준 1인당 GDP를 보면 한국은 5만 9350달러로, 5만 4100달러인 일본을 크게 앞지르는 것으로 나와 있다.

IMF의 이같은 전망치는 일본의 경우 아베 신조 2기 집권(2013년) 이래 10여년 간 지속해 온 대규모 금융완화정책(아베노믹스)을 장차 그만두는 정책전환을 하더라도, 급격한 금리인상 및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 중단 같은 조치가 불가능해 일본 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일본은행 부총재, 탈아베노믹스 하더라도 “저금리 지속”

우치다 일본은행 부총재는 이날 나라 시에서 행한 강연에서, “(물가목표치) 전망이 실현될 확실성(確度)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며 장기 금융완화정책을 수정할 타이밍(시기)이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하면서도, “(완화정책을) 해제하더라도 그 뒤에 죽 금리를 인상해 가는 그런 경로는 생각하기 어렵다”며 완화 추세의 금융환경을 유지해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물가정세에 따라 바뀔 수 있다면서도 미국이나 유럽처럼 급속히 금리를 올려 갈 것이리는 전망에 대해서는 “좀 무리가 있다”며 부정적인 자세를 나타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금까지 임금인상과 물가인상률 2%가 동반되는 상황이 조성된다면 기존의 금융완화정책을 바꿔, 민간은행이 일본은행에 예치하는 자금의 일부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해 온 마이너스 금리정책 해제하는 쪽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들을 해 왔다.

금융완화정책의 또 다른 기둥 가운데 하나인 국채 매입으로 장기금리를 억제해 온 수익률 곡선제어(YCC) 틀 전환에 대해서도 우치다 부총재는 “(국애) 매입액이 크게 변하거나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국채매입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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